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노사가 더불어민주당 항의 후 라디오 진행자가 하차한 사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시청자위원회 자문을 받기로 했다. SBS 노조는 진행자 복귀와 청취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SBS는 11일 오후 3시 노사가 참여하는 방송편성위원회를 열고 해당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사측에서는 박정훈 사장과 라디오센터장, 라디오1CP, 라디오 콘텐츠 팀장, 편성기획팀장이 참여했다. 노조 측에서는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위원장과 부위원장, 공정방송위원장, 라디오 조합원 2명이 참석했다.

SBS 노조는 라디오 진행자인 이재익 PD의 발언이 권력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비판이고, 특정인을 지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공정성 훼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 PD의 발언이 문제의 소지가 있더라도 진행자를 하차시킬 만큼 위중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했다.

SBS 사측은 이 PD 발언이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낙선 운동처럼 보였기 때문에 하차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자체적으로 이 PD 발언이 공정성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고, 선거 국면이기 때문에 시급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번 사안이 방송편성규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SBS 방송편성규약은 ‘방송독립, 언론자유, 제작자율성에 대해서는 제작책임자가 자의적 판단을 하면 안 된다’ ‘제작종사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이 PD의 진행자 복귀 ▲청취자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 중 재발방지책 마련만 수용했다. 노조는 편성규약에 근거해 시청자위원회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SBS 시청자위원회는 23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사측은 “선거 시기라는 긴급성 때문에 하차 결정이 시급했다”며 “추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시 라디오 편성위원회를 거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는 라디오센터장, 라디오 3CP, 대상자가 참여하는 곳에서 최소한의 논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노조는 긴급한 상황이라도 노사가 참여하는 라디오 편성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PD는 지난 4일 방송에서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아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 가사를 소개하면서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6일 이 PD는 개인 블로그에 민주당 측의 항의와 요구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7일 민주당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DJ가 방송 중 이재명 후보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 이런 표현을 썼다”며 "특정 후보를 찍어라, 찍지 말라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으로 선대위가 해당 방송국에 관련 문의와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라고 했다.

SBS 라디오센터는 입장문을 통해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며 "이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되었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성명을 내고 “가사 한 구절에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 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민주당 측의 항의를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로 규정하고, 정치권의 항의에 진행자를 교체한 사측을 비판했다.(▶관련기사 : SBS 노조 “집권여당의 왜곡된 언론관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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