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 특파원들이 현장 취재 없이 '외신보도 받아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에서 쏟아졌다.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는 지난달 17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특파원들이 작성한 국제 부문 보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우지숙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연합뉴스의 코로나19 뉴스를 보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다 그냥 ‘어느 통신에 따르면’ ‘방송에 따르면’이라고 한다. 그 나라 방송과 언론을 베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미디어스)

우지숙 위원은 “특파원들이 아깝게 외국에 살면서 왜 그게(현장 상황이) 안 보이나 싶다”며 “왜 이런 보도밖에 못 하나. 우리가 다 알 듯 (특파원들이) 취재를 안 한다”고 말했다. 우 위원은 “뭐가 이슈고 논란인지 못 잡아내니까 취재를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관련 국제보도 중 한국과 관련된 것은 딱 하나”라고 밝혔다.

이희정 위원(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연합뉴스의 특파원 현황은 타사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인적·물적 자원의 압도적 우위에 값하는 질적 차별성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희정 위원은 특파원이 작성하는 보도는 외신 번역·단신에 그치고 있다면서 “타사 특파원은 인력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긴 호흡의 기획·분석 기사를 내보내는데 연합뉴스는 현저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매년 수백억 원의 정부구독료를 받는 연합뉴스는 39명의 기자를 특파원으로 파견했다. 국내 언론사 중 최대규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특파원 11명을 증액하기 위해 정부구독료 30억 원을 증액하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이희정 위원은 연합뉴스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심층적인 보도를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연합뉴스의 한 달 치 우크라이나 기사는 1천여 건에 이른다”며 “왜 러시아가 세계적 불안감을 조성해가는지, 왜 강대국은 동상이몽 하는지 등 사태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깊이 있는 해설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사량만 많지 사실은 굉장히 어지러웠다”고 했다.

제정임 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외신을 인용해 사건의 경과를 전달한 보도가 양적으로는 참 풍성했는데,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하는 기사는 많이 부족했다”며 “우크라이나 서부 쪽 안전지대라도 가서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밝혔다.

수용자권익위, 특파원 양성 시스템-업무 방향성 주문

이희정 위원은 연합뉴스가 특파원 양성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 위원은 “애당초 특파원들에게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지향점이 공유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근본적으로는 인력 양성 시스템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언론사는 특파원 3명~6명을 보내면서도 양성에 대한 논의하는데 연합뉴스에는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상구 위원(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요미우리나 아사히 신문 기자들의 경쟁 상대는 한국 기자”라면서 “그들은 한국 기자보다 더 많은 고급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 우리 특파원들의 기사를 보면 경쟁 상대가 일본 신문이라기보다, 일본에서 나오는 소식을 전달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용철 위원(SK 부사장, MBC 기자 출신)은 “특파원이 어떤 기사를 보내오도록 룰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리뷰가 있어야 한다”며 “연합뉴스가 국제 뉴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인식을 재설정하고, 거기에 맞게 특파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종선 위원(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연합뉴스가 해외 통신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는 현지 교민, 전문가 등을 통신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원은 총 10명이다. 이 위원은 “지역의 역사적 지식이나 언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쟁점을 끌어낼 수 있는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통신원 제도를 확대해서 활용하면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중요한 쟁점들을 끌어낼 수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회사 소개화면 갈무리

"전문성 부족,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용자권익위 지적에 대해 조채희 편집총국장은 “반드시 현지 언어가 필수인 지역들을 지정해 그 언어를 할 수 없으면 특파원으로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지역들이 굉장히 많다”며 “언어 능력을 꽤 강조해서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총국장은 “이번에 연합뉴스가 이달의 기자상을 한꺼번에 2개를 받았다”며 “사도광산 관련 기사는 기자협회에서 주는 조계창 국제보도상도 수상하게 됐다”고 했다.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한 상이다.

국제뉴스1부장 “(우크라이나 관련) 현장 르포를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특파원들을 독려 중”이라면서 “국경지대 르포를 위해 인근 유럽 특파원들을 다수 동원해 충분한 취재에 나설 계획이다. 사태를 쉽게 긴 호흡으로 설명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는 지적에도 유념하겠다”고 했다. 1부장은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배제하는 노력은 계속해나가고 있다”며 “국제 지정학적 이슈를 대할 때 역사적 근원과 함의까지 담아내는 보도에 힘쓰도록 하겠다. 해외 주요 매체를 스크린해 쟁점을 파악하고 우리 시각으로 이슈를 추적하려는 시도 또한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옥철 국제부국장은 “특파원 육성 부분은 저희에게도 큰 숙제”라면서 “긴 호흡의 기사를 주문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기사를 못 쓰는 건 기자 자체의 전문성이 그런 수준에 미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옥 부국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지역에 같은 특파원을 여러 번 내보내거나, 3년보다 더 장기간 주재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전문성은 담보되지만 반대로 사내에선 공정성 문제가 생겨서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옥철 부국장은 “가장 큰 숙제는 현지어”라면서 “스페인어 등 가능하면 전공자를 내보내 현지어 취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욕심 같아서는 모든 특파원들이 다 긴 호흡의 기사를 쓰고 현장 기사를 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현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스트레이트 기사를 실시간으로 보도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고 했다. 옥 부국장은 “앞으로는 좀 더 호흡이 긴 기사, 깊이 있고 입체적이고 차별성 있는 기사를 쓰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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