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 수를 조작해 선거 당일 투표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윤 후보는 28일 강원도 동해시 유세 현장에서 "재작년 4·15 총선 부정 의혹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 선거에서도 부정할 것이 명백하다며 사전투표를 안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면서 "철저하게 감시하겠다. (정부가)선거날 코로나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온다고 발표해서 여러분들 당일 날 투표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강원 동해시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은 극우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서울·인천·경기 등 세 지역에서 모두 '63 대 36'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러 매체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해당 수치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득표만을 분모에 넣고 백분율로 계산한 결과다. 정의당, 민생당, 무소속 등 전체 유효표를 놓고 거대양당의 세 지역 득표율을 계산하면 서울 61 대 34, 인천 58 대 33, 경기 60 대 34 등 다른 결과가 나온다.

또한 세 지역은 총 121개 선거구로 나뉘어져 있다. 조작설 주장대로 거대양당의 득표를 기준으로 각 선거구 득표율을 계산해도 도출되는 수치는 선거구마다 각기 다르며 선거구 전역의 투표수를 사전에 조작해 최종적으로 '63 대 36' 비율을 맞추는 것은 현행 선거제도에서 불가능하다. 선관위 직원, 선관위원, 선관원, 개표관리원, 참관인이 선거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기술적으로 조작이나 해킹의 여지도 없다. 이 같은 팩트체크는 조선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에서도 이뤄져왔다.

코로나19 통계 음모론은 극우 개신교 세력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2020년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의 코로나 확진자 통계가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확진자 숫자가 아닌 비율을 밝혀야 한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 수뿐 아니라 인구대비 양성 비율도 함께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이례적으로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통상 사전투표는 진보진영 참여도가 높다. 역대 대선에서 사전투표 결과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을 넘고, 윤 후보의 2030 청년세대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앞서 국민의힘은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처리한 자영업자 방역지원금, '대국민 사기술'로 규정

윤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급될 2차 방역지원금을 '대국민 사기술'로 규정하고, 금권선거 프레임 공세에 나섰다. 윤 후보는 "저와 국민의힘은 작년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실질적인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선거가 얼마 안 남으니까 선심성 예산 14조원을 만들어 새벽에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선거 앞두고 3백만원을 뿌리는 모양인데, 여러분의 혈세를 가지고 유혹하는 아주 못된 기만 사기술"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런 돈에 속으면 안 된다. 선거 끝나고 저희가 정부를 맡게 되면 실질 피해를 조사해 다 보상해드릴 것"이라며 "3백만원 받고 민주당 찍으면 여러분은 실질 피해보상을 못 받는다"고 했다.

21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추경안 처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대화에 앞서 박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정부여당의 2월 추경을 '매표 행위'라며 비판해 온 국민의힘은 지난달 돌연 소상공인 대폭 지원을 위한 추경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코로나 손실보상 50조원'을 주장하면서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사진행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단독으로 예결위를 열어 14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을 처리했고, 국회는 21일 16조 9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여야 합의처리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추경 규모 증액에 반대입장을 보인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들로부터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에 국민의힘도 본회의에서 추경을 합의해 300만원 손실보상안이 도출됐다.

다시 등장한 "서민 표 얻으려고 집값 올렸다"

이날 윤 후보는 정부가 민주당을 찍게 하려는 목적으로 집값을 올렸다고 재차 주장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 같은 주장을 내세운 바 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은 시민들이 부자되면 민주당 안 찍는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서울 아파트값 올라가고, 집을 더 줘야하는데 재개발·재건축을 틀어막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며 "유권자가, 국민이 자가보유자가 되면 자기네 안 찍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국민이 가난해야, 국민이 자기 집에 못살고 세 들어 살고 재정지출에 목을 매게 해 좌파정부가 계속 집권할 수 있도록 나라를 만든 사람들"이라며 "국민들이 자기집에 사는 걸 눈뜨고 못보고 범죄시 한다. 부자를 도둑놈 취급하는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는 지난 18일 사설 <‘집 없는 서민 표 얻으려고 집값 올렸다’는 윤석열의 궤변>에서 "윤 후보는 자칭 ‘부동산 논객’들이 늘어놓는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를 듣고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며 "이들은 집을 가지면 사람들이 보수화되고, 집값을 올려야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고, 가진 자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을 이용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일부러 집값을 잡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근거도 논리도 없는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윤 후보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 공약은 '종부세 폐지'다. 최근 윤 후보는 "20억 아파트 산다고 갑부가 아니다. 세금으로 다 뺏긴다"고 발언했다. 지난 22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30억원 정도의 집에 살고 계시더라. 종부세 92만원 냈는데 폭탄인가, 폭탄 맞아 집 무너졌나"라고 질타했다. 심 후보는 "재산세까지 다 합쳐도 4백만 원밖에 안 된다. 청년들 1년 월세만 8백만 원 낸다"며 "대통령 되시겠다는 분이 시민의 의무인 세금내는 것을 마치 국가가 무슨 약탈이라도 하는 것처럼 강도짓으로 규정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왼쪽부터)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정치개혁안, 국민 바보로 알아"… 윤석열, 정치개혁 공약 전무

윤 후보는 "민주당이 정치개혁안 내놨다. 정권교체 열망이 강하니까 이걸 정치개혁으로 물타기한다"며 "선거 열흘 남겨놓고 이런 걸 꺼내는 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나라의 주인이고 주권자인 국민을 바보취급하고 선거를 공작과 세뇌로 채우려 하는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 맡겨서 되겠나"라며 "저 말도 안 되는 정치개혁안 던져놓고 재집권 꾀하는 민주당이 (나라의)주인이 아니다. '정치개혁쇼'는 국민 기망"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다당제 정치개혁안'은 총리 국회추천제, 국회의원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확대, 대통령 4년중임제·결선투표제 개헌, 여·야·정 국정기본계획 공동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해당 개혁안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거대양당이 '위성정당' 꼼수로 민의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설립의 첫 발을 끊어 선거제 개혁을 무력화시킨 당사자다. 당시 비례대표제 확대를 반대한 유일한 정당이기도 하다.

윤 후보 공약집에는 정치개혁 관련 내용이 없다. 참여연대는 28일 논평에서 "제1야당 후보임에도 공약집과 10대 공약에 어떠한 정치개혁 공약을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킨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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