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언론이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꼽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부동산 보도가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10명 중 6명은 부동산 보도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언론재단 연구팀은 “언론은 현상을 단편적으로 드러내 불안감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투기 분위기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재단은 8일 발표한 ‘부동산 보도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부동산 보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4%(매우 그렇다 29.7%, 비교적 그렇다 54.3%)는 부동산 보도가 부동산 시세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재단이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을 물은 결과(중복 응답) 정부 74.1%, 정치권 67.1%, 투기자 60.0%, 언론 45.5% 순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임대인과 건설산업계는 각각 37.6%, 30.4%다. 연구팀은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 책임이 정부와 정치권에 있지만, 투기자나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보도 유통 경로에 따른 신뢰도를 5점 척도(최저 1점·최대 5점, ‘보통’은 3점)로 조사한 결과, 지상파방송이 3.41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도전문채널(3.30점), 종합편성채널(3.12점), 인터넷 포털(3.06점)이 3점을 넘었다. 경제신문·진보신문 신뢰도는 각각 2.94점, 2.67점이다. 보수신문 신뢰도는 2.55점으로 유튜브(2.58점)보다 낮았다.

부동산 보도 저널리즘 품질을 평가한 결과, 응답자 63.4%는 “뉴스 취재원이 다양하지 않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이 11개 저널리즘 원칙 준수 여부를 물은 결과, 신속성(3.00점)을 제외한 모든 항목이 3점을 밑돌았다. 투명성이 2.43점으로 가장 낮았다. 평균 점수는 2.74점이다.

응답자 59.1%는 “부동산 보도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42.6%는 “부동산 보도가 정부 정책에 대한 올바른 비판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응답자 중 다수는 부동산 보도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보도의 유형별 문제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부동산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물은 결과, 응답자 65.4%는 “서울 강남 3구 위주의 보도”가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법을 제시하는 보도” 60.1%, “광고성 보도” 56.8%,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하지 않는 보도” 55.2%, “부동산을 자산 가치로만 보는 보도” 53.4% 순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보도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라고 물은 결과 51.74점이 나왔다. 부동산 보도 점수는 전체 언론에 대한 점수(52.12점)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신문을 보수신문(조선·중앙·동아)-진보신문(한겨레·경향)-경제신문(매일경제·한국경제·서울경제)으로 구분하고,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동산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서울과 강남에 집중된 지역 편중 현상, 정부·국회·정치인 위주의 취재원 활용, 자극적·선정적 용어 사용 등은 신문 유형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유사성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제신문과 보수신문은 대체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보이고 있었다”며 “정부 대책 중에서도 세금 부담 증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반대로 진보신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져올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를 전망하고 있었고, 부동산 문제를 주거 복지 및 사회적 경제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언론이 사회적 투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특정 재건축 단지가 정부의 규제를 피했다는 소식,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가 로또 청약에 해당한다는 소식,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에 대한 투자 기회 등을 기사화했다.

서울시청 기자실 전경 (사진=연합뉴스)

"주거 안정 강조하는 기사 쓰면서 시장 기사도 작성"…"가치관 혼란"

종합지 기자 A 씨는 연구팀과 인터뷰에서 “디지털로 기사를 많이 유통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부동산에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돼 있지만 (부동산 기사가) 클릭 수가 높게 나와 기사량을 줄이지 않는다. 시시콜콜한 시장의 흐름을 매일 중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종합지 기자 B 씨는 “서민의 주거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정책 기사를 쓰면서 동시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식의 시장 기사도 써야 한다”며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고 토로했다.

전 방송기자 C 씨는 “한국언론을 보면 강남 아파트 가격 기사만 쳐다보도록 만들고 있다”며 “언론이 의제의 폭을 넓히고, 균형감 있게 보도해준다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B 씨는 “부동산 기사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페이지뷰를 올리겠다는 생각, 자사가 진행 중인 부동산 사업에 기사로 도움을 줘야겠다는 부정적인 생각 등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활동가 D 씨는 “(언론은) 지금 집을 사두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조장한다”면서 “패닉바잉이 일어나고 영끌,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 마치 홈쇼핑 하듯 곧 매진, 완판일 것이라고 분위기를 조장해 (20대~30대가) 부동산 구매에 나서나 매물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부동산 보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편적 시세 중계식 보도 지양 ▲전문적·심층적 보도 지향 ▲취재원 다양화를 통한 폭넓은 관점 제시 ▲특정 지역 편중 보도 지양 ▲자극적·감정적 표현 자제 및 신중한 용어 선택 ▲자사의 경제적·정파적 이익보다 국민 이익 우선 등을 제안했다.

최진호·이현우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이 책임연구를 맡았고,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와 김수정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가 공동연구했다. 보조연구자는 김하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언론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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