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일본 공영방송 NHK가 TV수신료를 내지 않는 시청자에게 인터넷으로 프로그램을 전달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텔레비전 시청 가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NHK가 ‘인터넷 수신료’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9일 “NHK는 4월 이후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인터넷으로 전달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조사한다”며 “수신료에 의지하는 NHK에게 텔레비전을 갖지 않은 인구 증가는 장래의 경영 위기로 직결된다. 이번 실험은 '인터넷 수신료' 도입의 디딤돌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2월 9일자 산케이신문 <‘넷 수신료’ 도입에 포석인가 NHK ‘텔레비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 전달 실험> 보도

NHK는 올해 4월 이후 최대 30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서 3개월에 걸쳐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대상이나 방법을 바꿔 복수회차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는지 조사한다. 기존에 NHK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NHK 플러스'는 수신료를 내는 사람들만 이용 가능했다. 텔레비전이 없는 사람이나 미계약자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NHK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없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8월 NHK에 ‘NHK 플러스 개방시범시험’ 실시를 요청했고, 마에다 아키노부 NHK 회장은 두 달 뒤 기자회견에서 “내년 4월부터 시범시험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총무성은 1월 11일 실험을 인가하며 방송콘텐츠 전송비로 2억 엔(약 21억 원)을 배정했다.

산케이신문은 NHK가 실험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텔레비전 시청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제72회 NHK 홍백가합전’ 2부의 평균 가구 시청률은 34.3%로 과거 최저 시청률 37.3%를 밑돌았다. 반대로 ‘NHK플러스’는 1월 7일까지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68만 명이 홍백전을 봤다.

또한 2022년도 NHK 예산안에 따르면, 수신료 수입은 2020년도 결산액보다 194억 엔(약 2,2021억 원), 2021년도 전망치보다는 40억엔(약 417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창현 일본 통신원은 공영미디어연구소의 '해외방송정보 2월호'에서 "NHK는 수신계약을 스마트폰 이용자로 확대하기 위한 실증실험을 추진한다"며 "NHK가 내세운 명목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는 의의와 역할을 검증하는 사회실증 실험을 실시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을 둘러싸고 일본에서는 NHK가 ‘인터넷 수신료’ 도입을 염두에 두고 실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에다 NHK회장은 “인터넷 수신료를 전제로 한 실험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며 총무성으로부터 실시를 요구받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방송법에 정통한 릿쿄대학 사회학부의 사가와 코케이 교수는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인터넷 수신료를 도입하기 위해 높은 장애물이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예산도 필요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전달은 방송법이 정하는 NHK의 본래업무가 아닌 방송을 보완하는 위치에 있어 예산에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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