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독일정부가 공영방송의 임무와 역할을 재정의하는 논의에 돌입한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발행하는 해외방송정보 3월호에 따르면 이달 개최 예정인 독일 주정부 총리회의에서 공영방송의 임무와 역할을 현대 미디어 상황에 맞게 재정의하는 1단계 절차가 논의되고 상반기 내로 결정된다. 2단계는 공영방송사들의 재원인 방송분담금을 안정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개혁으로 2024년 이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장성준 독일 통신원은 공영방송 개혁이 두 단계로 나뉘어 추진되는 이유에 대해 “공영방송 개혁과 방송분담금은 개별적인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16개 주정부들의 합의에 따라 공영방송 역할을 재정의한 미디어주간협약(MStV) 개정에 대한 제안이 공개됐으며 11월 29일부터 1월 14일까지 공개토론이 진행돼 2400여 개의 의견이 취합됐다.

독일 베를린 TV타워(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디어주간협약(MStV) 개정 제안서에 ‘공영방송만의 핵심 브랜드 강화’와 ‘저널리즘 기능 강화 및 지속 가능성 유지’ 등이 우선순위로 상정됐다. 정보·조언·교육·문화·오락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콘텐츠는 상업방송과 차별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 제안서에 공영방송의 임무와 채널 운영방식의 변경이 포함됐다.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추구하는 목표, 즉 ’국제이해를 높이고 유럽 통합과 주와 연방의 사회적 결속을 촉진한다‘에 ’전반적인 사회적 담론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공영방송 의무를 일부 변경하고, 공영방송사의 운영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하는 항목이 포함됐다. '오락 역시 공영방송의 임무의 한 부분'이라는 대목이 신설됐다.

공영방송사가 현재 운영방식보다 더 넓은 폭의 대중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야하고 명시했다. 콘텐츠 제공 방식의 경우 텔레비전 채널 중심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포함했다. 개정 제안서에 텔레비전 채널로 의무 운영하도록 한 내용이 삭제됐다.

MStV의 개정 제안과 관련된 토론 자료들은 3월 개최될 예정인 주정부 총리회의에 상정돼 늦어도 여름 전에는 최종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MStV 개정 제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텔레비전 채널을 줄이는 개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지역 공영방송사들이 방송분담금 일부를 ’재정 균등화‘에 따라 배분받지 못하면 어려워진다는 주장(한스-귄터 헤네케 ZDF-텔레비전위원회 위원), 공영방송 임무에 오락콘텐츠가 포함될 경우 상업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상업미디어협회)이 제기되고 있다.

공영방송 개혁 제2단계인 ’재정 조달 방식에 대한 개편‘ 논의는 방송재정수요조사위원회(KEF)가 방송분담금의 인상·인하·유지를 결정하는 현재 방식을 개편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KEF 대표 마르틴 뎃첼은 지난달 18일 연방 미디어 정책을 중재하는 라이란트 팔츠 주총리에게 2024년까지 현 방송분담금인 18.36유로(약 2만4800원) 유지를 제안한 ’제23차 KEF 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공영방송사에 지급되는 방송분담금 평가 및 분배에 관한 중간보고서 성격으로, 빠르면 올해 말부터 진행될 제 2단계 공영방송 개혁 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장성준 독일 통신원은 “독일의 공영방송 개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정당 간 견해차가 큰 상태”라며 “이견의 중심에는 공영방송 임무 재정의, 임무 수행을 위한 방법 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도 있다”며 “작센 안할트주의 경우 2020~2021년 방송분담금 인상 문제의 중심에 있었고 그 상황을 주도한 주총리가 Das Erste(제1 공영방송 채널)의 즉각적인 폐지나 역할 제한을 주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진=KBS)

KBS, 공영방송 개혁을 위한 방송법 내부안 준비 중

지난달 23일 KBS 이사회에서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은 “현행 방송법은 1988년 한국방송공사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국내 공영방송의 낡은 법 제도 개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다”며 ‘공영방송 제도의 제·개정 방향’을 보고했다.

최 실장은 “2023년은 공영방송 50주년으로 지속 가능한 KBS 정체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현행 방송법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으로 대체하는 부분을 검토 중이니 이에 대응하는 내부안을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BS에서 준비 중인 공영방송 제도의 제·개정 방향은 공영방송 책무와 목표 구체화, 공공서비스의 범위 설정, 온라인·인터넷 디지털 서비스 내 공영방송 업무 설정 등이다. KBS는 방송법 43조 ‘한국방송공사 설치’에 KBS의 설치 목적과 임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44조 '공적책임'에 유럽평의회 2007년 권고안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소관책임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46~49조 ‘이사회 설치·운영·임기·기능’은 이사회의 입장에 따라 개정범위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50조 ‘집행기관’ 개정 방향은 사장 제청방식에 국민참여방식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방송법 65~68조 ‘수신료의 결정·징수·사용’과 관련해 최 실장은 “실무진이 보기에 앞서 3차례에 걸쳐 수신료 조정안이 폐기된 이유는 ‘국회 승인’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결정방식의 부재 때문”이라며 “현재 예산 성격을 가진 수신료를 법안처리 방식으로 결정하기에 국회의원 임기 말까지 미룰 수 있는 구조가 돼버린 게 적절하지 않아 어떻게 변경할지 주된 내용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해당 안은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이사회 의결안으로 제출하거나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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