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이힘찬 프로듀서 유가족이 요청한 공동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부한 SBS와 자회사 스튜디오S가 드라마 기획인턴 공고를 진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 30일 SBS 자회사 스튜디오S의 고 이힘찬 프로듀서가 카카오톡 메신저에 “모든 게 버겁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4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촬영이 시작된 지 20여 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해당 드라마는 극 특성상 화재 촬영 장면이 많았고, 고인의 머리맡에 ‘화재 촬영 및 CG 작업 일지’가 놓여 있었다.

스튜디오S가 언론준비생 사이트에 올린 드라마 기획 인턴 모집 공고문

지난 2일 스튜디오S는 ‘드라마 기획인턴 9기' 모집을 공고했다. 인턴들은 6개월 동안 드라마로 제작 가능한 아이템 개발을 위한 원작 발굴, 드라마 기획팀 직무 스터디 등을 하게 된다. 이는 고 이힘찬 프로듀서가 담당했던 일과 유사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노동조합(이하 민언련 노조)은 6일 성명을 통해 “진상조사는 거부하고 신규 채용부터 진행하는 행태에 비판이 나오자 스튜디오S 측은 ‘고인의 업무 과중을 호소했으니 빠르게 인재를 채용해 직원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노동자 죽음의 원인을 조사하고 문제 해결의 성의를 보여야 할 방송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그대로”라면서 “방송노동자의 죽음에 어떤 구조적 원인이 있는지 방송사들이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언련 노조는 “SBS는 고 김용균 씨 사망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현실을 주목한 보도로 호평 받은 만큼 노동인권 보도 수준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방송사 스스로 인식과 노동환경은 아직 노동 보도에서 보여준 인권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힘찬 프로듀서 유가족은 지난달 18일 SBS·스튜디오S와 1차 면담에서 공동조사위 구성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SBS는 ‘고인은 자회사 직원으로 SBS가 공동조사위에 들어갈 수 없다’고 통보했으며 스튜디오S는 ‘유가족과 사측이 성실하게 논의할 수 있지만 노조가 참여하는 건 안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가족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SBS·스튜디오S에 8일까지 참여 여부를 답변하라고 요구했다.(▶관련기사 : 누가 이힘찬 SBS 프로듀서를 죽음에 이르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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