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청주방송총국이 지상파 3사와 언론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자기 반성적인 내용을 방송했다.

23일 KBS 청주방송총국의 <한끼시사>는 30분가량 '언론노동자 고 이재학 PD'를 조명했다. 이해수 아나운서는 “2년 전 노동환경 개선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던 언론 노동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이 PD의 생존싸움에 언론은 침묵했다”며 입을 뗐다. 이어 “사망 사건 이후 한 달 동안 전국권 지상파 3사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2년이 지난 지금 외롭게 외쳤던 이야기에 늦게나마 귀기울여본다”고 말했다.

23일 저녁 7시 40분에 KBS청주방송총국에서 방송된 <한끼식사>-언론노동자 고 이재학PD 편 (사진=KBS)

이재학 PD는 14년 동안 CJB 청주방송에서 일했지만 2018년 회사를 상대로 권리 보장을 요구하자 해고됐다. 이 PD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청구했지만 2020년 1심 재판부는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 PD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를 결성해 투쟁한 결과 CJB 청주방송은 이 PD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2021년 2심 재판부는 이 PD가 CJB 청주방송의 근로자였다고 판정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20년 2월 4일부터 2022년 2월 1일까지 지상파 3사 및 보도전문채널, 충북 주요 일간지를 모니터한 결과, 대부분 언론은 이 PD의 죽음을 보도하지 않거나 ‘한 지역방송사 프리랜서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식으로 익명 처리했다.

전국 지상파 3사는 사망 사건 발생 이후 한 달 동안 침묵했으며, CJB 청주방송과 보도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SBS는 2년 간 온라인 기사 1건이 전부였다. 2년 간 경향신문 24건, YTN 7건, 한겨레 6건, KBS·MBC·중앙일보·한국일보 3건, 조선일보 2건, 동아일보가 1건 보도했다. MBC충북과 KBS청주방송은 각각 13건, 14건을 보도했다. CJB 청주방송은 대책위와 합의에 이르렀을 때 한 차례 보도했다.

23일 저녁 7시 40분에 KBS청주방송총국에서 방송된 <한끼시사> (사진=KBS)

KBS 청주방송총국의 <한끼시사>에서 계희수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과연 이 노동자가 근로한 곳이 언론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조용하게 보도되진 않았을꺼다"라며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보도하지 않고 남의 치부만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은 우리가 언론에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다. 크게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욱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는 “프리랜서들을 아주 불안한 형태로 채용해 쓰고 버리는 체제는 언론사가 손댈 수 없는 주제다. 신문은 조금 자유로울 수 있지만, 신문마저도 침묵을 지켰다”며 “언론사가 지켜온 체제를 누구도 손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 앵커는 "이재학 PD는 자신이 억울해서 싸운 게 아니라 내 동료와 후배들을 이 상태로 놔둘 수 없어서 나선 것"이라며 "새로 들어온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모를 테니 끊임없이 기억을 되살려주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은 “아직도 방송사는 작가들을 프리랜서로 고용하면서 공고에 아침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이라 적혀 있다. 프리랜서의 출퇴근이 말이 되냐”고 물었다.

이 아나운서는 “공익과 윤리를 최우선 가치라고 주장하던 많은 언론이 고 이재학 PD의 죽음에 침묵했다. 언론의 성역은 언론이었냐”며 “관행을 깨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 고인의 뜻은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풀지 못한 숙제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 언론이 이 PD의 죽음을 기억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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