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존재감이 없었던 기자는 어느새 유명인이 됐다. 기자의 이름은 한 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고, 포털사이트 인물 정보에 등록될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이 기자가 유명인이 되는 과정에는 김재철 MBC사장의 은혜(?)가 가장 컸다.

김 사장의 은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철철 넘쳤다고 할까. ‘해고’라는 치명적 징계를 내린 것에 이어 명예훼손 형사 고소, 업무방해 형사 고소, 정보통신망법 위반 고소 뿐 아니라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민사 소송 및 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난사했다. ‘김재철 퇴진 투쟁’의 대가는 참으로 풍성(?)했다.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45세ㆍMBC 보도국 기자). 그의 표정은 밝았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에서 만난 이용마 홍보국장은 “노조원들의 동력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며 환하게 웃기까지 했다. 지난 1월30일 시작된 ‘김재철 퇴진 투쟁’은 MBC 파업 최장 기록인 52일을 넘어 어느덧 MBC 파업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23일로 54일째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길어지리라 예상치 못한 파업이었지만, 파업 참여 인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법인카드 사용 내역, 청와대 쪼인트 폭로 등 잇달아 터져 나오는 김재철 사장의 의혹들이 오히려 MBC 파업 열기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

“김재철, 만신창이로 관에 실려 나갈 것”

▲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 ⓒ미디어스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이 52일을 넘어 MBC 파업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까지 오리라 예상했나?
=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면 이어진 건데 52일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노조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제일 큰 이유다. 파업 첫 날 570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200명이 늘어 770명 정도가 참여한다. 노조원도 1000명(서울 기준)에서 50명 정도가 늘었다.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큰 원동력이다.

최일구 앵커의 파업 참여, 보직 간부들의 보직 사퇴와 파업 참여 등이 놀라웠다. 그런 간부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간부들도 있는 거 같다. 김재철 사장 쪽에 있는 간부들은 여전히 변함없나? 흔들림 없는지 궁금하다.
= 특별한 변화는 없는 거 같다. 김재철 사장을 싸고 있는 그룹들은 강경 그룹들이기에 변함이 없다.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는 것은 그 사람들의 퇴진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쪽은 강경하게 나오는 거 같다. 우리는 오히려 그게 김재철 사장 본인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 쪽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취하는 거 같다. 징계, 고소, 소송, 가처분 등 앞으로 더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있나?
=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보면 회사에서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바닥났다고 본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노조 집행부를 징계하다가 멈춘 것인데 앞으로 (징계가) 진행될 여지가 있고, 추가 해고자가 나올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도 이야기를 한다. ‘언론사에서 이렇게 소송을 많이 한 거는 처음’이라고. 소송도 할 만큼 다 했고, 사실 남은 것은 직장폐쇄밖에 없는데 이건 회사가 부담을 느낄 것이다.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버티기밖에 없다. 김재철 사장이 ‘자기는 관에 실려 가기 전까지는 안 나갈 거다’라고 했는데 무조건 버티겠다는 것이다. 그것 밖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김재철 사장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거 같다. 현실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제 발로 안 나간다고 했지만 결국 지금 상황대로 간다면 김재철 사장 본인의 말대로 될 거다. 만신창이가 되어서 관에 실려 나갈 거다. 이미 김재철 사장은 그 동안 법인카드 사용 의혹이라든지 각가지 의혹들이라든지 청와대 및 대통령과의 유착으로 이미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이를 책임지는 쪽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방문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임명할 때 ‘정권의 아바타’ 노릇을 했다면, 지금은 ‘김재철 사장의 아바타’ 노릇을 하고 있다. 방문진이 MBC를 관리하는 상급 기관인데 방문진이 하는 행태는 그렇지 않다. 하수인인 것처럼 작동하고 있다.

