[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출신 논설위원이 퇴사 직후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지분참여자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와 관련해 김만배 씨 대화 상대방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을 '용역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만배 음성파일'을 보도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8일 <김만배와 조선일보, 화천대유로 간 전직 조선 기자> 해설 기사를 통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의 음성파일을 공개하자 조선일보는 그 내용, 즉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뭔가 흠집을 가해 초점을 흐리고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며 "이런 태도는 어떤 측면에서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 기자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작성한 대장동 수사보고서 일부를 입수,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인사들 명단을 확인한 결과 언론인 출신이 4명 포함됐으며 이 중 1명이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모 씨라고 보도했다.
한 기자는 "이 씨는 조선일보에서 퇴직한 직후인 지난해 6월 화천대유와 연봉 1억 2천만 원에 고문 계약을 맺었다"며 "검찰 압수수색 시점인 2021년 9월 말 현재 이 씨가 수령한 3개월치 연봉은 세전 3천 5백만 원, 세후 2천 8백만 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 씨는 뉴스타파에 "평소 친분이 있던 김만배 씨가 '언론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데 도와 달라'고 해서 고문직을 수락했다"며 "화천대유니 대장동이니 하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대장동 사태가 터지고 얼마 안 돼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한 기자는 "조선일보가 자사 논설위원 출신의 대장동 화천대유 고문과 억대 연봉 계약사실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6일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은 지난해 9월 15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이 나눈 대화내용이다.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번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의 취재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7일 조선일보는 <[단독]‘김만배 녹음’ 속 대화자, 뉴스타파 돈받는 용역직이었다>에서 "외부에서 제3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처럼 신 씨를 소개했다"며 "사실 신 씨는 뉴스타파의 돈을 받고 취재 용역을 수주하는 사람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만배 음성파일' 짜깁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만배 씨가 신 전 위원장과 대화하면서 스스로를 "형"이라고 말했는데, 신 전 위원장이 나이가 더 많고 선배라는 이유에서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가 이 대목 자막에 음성 그대로 '형'이라고 쓰지 않고 '우리가'라고 바꿔놨다고 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 김만배 씨와 신 전 위원장 외 다른 사람이 동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문제삼은 김성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8일 논평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는 조작이고 왜곡이다>에서 "녹취록은 조작된 녹취록이며 그마저도 악의적으로 편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기자는 "‘김만배 음성파일’은 김만배와 신학림, 단 두 사람이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은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대화 도중 김만배 씨에게 간혹 지인 또는 후배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들과 김만배가 나눈 통화 소리가 음성녹음 파일에 일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기자는 "‘김만배 음성파일’에서 김만배 씨가 형으로 지칭하는 사람은 앞자리에 앉은 언론계 7년 선배 신학림 전 위원장이다. 유일한 예외가 10분 17초에 등장하는 ‘형’인데, 이 때는 김만배 씨가 어떤 후배와 통화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형'이라고 지칭한 경우"라며 "이 때 김만배 씨가 말한 ‘형’은 신학림 전 위원장을 지칭한 ‘형’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형’과 구분하기 위해 음성은 그대로 두되 자막만 ‘우리’로 바꿨다"고 했다.
한 기자는 "얼마나 걸 게 없으면 이런 걸 근거로 삼을까 싶다"며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이 이것을 가지고 조작, 짜깁기 운운하는 것은 그 수준의 저급함과 다급함을 보여줄 따름"이라고 했다. 또한 한 기자는 '김만배 음성파일'이 총 1시간 12분 분량이고, 뉴스타파가 파일을 입수한 시점은 지난 4일(금요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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