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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슈 살려, 권력에 카운트 펀치! '이털남'을 만나다[현장인터뷰]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김완 기자 | 승인 2012.03.20 23:31

SNS의 도래와 정치의 계절이 겹쳐지며, 바야흐로 ‘팟 캐스트를 위한, 팟 캐스트에 의한, 팟 캐스트의' 미디어 신천지가 열렸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제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어찌되었건 아무도 제 역할을 못하는 동안 ‘나는 꼼수다’로 대변되는 팟 캐스트 방송은 이른바 ‘적극적 객관주의’와 ‘공세적 정파성’으로 무장한 채,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을 한껏 구태의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며, ‘듣고 (물어)뜯고 즐기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세상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나꼼수’의 드라마틱한 성공 이후 많은 매체들과 또 다양한 사람들이 팟 캐스트 방송에 도전했다. 모두가 ‘나꼼수’와의 차별을 숙명으로 부여안은 채 시작된 많은 팟 캐스트 방송들은 어떤 경우에는 ‘나꼼수’와 변별되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또 어떤 이들은 ‘나꼼수의 아류’라는 야박한 평가를 끝내 넘어서지 못하며 ‘재미’와 ‘의미’ 모두에서 고투 중이기도 하다.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역시 애초에는 비슷한 시절 시작된 많은 팟 캐스트 방송 가운데 하나로 인지됐다. 김어준-정봉주-주진우-김용민으로 이어지는 ‘나꼼수’의 멤버십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예능미를 갖췄다면, ‘원 데이 원 이슈’라는 다소 고루해 보이기까지 한 정공법을 강조하며, 유난히 수염이 덥수룩해 보이는 김종배 평론가 홀로 진행하는 ‘이털남’ 구성은 뭐랄까,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에 다시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을 듣자고 꼬드기는 착한 교회 오빠의 속삭임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거의 모든 팟 캐스트 방송들이 ‘위클리’를 표방하며, 다소 긴 호흡에서 이슈와의 ‘아웃복싱’을 벌이는 동안, ‘이털남’은 ‘데일리로 이어지는 퇴근길 팟 캐스트’를 강조하며 매일 이슈와 어퍼컷과 훅을 주고받는 ‘인파이터’의 리듬감을 보여줬다. ‘나꼼수’에 대한 열광이 몇몇 사건을 경유하며 언제 그런 ‘신드롬’이 있었냐는 듯 사그라져 갈 때, 이와 대비적으로 ‘이털남’은 슬며시 그러나 빠르게 팟 캐스트의 방송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며 확산됐다. 그러다 급기야 50여 회에 이르며 죽었던 이슈를 벌떡 일으켜, 이 정권의 도덕성 자체에 카운트 펀치를 날리는 ‘대형사고’를 쳤다.   

모두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권 하에서 별 수 있겠냐는 자조와 냉소 속에 묻히는 듯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지난 11일 ‘이털남’ 49회 방송을 계기로 다시 살아있는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에 대한 집요함이 얼마나 다른 저널리즘적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털난 남자 아닌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를 만났다.

   
▲ 매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시사 문제를 전하던 시사평론가 김종배는 요즘 '이슈 털어주는 남자'로 팟 캐스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미디어스

- 모두가 부러워하는 ‘특종’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비결이 뭔가?   

“영업 비밀을 밝힐 순 없다.(웃음) 그건 아니라 아직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고, 진행 중인 터라 구체적인 경위를 말할 수 없음에 양해를 구한다. 다만, 장진수 전 주무관이 갈등  상태에 있고, 개인적으로 몹시 억울해 한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게 뭘까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용케 연결이 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장 전 주무관의 얘기는 엄청난 것이었고, 그가 털어놓은 얘기가 죽은 이슈를 완전히 살려냈다. 개인적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비밀을 털어놓을 매체의 사회적 힘과 영향력 등을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꾸준히 설득을 했다, 정도로 해두자”

- 이털남 방송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다시 이 묵은 이슈를 쫓고 있다. 최근 며칠간의 보도를 평하자면.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뭐라 말할 수준이 되는 보도는 안 나오고 있다. 이털남에서 친 내용을 따라오는 정도다. 따로, 평할 건 없지만 인용 보도하면서 ‘이털남’이라고 출처를 안 밝히는 언론의 고질병은 좀 섭섭하다.(웃음) 아직까지 조중동은 좀 소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20일 조선이 1면 탑으로 보도하긴 했지만 중앙과 동아는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좀 달라질 것이다. 검찰발 보도들이 나올 것이고, 검찰 쪽에서도 언론 플레이를 할 것이다. 그래서  진짜 상황은 지금부터라고 보고 있다.”

- 다시 드러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보면, 한국 언론의 실력과 능력에 근본적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엄청난 취재력을 갖춘 제도 매체들은 그간 뭘 했나, 어떻게 아무도 장 주무관과 접촉조차 안 했나 싶다. 

