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강조하는 보도가 시민들의 백신접종 의도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주나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와 안순태 동 대학 교수는 지난달 한국언론학보에 게재한 <코로나19 언론보도와 백신 접종 의도> 논문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백신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 226명에게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취약성’ 관련 기사와 ‘코로나19 감염 취약성’ 관련 기사를 보여준 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5점 척도로 진행됐다. ‘전혀 높지 않다’는 1점, ‘매우 높다’는 5점이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감염 취약성’ 기사를 읽은 응답자는 5점 척도로 4.05점, ‘백신 부작용 취약성’ 기사를 읽은 응답자는 3.50점을 나타냈다. “백신 부작용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감염 취약성’ 기사를 읽은 응답자는 2.50점, ‘백신 부작용 취약성’ 기사를 읽은 응답자 점수는 3.48점이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언론보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잘 보여준다”며 “결과적으로 감염 취약성을 강조한 기사를 접한 사람일수록 코로나19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졌다. 취약성이 높을수록 백신접종 의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지만 백신 부작용을 강조한 보도는 백신접종 의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높은 접종률이 요청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백신 부작용을 강조하는 기사의 파급효과는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보도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에 사용된 기사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지만 백신접종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의미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선일보 <아스트라 맞은 20·30대 의료진 85%서 이상반응> 보도(2021년 4월 1일자), JTBC <건강했던 24세 교사, 화이자 맞고 소장 썩어 사망> 보도(2021년 9월 10일자), 한국경제 <매주 등산하던 40대 가장, 모더나 맞고 피 토하며 사망> 보도(2021년 10월 14일자) 등을 자극적 기사로 꼽았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조선일보, JTBC, 한국경제 기사 화면 갈무리

연구팀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는 언론과 같은 매체의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이라면서 “물론 백신 접종률을 염려하여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저지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공중의 알권리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기사가 작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2021년 1월 영국 식약청이 ‘백신접종 후 14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후 BBC는 <보건당국, 코로나19 백신 매우 안전>이라는 보도를 했다. ‘143명 사망’에 대한 내용은 기사 마지막에 언급됐다. 연구팀은 “BBC는 백신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만큼 기사의 초점을 접종자 수 대비 현저히 적은 사망자 수에 맞추어 보도했다고 보여진다”며 “백신 부작용에 대해 무분별하게 추측성 기사를 보도하거나 자극적인 단어나 사진, 헤드라인을 사용하는 것은 국내 언론보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 같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공중보건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미디어의 순기능이 강조되고 역기능은 최소화될 수 있는 책임 있는 언론보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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