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진창규 피디와 <무법 변호사>의 윤현호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2월 28일 시작된 tvN 월화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이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무법 변호사>의 공통점을 꼽자면 주인공들이 '안티 히어로'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가 규정되는 홍길동, 그리고 법을 이용(?)하여 불의를 단죄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변호사 봉상필. 이들은 서로 다른 시대, 각기 다른 신분이었지만, 사회 악을 일소하기 위해 스스로 '악'이 되어 사회 규범의 테두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의 정의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맞닿는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의 '정신'이 <군검사 도베르만>으로 이어진다.

군대 가기 싫다던 소년, 군검사가 되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

한 소년이 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싸움을 해서 퇴학을 ‘선택’한 소년, 그런데 그 이유가 엉뚱하다. 군대에 가기 싫어서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소년이 10살 때, 당시 군법무관이던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소년, 도배만만 생존했다. 그에게 '군대'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정규학력 없는 도배만(안보현 분) 선택한 건 사법고시. 그런데 사시에 합격해도 학력도, 가진 것도 없는 그에게 손을 내미는 로펌은 없다. 그때 로펌 '로앤원(Low&one)'의 대표 변호사 용문구(김영민 분)가 손을 내민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의 로펌에 들어오려면 군검사로 5년 동안 궂은일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 with 일확천금'을 목표로 사는 도배만. 사시를 패스했음에도 야망이 갈 곳 몰라 하고 있는 처지에서 용문구의 제안은 거절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육군 4사단 소속 법무장교가 되었다.

그렇게 도대위가 된 도배만은 이른바 용문구 변호사의 하청업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용문구 변호사의 주된 고객인 방산업체 IM디펜스 노태남 회장의 하명으로, 구산은행장을 손보기 위해 도배만이 군복무 중인 그의 아들에게 접근한다. 호의인 줄 알았던 도배만의 접근은 결국 '황제 복무 사건'이란 부메랑이 되어 아들과 그 아버지를 날린다.

드러난 사건만 보면 도배만은 노태남이 키우는 도베르만처럼, 용문구 변호사의 충직한 개이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면회를 신청한 피해자를 만나러 간 도배만, 알고 보니 그는 '학폭 가해자'였었다. 물론 용문구의 따까리 노릇이고 돈을 위해서 한 짓이었지만, 나름 도배만은 양심의 가책을 면피할 구실을 찾았던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

이렇듯 드라마는 다층적인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를 흡인한다. 앞서 <빈센조>를 통해 규범의 경계를 벗어난 안티 히어로의 통쾌한 모험담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바, <검사 도베르만> 역시 이런 <빈센조>의 계보 위에 자신을 올린다. 이런 통쾌함을 선사하기 위한 전제는 용문구 변호사와 그를 하수인으로 둔 재벌회장 노태남(김우석 분)이 깔아준다. 약과 여자, 폭력 등 자신이 가진 것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노태남, 그리고 그의 뒤처리를 맡아주는 용문구는 <빈센조>의 바벨그룹 장준우와 그의 하수인 법무법인 우상처럼 이젠 클리셰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과 거기에서 벌어지는 범죄라는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 이런 익숙한 장치를 응용한다. 또한 노태남이라는 재벌 회장에서 그치지 않고, 도배만 소속 부대에 부임한 노태남의 어머니이자 최초의 여성 사단장인 노화영(오연수 분)을 등장시키며 갈등의 폭을 넓힌다. 재벌 회장의 악당 클리셰를 넘어서, 포커페이스 여성 사단장이 악이 축이 되는 구도는 과연 어떤 것일까? 이혜영이 분했던 <무법 변호사>의 악의 축이었던 차문숙을 떠올리는 캐릭터, 노화영의 활약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

또한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있다. 도배만의 후배 검사로 등장한 차우인(조보아 분)이 도배만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법무참모 앞에서도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당찬 여성인 줄로만 알았던 차우인. 그런데 그녀가 선글라스와 가발을 쓰고 노태남과 함께 어울려 여대생을 농락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를 응징하고 납치하는 과감한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그녀가 노리는 궁극의 목표는 따로 있다. 바로 노태남. 과연 차우인이 음지의 전사로 거듭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또한 그런 그녀가 도배만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역시 <군검사 도배르만>의 관전 포인트이다.

비록 용문구의 하청이었지만, 학폭 가해자인 병장을 깔끔하게 속여 감옥행을 시킨 도배만의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또한 낮에는 멀쩡한 군검사였다가 신출귀몰 불량한 아이돌을 응징하는 차우인은 매력적이다.

연출과 작가의 전작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무법 변호사>와 <빈센조>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절차 대신, 개인의 능력과 무기로 악을 제패하는 캐릭터들의 융성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제도와 프로세스에 대한 의지와 신뢰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러한 불신이 안티 히어로의 부흥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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