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권력구조 개편'을 주제로 열린 대선후보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정치개혁에 위성정당 꼼수와 반대로 일관해 온 국민의힘의 전력과 일맥 상통한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두 번째 법정 대선후보 TV토론회의 주제는 '권력구조 개편'과 '외교·안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다당제 연합정치' 정치개혁안 발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국내·외 현안과 맞물린 토론 주제로 이목이 집중됐다.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다당제·개헌' 약속… 윤석열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첫 번째 공통질문은 '민의 반영과 사회 갈등 조율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미래로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승자독식 구조인 35년 양당체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개헌 이전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다당제, 책임연정,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개헌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 분산, 결선투표제 도입, 중대선거구제·비례대표제 등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다당제 등을 약속했다. 전날 이 같은 내용을 정치개혁안으로 발표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심 후보와 안 후보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선거제 개혁, 각 정치세력이 실력을 연합해 발휘할 수 있는 통합정부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권력구조 개헌 담론들이 나오지만 늘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할 일, 총리 할 일, 장관이 할 일을 딱딱 구분짓고 대통령은 분권형으로 일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어젠다를 설정·관리·점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후보는 "이런 중요한 개헌 담론이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전격 제안되어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정치교체라는 프레임으로 치환하는 것은 선거전략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거 뭐 투표가 내일모레인데 이런 얘기들이 정상적인 국민들의 논의와 고민을 담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안을 통해 자신을 고립시킨다고 판단으로 해석된다.

위성정당 '꼼수', 민주당에 책임 전가한 윤석열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심 후보와 안 후보로부터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거대양당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민의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피해를 봤다. 그러나 위성정당 설립의 첫 발을 끊어 선거제 개혁을 무력화시킨 국민의힘 소속 윤 후보는 "정치쇼"라는 맞받았다.

윤 후보는 "민주당은 지난번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의당 협조를 받아 해놓고 바로 위성정당 만들어 정의당 뒤통수를 치고 배신했다"며 "선거 열흘 앞두고 (정치개혁)한다고 해 민주당은 실천하지 못하는 정당이라는 걸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가 "윤 후보가 국민의힘이 먼저 한 일을 민주당이 했다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모르고 그러는지, 알고도 일부러 그러는 건가"라며 "위성정당 한 것을 저희는 계속 사과 드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먼저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나"라고 물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이 반대했다. 이걸 패스트트랙으로 밀어 붙였다"며 "제1야당 반대를 물리치고 밀어 붙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이걸 무력화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한 것이다. 이런 무리한 선거법 개정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 27일 심재철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심 후보는 "국민의힘은 정치개혁 일체를 반대해왔다. (윤 후보)공약을 보니까 정치개혁 공약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겠다고 해 할 수 없이 (민주당과)연대해서 했는데, 윤 후보는 이런 양당체제가 그대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재차 "최소한 민주당 입장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정치신의에 반하고 정의당과의 약속에도 위배된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은 대통령 공약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당과 협의해 국민들이 국회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저는)국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선호해왔다"고 답했다.

토론 진행 중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위성정당은 국민의힘이 먼저 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른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정치거래의 산물인 위성정당 난립이 불가피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정치적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 통과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이어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훼손됐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비례대표제 확대를 반대한 유일한 정당이기도 하다.

한편 이 후보는 당론으로 정치개혁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이 진정성이 떨어지고, 법 개정 이전에도 국회의원들의 의지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다는 심 후보와 안 후보의 지적에 대해 "110명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을 발표했고, 내일이나 모레쯤 당론을 정해 입법 제안을 하게 될 것"이라며 "권력분산형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기대하셔도 좋다"고 했다.

2020년 2월 5일 미래한국당 창당식. 한선교 당 대표(왼쪽 세 번째)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창단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소야대' 극복방안으로 "헌법" 외친 윤석열… 안철수 "국회의원 경험 없어 우려"

야권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국회의원 활동을 해보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설득의 노력이 중요하다. 군대나 검찰조직이 일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며 "당선되면 180석 거대야당의 여소야대 정국이 되는데 어떻게 극복할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79석으로 집권해 거대야당을 상대했다"며 "헌법가치를 모두가 진정성 있게 공유한다면 얼마든지 협치가 가능하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안 후보는 "헌법정신에 따라 하자는 건 굉장히 이상적이고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윤 후보가)의원 경험이 없어서 우려된다"며 "헌법정신 좋지만, 실제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제가 국민통합내각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예를 들면 독선 인사,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하면 반대에 부딪친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에 포함 안 된 외부 전문가까지 다 기용하면 국민 신망을 받고, 180석 야당이라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한반도 유사 시 일본군 개입'

윤 후보는 외교안보 주제토론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한일 관계를 '동맹'으로 묶는 주장은 역대 한국정부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 현 정부의 '3불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문재인 정부 '3불 정책'은 사드(THAAD)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협의를 통해 갈등을 수습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윤 후보는 3불 정책에 대해 "폐지할 필요도 없는, 그것은 (문재인)정부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해 유사 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게 할 생각은 아닐 것 아닌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일본군이)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것을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은 각각 동맹이지만 한일 관계는 동맹이 아니기 때문에 역대 정부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거론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미국 MD 편입 문제에 대해 "(북한의)초음속, 극초음속 미사일이 개발되면 대응하는데 한미 간에 MD는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미국 MD 편입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전략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술핵 배치 주장한 적 없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자고 여전히 주장하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난 전술핵 한반도 배치를 단 한번도 주장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가 "핵공유도 말씀 하시는데 핵 자체에 대한 통제권은 미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 핵을 한반도에 가져올 수 없다"고 묻자 윤 후보는 "핵공유를 말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22일 외교안보 분야 11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한미의 노력에도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약발표 직후 중국과 미국의 비판이 연달아 이어졌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 등이 윤 후보 공약을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캠프는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는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꼴이고, 공약 발표 때도 반대했었다며 오히려 관련 보도를 오보로 규정했다.

'지워진 사람들'을 위한 심상정의 1분

심 후보는 1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고 이예람 중사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공군 여성 부사관이었던 이 중사는 지난해 성추행과 2차 가해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 후보는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님 이주환님의 호소를 전하겠다"며 "부모님들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계신다.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성폭력 가해자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는데 이 사건이 신고되고, 이 중사를 고립시키고, 2차 가해를 해 죽음으로 내몰았던 군 조직의 그 누구도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부모님들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으로 고인을 보낼 수 있도록 협력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