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대선후보 '배우자 리스크'가 집중적으로 보도되던 시기,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 관련 의혹을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보다 10배 넘게 다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종편 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김혜경 관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2분(71%), 김건희 관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분(7%)이었다. 김건희 관련 의혹보다 김혜경 관련 의혹을 다루는 데 10배 넘는 시간이 할애된 것이다.

지난 9일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공무원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저녁 KBS <뉴스9>가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추가 근거를 확보해 보도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이 재점화됐다.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대선후보 배우자’ 관련 방송시간 분석(2/10~2/15)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기간 5일 동안 TV조선은 김혜경 의혹에 대해 71분 김건희 의혹 11분, 채널A는 김혜경 의혹 52분 김건희 의혹 3분, JTBC는 김혜경 의혹 10분 김건희 의혹 3분을 할애했다. 김혜경 의혹을 40분 다룬 MBN은 김건희 의혹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TV조선과 채널A는 김혜경 씨 보도에서 ‘의혹’에 중점을 둔 반면 김건희 씨는 ‘행보’만 전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경우 김건희 씨 행보를 전하며 차림새를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양적으로 10배 넘게 차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보면, 김건희 씨는 근황 위주로 김혜경 씨는 의혹 위주로 보도했다”며 “김건희 씨 관련 행보 중 극동방송국에서 목사님을 조용히 만났다고 하던데 정작 TV조선은 마스크 무늬, 스카프 색상, 운전, 동행자 여부 등까지 전혀 뉴스 가치가 없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신 처장은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외에도 허위 경력, 대가성 협찬, 논문표절, 모친의 사문서위조 공모 의혹 등 많지만,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거나 검증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뉴스타파에서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보도가 나온 2020년 2월 17일부터 1년 9개월가량 모니터한 결과, 중앙일보 14건, 한국경제와 TV조선 18건 등으로 한 달에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면서 “한겨레만 55건으로 중앙일보는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TV조선 2월 15일 <보도본부 핫 라인> (사진=TV조선)

같은 기간 종편 4사의 대선후보 공약·행보 관련 방송시간은 매우 적었다. 종편 4사 평균 167분(29.9%)으로 대선 관련 방송시간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28분(19.3%)과 33분(22.1%)로 종편4사 평균보다 적었다.

공약·행보 대담도 양당 후보에게 집중됐다. 거대양당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의 공약·행보 대담은 종편4사 평균 28분(5.1%)에 불과했다. 채널A는 양강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의 공약·행보 대담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신 처장은 “종편 외에 신문도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다루는 비율이 10건 중 1건에 불과해, 정책과 공약 실종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후보 사생활, 이력 검증에 치중하는 모습인데 그조차도 배우자별로 극심한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행자 김어준은 “언론들이 정책 실종, 비호감 대선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정책보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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