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심층 보도를 찾아볼 수 없으며 특파원들이 기후위기 관련 보도를 취재가 아니라 외신 번역으로 대신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후위기 보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희정 위원(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모니터를 할 만한 기사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기후위기 기획성 보도는 단 1건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진=픽사베이)

이희정 위원은 지난달 19일 자 <환경 탐구생활 ① 다회용 컵이 친환경이라고?…'그린워싱' 주의보> 기사에 대해 “전형적인 기획성 스트레이트 구조”라면서 “기후위기를 다룰 땐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세게 이야기를 하면 좀 ‘게으른 기사’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연합뉴스에는 기후위기를 다루는 별도의 팀이 없어 보인다”며 “편집국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국내외 언론의 사례를 참고해 기후위기 관련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한겨레는 '기후변화&'이라는 섹션을 만들어 기후 관련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홈페이지 전면에 ‘기후위기 시계’를 게시했다. 기후위기 시계를 클릭하면 ‘클라이밋 클락’이라는 기후위기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된다. CNN은 call to eatrh, 2 degrees 등 기후위기 섹션을 만들어 관련 보도를 모음 제공한다.

윤용철 위원(SK 부사장)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국내의 정서와 인식이 갈라져 있다”며 “누군가는 이 문제를 건드려 주고 여론이 한곳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아줘야 한다. 국가기간통신사를 자임하는 연합뉴스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위원은 “별도의 팀, 섹션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논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제정임 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연합뉴스가 대선후보들의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집중 조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 위원장은 “대선 국면인데 기후위기라는 시대적인 문제를 놓고 각 정당, 후보에 무슨 대책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사회적인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라면서 “그런 게 안 보인다. 연합에 기대하는 거에 비해서 좀 미흡한데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제 위원장은 기획으로 '기후 대선 연속 토론회'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특파원, 번역 아니라 심층 기사 썼으면"

연합뉴스의 특파원들이 기후위기 이슈와 관련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지숙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해외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싣는 것보다는 전문성 있는 자료나 취재를 통해 발굴하는 것이 좋겠다”며 “특파원으로 가신 분들 뭐 하고 지내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물론 다 바쁘겠지만 현장에 가지 않고 번역해서 기사를 낼 거면 굳이 해외에 안 가도 되지 않냐”고 지적했다.

우지숙 위원은 “예를 들어 가디언지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면, 왜 직접 그 근처에 가서 사진 한 장이라도 찍지 못할까, 아니면 관련된 보완 취재를 하지 못하고 인터뷰이 한 명 더 찾아내지 못할까 하는 것들”이라며 “심층적인 취재를 찾아보기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종선 위원(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특파원이 단순하게 자료나 뉴스 클립을 번역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가서 좀 듣고 심층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 위원장은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일로 바쁠 수도 있지만 이제 기후위기가 주는 시대적인 심각성을 생각하면 업무의 우선순위를 좀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사진=미디어스)

연합뉴스 측은 기후위기 관련 보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채희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은 “기후위기에 우선순위를 크게 두고 취재하진 않았던 것은 맞다”며 “이제는 심층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락 콘텐츠책무실장은 “연합뉴스에 기후위기 섹션이 없었던 것도 맞고 기획 시리즈도 체계적으로도 나간 적이 없는 것도 맞다”며 “점검하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 총국장은 “조직 문제에 있어서 당장 금방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인지는 모르겠다”며 “(성과가) 몇 달 안에 금방 나올지에 대해선 걱정이 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국제뉴스1부 측은 “특파원의 현장 취재와 전문성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연합뉴스의 최우선 과제이자 임무 중 하나”라면서 “기후위기 관련 기사가 외신에 의존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에 동감한다. 인력 부족, 업무 과다라는 만성적 제약을 차치하더라도 기후위기와 관련한 취재의 현장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채희 총국장은 “특파원들의 주요 기획 아이템 중 하나가 기후위기 관련이 될 것”이라면서 “기후위기 기사가 연합뉴스 특파원이 공적 기능을 다하는 중요한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