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만나 8일까지 야권연대 협상을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8일 저녁엔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에게 12석 정도를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었으나 경선을 치를 지역구 숫자를 두고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인 현재 양당은 아직 협상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양대표간 회동이 다시 한번 성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권연대를 약속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는 진보신당의 야권연대 참여여부다. 3월 9일 오후 진보신당 측은 이정희 대표의 진보신당 관련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브리핑을 냈다. 진보신당 측은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 종종 진보신당의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 진보신당은 양당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를 만나 진보신당 입장에서 살펴본 그간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 민주통합당에서 야권연대 협상에 들어오란 제의가 왔다고 들었다.
“그게 좀 황당했다. 양당이 8일 시한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하지 않았나. 그 전날인 7일 저녁에 진보신당의 참여여부를 타진하는 연락이 왔다.”

- 그 전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나?
“없었다. 그리고 그 연락은 자신들이 만든 협상 테이블이 8일 타결이니 그 틀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럴 수는 없고 우리랑도 제대로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회신을 보냈다. 그 후에 다시 연락이 없다.”

- 언론에선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에게 협상과정에서 진보신당도 데려올 것을 요구했다고 보았는데? 진보신당 측에서 먼저 접촉할 생각은 없었나?
“우리에겐 아예 채널이 안 열려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그랬다. 사실은 얼마 전까지는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이 채널을 안 열었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을 하고,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을 하고, 당 내부에서 공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던 거다. 게다가 당시까지는 굳이 야권연대 안 해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단 생각도 했을 테고. 최근 여러 가지 사건으로 새누리당과 지지율이 뒤집히니까 야권연대 다시 하자고 나온 거 아닌가.”

- 그럼 당시 통합진보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진보신당 얘기를 꺼낸 건 무슨 상황일까?
“협상할 생각이 없었던 거다. 통합진보당과도 협상을 할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자꾸 협상을 걸어오니까, 그걸 회피하는 수단으로 ‘진보신당은 왜 안 데려오느냐’고 했던 거다. 근데 상황이 변해 새누리당과 지지율이 뒤집히지 않았나. 게다가 통합진보당이 협상 안 하면 수십 군데에 후보내서 다 떨어뜨려 버리겠다고 후보 출정식 수준의 기자회견을 하고. 그러니까 이제 협상에 나선 거지. 원래 진보신당이 안중에 있던 건 아니었다.”

▲ 진보신당 연대회의 로고
-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이 진보신당도 데려오라고 하면 뭐라고 그랬나.
“진보신당은 야권연대할 생각이 없다거나, 진보신당은 우리가 정리할 수 있으니 일단 협상테이블로 나오라는 식으로 말했다.”

- 그런 얘기를 풍문으로 전해들었나? 아니면 언론보도로 나왔나?
“언론보도로 나왔다. 우리에겐 아무런 채널이 없어 풍문이 들려오지 않는다. 언론보도를 보고 다들 알고 분개했다.”

- 진보신당이 야권연대할 생각이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란 건가?
“그렇다.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논의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통합진보당측 발언을 보고 진보신당측은 분개해서 논평을 냈다. 몇 번이나 밝혔다. 정책/가치 중심의 야권연대를 하면 그 틀안에 낄 수 있다고 말이다. 홍세화 대표도 매체에서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밝힌 것으로 안다.”

-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이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 협상 타결을 하면서 진보신당도 끼워 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통합당이 특별히 우리의 지지가 필요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정국을 보면 다들 아는 사실 아닌가. 그간 통합진보당과의 협상과정에서 한 말이 있기에 찔러보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자꾸 ‘진보신당은 포함 안 하느냐?’라고 물으니까 포섭해 보려는 생각인 것 같기도 하다.

- 진보신당의 요구가 무리한 점은 없었는가? 정책/가치 중심의 연대라고 하는데, 통합진보당측이 민주당에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나?
“통합진보당 요구안과 진보신당 요구안이 어느 정도 다른지는 잘 모른다. 사실 실무자들은 그런 걸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게…… 매번 협상에서 그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은 보통 정책/가치 얘기하면 그건 다 받아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리다. 어느 지역구에서 누구를 치울 수 있느냔 것, 이걸로 협상이 안 되는 거지. 정당들 간에 정책/가치에 대한 합의가 안 되어 야권연대가 안 되고 그런 건 없다.”

참고로 기자가 찾아보니, 이번 한명숙·이정희 회동에서 합의한 사안은 “[공동정책 합의문]을 만들기 위해 정책협의를 진행한다.”일 뿐 아직 어떤 정책을 합의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반면 진보신당 측이 민주당의 질의서에 보낸 회신에는 “△비정규직 철폐 △한미FTA 폐기 △부자증세 복지확대 △비례대표 확대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 △핵발전소 단계적 폐쇄 등에 대한 정책적 합의를 우선”이라 적혀 있었다. 기자의 판단으론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평소에 할 수 있다 말했거나 충분히 수용할만한 것들이었다.

