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KBS 강릉방송국과 춘천방송국에서 일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 A 씨가 KBS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A 씨가 KBS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고 판정했다.

(사진=KBS)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패소 결정을 내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는 KBS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KBS 직원이 아니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했다”며 “A 씨가 실질적으로 KBS에 전속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프로그램에 대한 건별 대가로 받은 급여는 노동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고, 출퇴근시간이 KBS가 편성한 방송스케줄에 따라 정해졌고, 휴가일정도 관리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KBS의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A 씨가 2015년부터 2년 넘게 일했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 KBS가 신규인력을 채용했다는 이유로 A 씨를 업무에서 배제한 것 역시 ‘부당해고’라고 봤다.

A 씨는 2015년 KBS강릉방송국과 출연계약을 맺고 날씨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이듬해부터 아나운서 테스트 및 교육을 받고 TV·라디오 뉴스와 음악프로그램을 매일 진행했다. 2018년에는 춘천방송국이 주말 당직자 파견을 요청해 4달 동안 평일엔 강릉, 주말엔 춘천에서 근무했다. 2018년 12월부터는 춘천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TV뉴스 진행을 맡았다.

또한 A 씨는 방송국 견학을 돕거나, 회사의 개국기념식이나 종무식에서 사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KBS는 2019년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A 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A 씨는 2019년 10월 KBS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를 대리한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정규직 아나운서와 프리랜서 아나운서 업무는 구분되지 않는데, 지상파 3사는 소위 어린 아나운서들과 굳이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고 시간이 지나면 내보내는 관행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법원에서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정규직 아나운서와 차이가 없는 근로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앞서 PD나 작가 등 다른 직군은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례가 있었지만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직접 민사법원에서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공영방송 KBS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뉴스영상편집, 뉴스PD, 그래픽 종사자 등 전국적으로 250명 정도가 불법파견으로 KBS와 소송하고 있고 소가도 500억 정도가 된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왜곡된 근로감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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