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언론 현업단체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국언론노동조합 비난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집권도 하기 전에 비판언론을 말살하겠다는 오만한 협박을 일삼는 자는 대선후보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국민의힘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언론노조는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윤 후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6일 경기도 의정부 유세현장에서 “이 사람들(정부여당) 집권하고 연장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공작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앞세우고 그 강성노조를 전위대로 세워서 가장 못된 짓을 다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며 “정치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언론인들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이 7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은 7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윤 후보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이라면서 “언론노조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막아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아무리 선거에서 표심이 중요하다고 해도, 무슨 근거로 1만 5천 명의 언론노동자를 민주당 전위대라고 하는가”라면서 “이 정도 말을 하려면 최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다 틀렸다. 윤석열 후보는 언론노조가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보도는 언론사가 하는 거지 언론노조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언론노조를 뜯어고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무슨 권리로 노조를 뜯어고치나”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언론탄압,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언론말살 DNA가 윤 후보에게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윤 후보는 발언에 대한 근거 제시하지 못한다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윤석열 후보는 정치개혁에 앞서 언론노조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는데, 언론탄압 주도 세력들이 한 말과 다르지 않다”며 “불리한 보도가 있다고 언론노조를 뜯어고치겠다고 발언한 것은 몰지각을 드러낸 것이다. 조금만 살펴보면 언론노조가 민주당과 어떤 갈등을 가졌는지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윤 후보는 진위를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하 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윤석열 후보는 ‘유리한 보도를 하면 좋은 언론이고, 불리한 보도를 하면 나쁜 언론’이라는 언론관을 보여주고 있다”며 “언론인들의 역할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누가 주체가 되어 윤 후보에게 이러한 인식을 세뇌시켰는가”라면서 “대선후보에게 언론의 역할을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윤 후보는 본인이 한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유리하면 언론자유를 말하고, 불리하면 언론노조와 언론인을 공격하는 저열한 행태에 헛웃음이 나온다”며 “언론노조를 뜯어고치겠다는 말은 집권 즉시 공영방송을 비롯한 공영언론에 또 다시 피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노골적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후보 캠프 언론계 출신 인사들 대다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수사·정보기관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에 앞장섰던 분리수거 대상자”라면서 “때만 되면 정치권에 빌붙어 떡고물이나 노리는 언론 출신 하이에나들에 둘러싸인 채 사리분별 없이 오만방자하게 허위사실이나 유포하는 자는 이미 대권 후보의 자격을 상실했다. 윤 후보는 오늘 당장이라도 공개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후보가 언론노조 비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6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지난해 9월 대화 녹취를 공개했다. 김만배 씨는 신 전 위원장에게 "(박영수 전 특검의 영향력이)통했지.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의 뿌리였다는 결정적 증거를 가진 사람이 다름 아닌 ‘언론노조’ 관계자였다”며 “윤 후보가 왜 갑자기 강성노조를 거론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는지 그 전모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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