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여권과 언론들 사이에서 협업이 참 잘 이뤄진다"며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이 "민주당과 뉴스타파가 공작을 한 건가"라고 묻자 진 전 교수는 '권언유착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6일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은 지난해 9월 15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이 나눈 대화내용이다.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번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의 취재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왼쪽부터)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박재홍 CBS 아나운서,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

진중권 "쉰 떡밥, 선거 앞두고 터뜨린 공작"… 김성회 "뉴스타파가 공작? 음모론"

진 전 교수는 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쉰 떡밥이다. 대장동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논리적으로는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대화한 분은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고 기사를 쓰시는 분인데 이게 정말 신빙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 당시에 기사를 썼어야 한다. 이걸 들고 있다가 선거 3일 앞두고, 팩트 확인이 되기에는 짧은 시간 안에 터뜨렸다는 것은 공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상대 패널인 김 소장이 "공작이라고 하면 누가 하는 공작인가. 뉴스타파가 하는 공작인가"라고 묻자 진 전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권하고 언론들 사이에서의 뭐랄까, 협업이 참 잘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민주당과 뉴스타파가 공작을 한 건가"라고 묻자 진 전 교수는 "무슨 조직적인 공작이라기보다는 그런 분위기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저는 그럴 가능성이 너무너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저는 계속 권언유착을 지적하고 싶다. 조국사태 때, 채널A 이동재 기자 사건 때 MBC, 생태탕 때 TBS가 했던 역할들이 있다"며 "민주당과의 아주 긴밀한 협업관계 속에서 이뤄진 일들이다. 뉴스타파에서 이걸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자기들이 녹취 입수했을 때 바로 보도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6개월 전 (음성파일을)구했다고 한다면, 신학림 씨가 통화한 것 아닌가"라며 "신학림 씨가 언론노조 위원장이지 않나. 자기도 기사를 쓰는데 진짜 신빙성이 있다면 그때 보도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선거 이틀 앞두고 '공작은 아니고 공작인 것 같다'고 말한다. 김어준 씨가 한 말과 똑같다"며 "우리나라 여당과 독립대안 언론으로 오랜기간 신뢰를 쌓은 뉴스타파라는 언론사가 공작을 한다는 말을 그냥 듣고 있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김 소장은 "녹취록은 지난 금요일(4일)에 입수했다고 얘기했는데 사실관계 확인 안 하고 몇 개월 전 구한 걸 지금 와서 터뜨렸다고 말하는 건 음모론을 만드는 김어준 씨 스탠스"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대장동에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가게 만들어 준 근저에는 특수부 검사들의 소위 전관 봐주기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특수부 검사들의 자기식구 봐주기가 빚어낸 참사는 반드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화를 하며 작성한 기록. 뉴스타파 3월 6일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갈무리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가 대장동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 3천만원을 받은 사건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망을 피해갔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조우형 씨는 4년 뒤 수원지검 기소로 징역 2년 6개월 받았다.

지난해 9월 김만배-신학림 대화 내용은 11월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과 맥락이 같다. 김만배 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OO (대검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는 "조우형이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실제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을 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김만배 음성파일을 묵혀뒀다 터뜨렸다는 주장과 관련해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타파 구성원으로서도 파일이 좀 늦게 와서 선거일에 닥쳐서 기사화하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그러나 그 속에 무슨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상상은 당치 않다"고 말했다.

최 PD는 "신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것은 홈페이지의 제작진 소개란에 있고,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신 전 위원장이 직접 기사를 쓴 것이라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호칭이 맞겠지만 이번에는 직접 기사를 쓴 것이 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인터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례로 든 '권언유착' 현재 상황은

진 전 교수는 '권언유착' 사례로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재판,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TBS의 '생태탕' 보도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들 사건의 진행상황을 보면 '권언유착'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쟁점은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의 상대방이 한동훈 검사인지 여부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 사건 증거목록에 따르면 2020년 3월 31일 배혜림 당시 채널A 법조팀장과 강경석 채널A 기자(현 동아일보 기자,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자)는 '녹음 파일의 음성은 한동훈 검사'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다. (관련기사▶채널A '검언유착' 의혹, 법원 증거 채택에서 '그 목소리'는)

채널A,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해당 재판 수사기록을 보면 이날 배혜림 팀장은 강경석 기자에게 "이게 보여줬다는 녹취록"이라며 문제의 '녹취록' 내용을 공유하고 난 뒤 "누가봐도 한동훈 음성지우너('지원'의 오기로 추정)"라고 말했다. (관련기사▶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방송 전 채널A에 통째로 유출)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대해 채널A-한동훈 검사-대검 대변인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공동대응한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 수사기록에 따르면 2020년 4월 2일 배혜림 법조팀장은 강수진 보도본부 부본부장(현 보도본부장, 채널A 진상조사위원)에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보냈다. 배혜림 팀장, 한동훈 검사, 대검 대변인이 '녹취록은 없다'는 대응을 서로 논의하고 확인한 정황이 담겨있다. 또한 배혜림 팀장은 이날 사내 누군가에게 "윤석열 총장이 OO 기자 통해서 계속 물어오고 있나봐요. 음성파일요"라고 말했다. (관련기사▶'검언유착' 의혹, 한동훈-채널A-대검 공동대응 정황)

TBS 등의 '생태탕' 보도와 관련해 지난해 검찰은 오세훈 시장이 보궐선거 과정에서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오 시장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혐의 불기소처분 결정서에서 "경작인, 생태탕 식당 모자, 측량팀장 등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피의자(오세훈)가 측량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오 시장이 측량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오 시장 발언이 허위라고 해도 공격적인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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