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종합편성채널 4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조건 중 하나인 ‘공정성 외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4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복수의 외부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 책임·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매년 1월 31일까지 방통위에 제출하고 방송사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것’이라는 조건을 부과했다. 종편 4사는 지난달 말 홈페이지에 외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JTBC·MBN 사진출처 = 연합뉴스, 채널A 사진출처 = 연합뉴스TV, TV조선 사진출처 = 미디어스

JTBC는 한국방송학회, 미디어인권연구소에 평가를 의뢰했다. 방송학회(책임연구원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 방영된 뉴스룸·썰전 라이브·정치부 회의·스포트라이트 등 보도·시사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방송학회는 “JTBC 프로그램의 공정성은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전체적인 객관성 평균점수(5점 만점)는 4.92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방송학회는 “전문가 평가를 진행한 결과, JTBC 공정성은 다른 종편채널에 비해 우수하게 평가된다”며 “다만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이바지’에 대한 역할에 있어 다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방송학회는 “보도 원칙을 명확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뉴스 채널의 이미지와 상징성이 채널 자체가 아니라 특정인(손석희)으로 대체되어 버리는 것이 갖는 위험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학회는 JTBC에 ▲윤리강령, 실천요강, 보도준칙 내재화 ▲내부 모니터링, 뉴스 품질평가 실시 ▲체계적인 저널리즘 윤리교육, 전문성 교육 실시 등을 제안했다.

미디어인권연구소(책임연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JTBC 내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미디어인권연구소는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모니터 요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공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모니터링 지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보도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인권연구소는 JTBC가 사실 전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디어인권연구소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지적된 사안들은 자막 불일치, 수치 오류 등 비교적 가벼운 사안들이었다”며 “하지만 보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디어인권연구소는 “범죄 보도, 성폭력 보도에서 상세한 묘사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향후 보도과정에서 이 점을 참고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N의 노회찬 전 의원 타살설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시사 프로그램, 경쟁과 갈등 부추겨”

MBN에 대한 평가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가 수행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책임연구 전희락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MBN 보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MBN 뉴스·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다양성·공익성·사회적 책임 등을 5점 척도(최하 1점~최대 5점. 3점이 보통)로 조사한 결과 모두 3점을 상회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는 “MBN의 뉴스 프로그램은 MBC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다양성 차원에선 MBC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는 “사회적 책임 점수는 3.7점을 기록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면서 “다만 공익성과 공정성(각각 3.39점)은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는 저널리스트 교육을 통해 공정성·공익성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는 “시청자와 함께하는 정신 교육을 위한 워크샵이 개최돼야 한다”며 “뉴스·시사 프로그램 제작을 대상으로 MBN 저널리즘 원칙을 합의하고, 이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역언론학회(책임연구 이만제 원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성인 642명을 대상으로 MBN의 방송법 준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범죄를 조장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3.67점으로 가장 높았고, ‘국민 화합에 이바지한다’는 항목이 3.32점으로 가장 낮았다.

또한 지역언론학회는 전문가 20명에게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맡겼다. 20개 항목 중 13개 항목은 3점 이상이었으나 7개 항목은 3점 미만이었다. ▲차별 없는 서비스 제공 ▲보편적 교육 제공 ▲갈등 조장 ▲국민화합 이바지 ▲조화로운 국가발전 이바지 ▲민주적 여론형성 이바지 ▲소수집단 이익보호 등 항목은 2.85점~2.95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언론학회와의 인터뷰에서 MBN 시사 프로그램이 정치편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연자의 막말도 문제로 꼽혔다. 전문가 A 씨는 “MBN은 고 노회찬 의원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타살설을 보도해 법정제재를 받았다”며 “MBN은 근거 없는 극단적 주장을 무책임하게 보도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선정적 방송을 했다. 공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 B 씨는 “MBN 시사 프로그램은 이슈 다양성이 떨어지고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며 “국민적 화합에 기여하지 못하고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채널A 선거구별 선거보도량 (사진=채널A 공정성 평가 보고서 갈무리)

재·보궐 선거보도, 지역 불균형…“지역유권자 소외될 수도”

채널A 평가는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와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 연구소가 맡았다. 고려대 연구소는 채널A의 지난해 재·보궐 선거보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채널A 보도는 균형성 면에서 양적 중립, 기계적 중립이 잘 실현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역별 불균형이 있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 선거구와 지역 후보자에 관한 보도는 부산시장 선거 외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연구소는 “이러한 보도 양상은 지역 시청자 및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고, 재·보궐선거를 특정 지역의 이벤트로 인식하게 한다”며 “지역유권자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고려대 연구소는 채널A 취재원이 후보자·선거캠프 관계자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러한 보도는 유권자에게 분석적 메시지보다는 의견과 감정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연구소는 채널A 팩트체크 뉴스 ‘팩트맨’의 공공성 준수 여부를 진단했다. 이대 연구소는 ‘팩트맨’이 취재 과정을 상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팩트맨 보도 중 검증 대상의 출처가 기입된 경우는 44.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팩트맨은 기사 수정 내역, 근거자료 링크를 첨부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연구소는 “한국 언론의 투명성에 대한 낮은 인식과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팩트체크 뉴스는 일반 보도보다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팩트체크 뉴스 기준에 맞도록 개선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대 연구소는 “팩트맨은 IFCN(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이 제시하고 있는 요건과 비교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팩트체킹을 통해 검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주제와 내용을 종종 다루고 있는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 연구소에 따르면 팩트맨이 다룬 주제 중 23.8%는 상식, 건강 등 흥미 위주의 내용이다.

지난해 9월 25일 TV조선 강적들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대장동 의혹 보도량, KBS·MBC 2배

TV조선 평가를 맡은 한국미디어경영학회(책임연구 홍성철 경기대 교수)에 따르면 TV조선의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보도가 KBS·MBC보다 2배가량 많았다. TV조선의 대장동 관련 보도는 89건, KBS와 MBC는 각각 47건·44건이다. 고발사주 관련 보도는 TV조선이 가장 적었다. MBC 15건, KBS 11건, TV조선 9건 순이다. 미디어경영학회는 “상대적으로 야당·야권에 우호적이고, 정부·여당·여권에 불리한 아이템이 더 많이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방송학회(책임연구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해 1월·4월·7월·10월 방영된 TV조선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TV조선이 KBS·MBC보다 여권 비판 아이템을 다수 선정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가 방송한 야권 우호적, 정부·여권 비판적 아이템은 48.4%였다. KBS ‘사사건건’, MBC ‘뉴스외전’은 각각 25.5%, 18.9%였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방송 중 야권에 우호적인 내용은 44.8%였다.

방송학회는 “TV조선 시사논평 프로그램은 KBS, MBC에 비해 비판기능이 강하다”며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와 ‘보도본부 핫라인’은 정치, 코로나19, 선거, 대장동에 집중했다. 반면 KBS ‘사사건건’, MBC ‘뉴스외전’, JTBC ‘정치부 회의’는 유조선 나포, 경제 이슈, 고발사주 의혹 등 다양한 이슈를 오프닝 이슈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송학회는 “TV조선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여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비해 환경감시 기능에 집중한 것”이라면서 “다른 방송은 아이템의 다양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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