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대해 ‘권고’를 의결했다.

지난 4일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방송에서 진행자인 이재익 PD는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틀고 가사 중 일부를 소개했다. 이 PD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를 따라 부른 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돼요, 여러분들이 가사를 듣고 각자 떠올리는 사람이 있겠죠. 누구라고 말하면 이 방송 없어져요"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을 가리키는 것으로 판단되는 발언이다.

해당 방송과 관련해 6일 이재익 PD가 민주당 쪽의 항의로 하차했다고 밝혀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으로 선대위가 방송국에 관련 문의와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라며 항의를 인정했다. SBS 라디오센터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훼손됐다”며 하차 이유를 설명했다.

SBS '시사특공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선방심의위는 25일 회의를 열고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 심의에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0조 제2항이 적용했다. 해당 조항은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하며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특정 정당·후보자 등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정일윤 위원은 “선방심의위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심각한 사안인 것 같다”며 “시사성 오락프로그램 진행자가 특정 후보의 낙선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재익 PD 본인이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난 다음에 한 해명도 정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그러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회사 차원에서 하차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김언경 위원은 “논란과는 별개로 방송의 적절성만 놓고 봤을 때 심각한 수준”이라며 “다른 것은 풍자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DJ DOC 노래를 틀어놓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이런 사람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누구를 뽑지 말라고 지시하는 듯한 굉장히 강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동순 위원은 “이런 정도의 풍자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사람은 절대 뽑으면 안 된다’는 진행자가 할 멘트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진행자가 방송에서 하차했다고 하더라도 반복되어서는 안 될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영식 위원은 “진행자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SBS가 하차시킨 것”이라며 “그게 가장 큰 징계라는 생각이다. 만약 진행자가 하차를 안 했다면 중징계 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수택 위원은 “여야 진영을 가리지 말고 이 정도의 방송은 풍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대함이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불편함을 느낀 진영에서 강하게 방송사에 어필을 했다는 것은 심각하게 짚어야 할 문제다. 어느 진영이든지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김언경 위원은 ‘주의’, 박동순 부위원장·구본진·정영식·정일윤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김일곤·박수찬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내 다수의견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됐다. 이날 권혁남 위원장과 이나연 위원은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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