지난해, 방문진이 자체 감사를 통해 김재우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폭로했다. 김영 감사가 세게 문제 제기를 했다. 김 이사장의 법인카드 액수는 김재철 사장이 2년 넘게 7억 쓴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였다. 그런데 얼마 전, 김재철 사장의 7억 법인카드 내역에 대해 여당 이사들은 ‘문제없다’ ‘자체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체 감사 결과를 어떻게 지켜보자는 건가. 연일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고 있는데 ‘전혀 나몰라라’는 식으로 하고 있다. MBC라는 회사가 망가지든 말든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김재철의 아바타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MBC 자체 감사는 진행 중인가?
= (회사에서) 감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계속 문제가 불거지니까 회사에서 나중에는 말을 바꿔서 ‘감사를 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그래놓고 ‘감사중이니까 방문진에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못 주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실질적으로 방문진에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생각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고, 고소, 가처분 등 8관왕으로 MBC파업의 상징 등극

개인적인 이야기도 좀 물어보려고 한다. 학창 시절, 학생 운동 해보신 적 있나?
= 87학번이다. 그 세대라면, 학생운동 안했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6월 항쟁도 겪었고, 그때 전두환 이순자 5공 비리에 대한 시위가 사회적으로 많았기에 그런 행사들에 참여했다. 하지만 학생운동 지도부로 활동한 적은 없다.

▲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 MBC 경영진이 내건 '문화방송을 곧 정상화하겠습니다' 플래카드. ⓒ미디어스
지금 노조 집행부를 다들 꺼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저하지는 않았나?
= 주저하지는 않았다. 나는 미국 연수를 갔다 왔는데 내 위 기수, 아래 기수를 볼 때 선배 중에도, 동기 중에도 연수를 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연수를 갈 대상자들이 내 아래 위로 많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조 집행부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게 1차적인 이유였다. 어찌됐든 김재철 사장 체제 아래에서 결코 함께 일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들로 진행되었기에 차라리 노조가 편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파업 돌입 이후 MBC 파업의 상징이 되었다. 해고, 고소, 가처분 등 8관왕인데 비결이 뭔가? (웃음)
= 어제(20일) 경찰서에서 형사 5건 조사 받았다. 민사로는 손해배상, 업무방해 가처분, 가압류 등 모두 8개다. 이번 파업은 아무래도 보도의 문제다. 특히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문제다. 그렇기에 이슈 자체도 공정보도 문제가 크다. 어찌됐든 기자들이 가장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태에서 기자로서 홍보국장으로서 일을 하니까 회사에서 아무래도 가장 문제 인물로 찍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막상 법적 조치들을 당하면 기자로서 흔들리게 되던데, 괜찮으신가?
=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 같다. 업무방해 문제의 경우 어차피 우리가 소송을 낼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대비하고 있었다. 명예훼손 등 나머지 소송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법적인 다툼의 여지가 많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걱정하거나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해직 언론인이 됐다. 해직언론인이 된 소감은?
= 특별한 소감은 없다. 일단 노조에 내려올 때 해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 이미 예상을 하고 예감을 하고 내려왔었고. 지금은 다만, 해직되었다가 가장 빨리 복직하는 언론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정당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동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틀림없이 이길 것이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하는 게 있다. 내가 MBC가 공인한 불세출의 전략가이기 때문에 만약 진다면 모든 직원이 해고되는, 모두 해직 언론인을 만드는 전략을 세워서 가야한다고 본다. (웃음)

해고 통보 이후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괜찮으신가?
= 집사람은 예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모르고 계셨었는데, 노조 특보에 밝혔듯이 며칠 전 찾아뵙고 이야기 드렸다.

노조 홍보국장으로서 회사 쪽의 홍보국장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 이진숙 국장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일고의 가치가 없는 거 같다. 이미 이진숙은 기자로서 사실상 죽었다. 그것만 해도 나는 이진숙 국장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잃었다고 본다. 소탐대실이다.

처음 MBC노조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차가웠던 게 사실이다. 시민단체의 반응도 그렇고. 이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 처음에 유독 MBC 파업 들어갈 때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KBS와 YTN과는 달리 유독 MBC에 대해서만 그랬다. ‘MBC너마저’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것 같고, 그런 것 때문에 오히려 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파업에 들어가니까 ‘쟤네들은 진짜구나. 진정성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열렬하게 지지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민들의 지지가 너무 높아서 부담스럽다. 이번 싸움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그 기대치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외부에서 실망을 하고 지탄의 손길을 보낼 수도 있다는 거 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싸우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쿵저러쿵 하기가 그렇지만 파업 지도부로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노조원들의 동력이 너무 좋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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