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구본홍 낙하산 저지 투쟁’ 때부터 지금까지 YTN의 투쟁 현장을 줄곧 지켜온 한 기자가 있다. 때로는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집회 현장에서 노래에 맞춰 흥겹게 율동을 보이기도 했다. 해결되지 않은 YTN사태가 해를 거듭하면서, 지난 2007년 6월에 입사한 기자는 어느덧 6년차 기자가 됐다.

장아영(30) YTN기자는 초년기자가 겪지 않아도 될 법한 일들을 숱하게 겪었다.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사장 퇴진 투쟁도 참여했고, 함께 ‘투쟁’을 외치던 선배들의 징계, 해직 등도 몸소 겪었다. 언론노조 차원의 총파업을 수차례 겪기도 했고, 그리고 8일 두 번째 YTN노조의 총파업을 맞았다.

8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층에서 만난 장아영 기자는 2008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총파업 출정식에서 ‘황혜경과 아이들’ 멤버로, 환한 얼굴과 함께 바윗처럼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는 모습은 2008년과 참 많이도 닮은 듯했다.

▲ 장아영 기자를 비롯한 '황혜경과 아이들' 맴버들이 8일 오전 열린 YTN노조 총파업에서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YTN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가장 먼저, 두 번째 총파업을 맞은 소감을 물었다.

“2009년에 파업을 했고, 올 해가 두 번째다. 파업이라는 카드는 굉장히 힘든 투쟁이고, 마지막 최후의 수단이다. 아까 노종면 선배가 나와서 이야기했지만, 당시 2009년 총파업에는 파업이라는 카드를 노종면 선배에 대한 석방과 바꾼 것과 마찬가지여서 성공한 파업이라 생각했음에도 (구성원들 사이에) 패배감이 대단했다. 그 이후 노조의 투쟁이 힘들었고 더 이상 움직일 여지도 없었다. 당시의 안 좋았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 파업까지 오는 길이 다른 언론사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YTN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함과 동시에 회사 쪽의 엄포도 시작됐다. YTN은 6일 입장을 내어, 노조원들을 향해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YTN의 생존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를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MBC, KBS노조와의 연대 파업 움직임에 대해서는 “과연 YTN이 그들 방송사와 비견할 만한 상황인지 스스로 자문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의 엄포에 대한 장 기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회사는 ‘3년간의 노력 끝에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는 마당에 또 파업에 나서냐. 우리는 잘 나가고 있다. 주제를 알아라. 우리는 KBS MBC와는 달리 약소한 회사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부 기자들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회사 비판하면 ‘정치적인 놈’이라는 굴레 씌워”

▲ 장아영 기자 ⓒ미디어스
장 기자가 설명하는 YTN 내부는 참담했다.

“지금도 선배들(간부들)은 ‘정치적인 의도로 파업을 하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로 사장을 반대했기에 해직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이다’라는 말 한 마디가 만사형통식으로 적용됐다. 회사에 대해 비판을 하면 정치적인 놈, 조금 다른 시각으로 뉴스를 보려하거나 아이템을 보면 정치적인 놈으로 보는 굴레가 있었다. 이게 제일 큰 문제 같다.

되돌아보면, 몇 해 전에는 치열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후배 기자가 선배를 향해 ‘이건 아니잖아요’ 이야기하기도 하고, 위에서는 ‘다시 하라’ 이야기하기도 하고… 소통이 있었다. (언론사라면) 살아있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나한테 아이템이 안 떨어지기만 기다린다거나 지금 떨어진 아이템에만 급급한 거다. 그건 회사지 언론사가 아니다. 저희 밑 기수는 ‘뭔가 해봐라’는 말보다 ‘뭔가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던 거 같다. ‘왜 안하냐’ ‘빨리 캐와라’가 아니라 ‘소송에 걸릴 거 같으니 제해라’ ‘이 아이템은 너무 정치적이다’ 등 하나하나 제하는 것을 배우니까 결국에는 바보가 되는 거다.”

장 기자는 더 나아가 현 YTN의 보도를 ‘맥아리 빠진 뉴스’에 빗대 설명했다.

“2008년, 노조원 신분이 아니었을 때 정치부로 발령이 났다. 당시 제일 신경을 썼던 부분이 녹취였다. 다루는 사안에 대한 양쪽의 녹취 비중을 같이 하고, 반론도 똑같이 하는 등 기계적인 균형을 맞췄다. 뭐가 문제인지를 지적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정치적인 이유로 잘라내면 결국 맥이 없는 뉴스가 되는 거다. 지난해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서 박원순 불방 사례를 밝히긴 했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문제고 내부적으로 곪은 것은 더 심하다. 내 스스로도 굉장히 반성하고 있다.”

아직도 YTN에는 6명의 해직기자들이 있다. 지난 2009년 4월1일 노사는 서로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해직자 문제를 법원 판단에 따르기도 합의했지만, 배석규 사장이 들어선 뒤 YTN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해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맞서면서 아직도 해직 사태는 진행 중이다.

해직 문제에 대한 장 기자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는 “제일 큰 문제는 복직이 안 된 거다. (해직 문제는) 공정방송이라는 우리의 가치와도 연관이 있다”며 “내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감히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 해 5월 말, 자진해서 부산지국으로 갔다. 스스로 YTN본사를 떠났다. 그가 부산으로 가게 된 사정은 복잡하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YTN은 지난 2009년 8월, 보도국 소속 기자 5명을 대전, 대구, 울산, 광주, 부산 등 5개 지역에 있는 지국으로 강제 발령했다. 당사자와 사전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이뤄진 인사 발령이었다. 회사 쪽에서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인물들을 지역으로 ‘유배시켰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 같은 지국 발령은 이후에도 계속 됐다. 결국, 노사가 지국순환근무에 대한 합의를 이뤘지만 선뜻 지원자가 없었고, 결국 몇몇 젊은 기자들이 자진해서 지역으로 내려갔다.

“노조 활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되레 “굉장히 미안했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그는 이에 대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오히려 굉장히 미안했다. 해직자 선배들은 차치하더라도 정직, 감봉 등 아직도 아픔을 겪고 있고, 회사를 나간 선배들도 있다”며 “(아픔을) 더 나눴어야 한다는 짐이 있었다. 기회가 와서 간 거다. 개인적으로 지역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고 서울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YTN을 비롯한 KBS, MBC 등 방송사 연대파업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그러자 “그냥 우리 모두 함께 파이팅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단순한 거 같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는 그러면서 “각자 여기까지 오게 된 경로, 이유도 다르고 결과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의 압력에 의해 고통을 받았다는 연대감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더 직업의식을 갖고 뭉쳐야 하지 않나.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의 마지막은 배석규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을 향한 진심어린 ‘한 마디’로 마무리 됐다.

“사내게시판에 간부들을 생각하면서 굉장히 분노하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읽어보니 ‘읍소’더라. 그런데 올렸는데 6분 만에 삭제됐다. 삭제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웃음) 간부들에게 아직 기대하는 면도 있다. 비록 3년 반 동안 등지고 꺼렸지만 우리 선배들이고 같이 가야하지 않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를 돌아봐 달라는 그런 마음이 내게 있는 거 같다. 사장님도 우리 회사 출신이고 기자직을 하셨다. 우리도, 그분들도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생각하는 게 다를 뿐. 상식적인 판단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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