“맞다. 이털남이 특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나간 과거는 되돌아보지 않는 언론의 고질적 취재 관행이 있다. 상황이 다르니 평면 비교는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정권 들어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언론이 묻혀 있는 진실을 캐낼 의지와 열정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번 사건 역시 언론이 조금만 더 성의를 갖고 발품을 팔아 추적했더라면 이털남보다 먼저 장 주무관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장 주무관의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심 계류 중이다. 장 주무관이 밝힌 내용 중 일부는 거기 공판 자료에 있는 것이다. 그 공판 자료만 봤더라도 단서를 잡을 수 있었을 거다. <한겨레21>에서 그 작업을 좀 했었다고 들었는데, 거기에는 좀 미안하게 됐다.”

-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실체는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영호를 위시로 한 영포라인은 이미 규명이 다된 문제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엮여 있지만 거기도 몸통은 아니다. 핵심은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게 누구냐는 것이다. 이게 규명되어야 하지만, 이 부분은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컨트롤 타워를 밝혀내는 것이 실체적 진실일 것이다. 이건 검찰의 몫이다. 언론은 수사권이 없잖은가.”

- 이번 사건의 성격은 2개로 나뉜다.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단 것이 있고 이 사실이 발각된 이후 이를 은폐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그게 이번 사안의 심각성이다. 사건의 본류는 민간이 사찰에 있지만 그 불법은 이미 객관적으로 다 드러났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증거를 인멸하고 진실을 은폐하려했단 점이다. 애초에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원충연 수첩이 등장했는데 거기에 수많은 이름 등장한다. 밝혀내야 할 많은 부분은 거기서 출발한다. 과거 암행어사와 같이 명예로운 직책이었던 암행 감찰반이 이 정권 들어 왜 이렇게 변질되었는가, 이건 그 자체로 민주주의 파괴, 인권의 파괴, 정부 시스템에 대한 파괴에 대한 얘기다.”

- 결국, 몸통은 이 정부의 ‘권력’ 그 자체가 아닌가.

“딱히 말할 순 없지만, 증거 인멸과 진실 은폐 과정을 나눠서 생각해보면 민간인 사찰에서 정부의 공적 계통 무너지고 사찰된 내용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보고되었느냐에 연동될 것이다. 공적 계통이 무너진 것은 그것을 뛰어넘는 권력의 실세가 존재했단 얘기가 아니겠는가. 진실이 은폐된 것은 진실이 공개되면 그 권력이 죽고 결국 권력의 정당성 자체가 죽게되니까 전방위적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범정부적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부 들어 발생한 권력형 비리들을 보면 어떤 공통점이 보이기도 한다. 언론권력과 사법 권력을 모두 쥐고 있다는 어떤 오만함이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검찰과 조율했다’, ‘법원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증언들이 나온다. 권력은 언론은 물론 사법부까지 움직일 수 있단 일종의 자신감이 있었고, 그게 오만 방자한 과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 이털남이 제작되는 스튜디오 모습. ⓒ미디어스

- 개인적으로 여러 매체에서 시사 문제를 다뤘다, 그 중에서 팟 캐스트만의 장점을 꼽는다면

“우선은 자유롭다. 이털남은 오마이 뉴스에서 운영하지만 완전히 별개로 움직인다, 어떤 규정도 받지 않는다, 아이템 선정부터 진행과정까지 일체의 고려사항이 없고, 공중파나 제도 언론에서 고려할 요소 따위도 여기선 없다. 두 번째는 이털남이 표방한 ‘원 데이 원 이슈’의 강점이다. 일반 뉴스나 공중파의 아쉬움은 이슈를 다루다 마는 듯한, 끝을 보지 못하는 점이다. 근데 팟 캐스트는 끝을 볼 수 있다. 진행자 입장에선 매우 만족스러운 포맷이다.”

- 적은 인력 구성에서 데일리를 표방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다들, 데일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데, 그건 공중파 기준에서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공중파는 높으신 분들을 많이 부르지만 이털남은 추호도 거기에 목 매달 생각이 없다, 출연자의 지명도나 이런 걸 갖고 프로그램을 띄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오로지 이슈로 접근하고, 심층성을 높이기 위한 섭외에 주안을 두고 있다. 또한 다른 팟 캐스트와 달리 별로  재미도 없다. 예능적 소질은 없다는 건 애초부터 알았기에 고려도 안 했다.(웃음), 다만, 매일하다 보니 분량은 40분 안팎에서 맞추고 있다. 퇴근길 이동거리에 맞춘 팟캐스트 방송을 표방하는 것이다.”

- 오랫동안 시사평론을 해왔다, 지향점은 무엇인가.

“시사평론과 관련해 이털남을 하기 전부터 해왔던 생각은 언론 지형에서 뉴스의 빈 구멍이 있다는 것이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단타와 홈런은 있는데, 2루타가 없다는 것이다. 단타로 분류되는 스트레이트와 속보는 쏟아지고, 종종 홈런도 나오는데 무수한 속보 속에서 갈래를 나누고 해설하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 그게 2루타고, 한국 언론이 콘텐츠 측면에서 메워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이털남은 그걸 팟 캐스트 방송으로 구현하는 형태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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