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조작해 선거 당일 투표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저열하고 황당한 음모론”이라는 주요 신문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KBS·SBS 메인 뉴스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동해시 유세에서 “재작년 4·15 총선 부정 의혹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부정할 것이 명백하다며 사전투표를 안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정부가)선거날 코로나 확진자가 수십만 명 나온다고 발표해서 여러분들 당일 날 투표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며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20대·30대 지지율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앞서는 만큼 사전투표율이 높아진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강원 속초시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윤석열 후보가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2일 사설 <윤석열 ‘부정선거 음모론’, 대선 수준 어디까지 추락시킬 건가>에서 윤석열 후보가 반민주적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가 증오와 분열의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음모론의)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저열하고 황당한 음모론에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후보가 지지층의 적극적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금도가 있는 법이다. 밑도 끝도 없이 정부가 선거 당일 부정선거를 획책할 수 있으니 사전투표를 해달라고 강변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이 미국 사회를 극단적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은 일을 목도한 바 있다"면서 "윤 후보는 근거도 없이 민주주의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는 반민주적 선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후보의 색깔론과 관련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가 표를 얻겠다고 이런 가짜뉴스를 퍼뜨려서야 되겠는가”라며 “무주택자와 저소득층을 비하하는 일”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같은날 강릉 유세에서 “(민주당은) 좌파 집권 20년, 30년을 위해선 전부 임차인이 되고 남의 집에 들어 살게 해야지, 자기 집주인이 되면 우리 안 찍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확진자 부풀려 투표 막는다"는 음모론, 터무니없다>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때문에 국민의힘 측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후보가 ‘선거 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 명이 나온다고 (정부가) 발표해서 당일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면서 사전투표를 독려한 것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유례없는 대규모 확진자 투표에다 각종 음모론도 난무하는 터라 선관위의 준비를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뜩이나 이번 대선이 치열한 접전으로 민감한 상황인 만큼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 각종 오해나 시비로 인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사설 <코로나 폭증·사전투표 불신이 대선 막판 변수다>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 위험이 있으니 사전투표를 하지 말라’는 운동을 벌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며 “확산되는 사전투표 불신을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선관위와 정치권이 서둘러 할 일”이라고 했다.

28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KBS·SBS 등 지상파는 지난달 28일 메인뉴스에서 윤석열 후보의 음모론을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KBS는 “윤 후보는 당일 투표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며, 유세 지역 곳곳에서 사전 투표를 독려했다”고, SBS는 “윤 후보는 또 박빙의 상황을 의식한 듯 3월 4일과 5일 사전투표에 적극 나서달라고 지지층 투표를 독려했다”고 전했다.

MBC는 "(선거날에) 코로나 확진자가 수십 만이 나온다고 발표해서 여러분들 당일날 투표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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