- 오늘 아침 이정희 대표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야권연대에 관한 진보신당 입장에 대해 "진보신당이 야권단일화에 통합진보당이 들어가 있는 한 야권단일화에 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위사실 유포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지라 참다 참다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

- 그 비슷한 얘기도 없었나? 아무것도 없는데 저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굳이 찾아보자면 창원을 상황이 있다. 야권연대는 중앙차원에서만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별 협상도 있다. 특히 경남지역에서는 중앙차원 협상 이전에도 이런저런 논의들을 하고 있었다. 근데 창원을에서 출마하는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도의원을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지역 시민단체들과 창원 진보신당이 손석형 후보와의 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성명을 냈다. 근데 그런 식이라면 어떤 지역에선 통합진보당도 협상을 거부했다. 그러면 통합진보당도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건가.”

- 그런가. 그럼 지역구 얘기를 좀 해보자. 민주통합당이 구로갑의 이인영, 의정부 문희상의 승리와 동작을의 정몽준을 꺾기 위해서는 진보신당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즉, 구로갑의 강상구, 의정부갑의 목영대, 동작을의 김종철 진보신당 후보들은 민주당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도 진보신당 후보가 세고 약하고에 따라 판단되는 얘기는 아니다. 강상구, 목영대, 김종철이 다른 지역구에 나오는 진보신당 후보보다 특별히 더 파괴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수도권이 박빙이고 민주통합당 내 역학구도상 이인영과 문희상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에 진보신당 후보가 걸리적 거리는 상황이라고 본다. 동작을의 경우 정몽준을 반드시 꺾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김종철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 선거도 나오고 해서 인지도가 좀 있는 후보이긴 하다.”

- 그럼 진보신당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한 지역구는 없는가. 꼭 당선은 아니라도 선전할만한 곳은 없는가.
“가장 선전하고 있는 곳은 거제다.”

- 거제? 거제 상황은 어떤가.
“거제는 원래 민주통합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와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가 야권단일후보 선출하기로 했었다. 시민여론조사 70%, 선거인단 참여경선 투표 30% 결과를 합산해 단일후보 선출하기로 했고 선본끼리 도장도 다 찍었다. 경선에 떨어지면 그 당은 후보를 안 내기로,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낙선운동 하기로 했다. 원래는 3월 9일부터 12일까지 여론조사와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단일화 판이 깨졌다.”

- 그건 어째서인가?
“그게 한명숙과 이정희가 만나 중앙차원의 협상이 가능하단 기대가 생기면서부터다.”

- 중앙협상을 하기 때문에 지역단일화가 필요없단 얘긴가?
“굳이 진보신당과 협상하지 않아도 중앙에서 협의가 끝나면 진보신당 후보를 치워줄 수도 있으니까. 요인은 그것만 있는게 아니다. 새누리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현철과 현역 의원이 떨어졌다. 그래서 보수후보 난립의 가능성이 커졌다. 단일화 필요성이 줄어든 거지. 그러니 협상을 안 하겠단 거다.

- 그래도 확실하게 이기는 쪽이 더 좋지 않은가?
“야권단일후보 경선이 예정되었을 때 우리 판단에는 김한주 후보가 더 유리했다. 세 당 후보 ‘원 샷 경선’이었는데 이겨서 야권단일후보 될 수도 있었다. 이겼으면 아마 당지도부 전부 거제로 내려가 선거운동했을 거다. 근데 한명숙-이정희 협상 테이블이 깔리면서 판이 깨졌다. 중앙차원에서 협상하면 되지 않을거란 기대감, 보수후보 난립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또 통합진보당 쪽에선 진보신당이 의석 얻는 건 못 보겠다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사정이 너무 안 좋은 것 같다. 이제라도 민주통합당과 협상할 수는 없을까.
“아까도 말했지만 채널이 안 열려 있다. 협상을 하려면 3당이 해야 하는데 통합진보당이 그것을 내켜하지 않는다. 시간도 촉박하다. 사실 지금 열린 테이블은 너무 늦게 열렸고, 너무 일찍 결론을 요구한다. 지금 자기들끼리 조율하는 것도 박터지는데 진보신당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받아들이고 싶어할 것 같진 않다.

- 진보신당엔 협상을 위한 지렛대가 없는가?
“그게 힘든 거다. 통합진보당은 어느 정도의 조직력은 있으니까, 무공천으로 배려해주지 못할 거면 경선할 곳 숫자를 늘리자는 식으로 협상할 수 있다. 진보신당은 그런게 없다.”

- 현재 지역구 출마가 예정된 후보는 몇 명 정도인가?
“30명 정도다.”

- 그중 경쟁력 있는 후보는 몇 명 정도일까?
“경쟁력 있는, 이란 말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나?”

- 3%에서 5% 정도 득표를 할 잠재력이 있어서, 박빙의 상황에선 야권이 협상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의 후보 말이다.
“대여섯 군데 정도인 것 같다.”

- 만약 진보신당이 야권연대 협상틀에 낄 수 있다면, 몇 석이나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그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논의를 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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