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KBS1 TV에서 방영된 <시사기획 쌈 -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의 한 장면이다.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는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기독교와 정치’, 이 둘의 관계를 조명했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일부 보수 목사들은 교회 설교에서 "기독교인인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고 이 때문에 일부 목사의 경우 선거법 위반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목사 역시 공공연하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며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내각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이란 신조어가 생겼고 ‘장로’ 대통령이 수년간 출석했던 소망교회는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중 하나인 소망교회는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이상득 국회부의장,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의원 등이 '신자'로 있는 유명교회다. 유력 정치인들이 소망교회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망교회 장로 되기가 국회의원 당선 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시사기획 쌈>은 이번 4.9 총선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독사랑실천당’의 정치 참여 문제도 함께 보도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기독교인 둘 중 하나만 이 당을 찍어 350만 표가 되면 우리는 원내 교섭 단체로 갑니다"라며 비례대표에 출마했지만 비례대표 획득 가능 득표율인 3%에 미달한 46만여 표를 얻는데 그쳐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4년 뒤 다시 도전한다는 뜻을 확고히 하며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권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사랑과 자비가 기독교 본래의 정신임에도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독교는, ‘정치에 참여함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는 보수 집단’이란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일부 사례를 보면 기독교가 얼마나 보수적이며 이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보수 기독교인들은 ‘종교인 과세 논란’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적으로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고, 노무현 정부가 사학법 개정을 추진 할 때 목사들은 ‘사학법이 개정되면 학생들에게 종교적 신념을 전해 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삭발을 거행하기도 했다.

대형교회를 둘러싼 논란 또한 '뜨거운 감자'다. 대형화, 거대화되는 한국교회가 권력과 정치에 연관되어 사회의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종교와 상관없이 교회에 와서 두 손 모아 예배드리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이런 요인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는 예수의 헌신과 아가페적 사랑에 기초한 정신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점점 보수화, 정치화 되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는 사람들의 상처를 감싸 안아주고 사회의 어두운 자들을 보살펴야 할 ‘포용’을 잊은 듯하다.

기독교는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기독교의 근간인 사랑을 실천해야 함이 더 옳다. 정치에 참여하고 권력을 얻음으로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보단, 그들의 삶속에서 기독교가 지닌 사랑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방송 마지막 장면에서는 ‘십자가의 길’이란 찬양이 나오며 한국 기독교를 향해 이렇게 묻는다.

“고개를 낮출수록 높아진다는 진리를 위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기도를 한다. 정치에서 길을 묻는 교회는 높아지고 있는가 낮아지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섬기고 있는가 섬김을 받고 있는가”

예수는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대가로 십자가 형벌을 혹독하고 고되게 치러야 했다. 한국의 기독교는 십자가 형벌을 지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한 예수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지,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나 역시 묻고 싶다. 한국의 기독교는 정치가 아닌 ‘십자가’를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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