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상업미디어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기능복원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소장 김동준)는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제 : 방송의 공적가치 제고와 산업기반 확대를 위한 정책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공공미디어연구소는 방송의 공적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과 방송통신 관련 기금 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제 : 방송의 공적가치 제고와 산업기반 확대를 위한 정책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공공미디어연구소)

박성제 한국방송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방송의 공적가치를 지속하고 더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는 긴급처방이 절실하다"며 "지상파는 불필요한 '옥상옥' 규제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성제 회장은 "무작정 지상파를 지원해달라 요구할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기만 해도 우리 방송은 혁신적이고 공익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차기정부에서 지상파에 미래지향적인 제도개선이 과감하게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적기능 수행 위해 규제완화 필요"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준 소장은 지상파 방송의 위상 변화 요인으로 ▲유료방송·뉴미디어 등 경쟁 매체 증가 ▲이용행태 변화와 광고시장 정체 ▲미디어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낡고 차별적인 규제체계 등을 꼽았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기본권을 보장하고 정보격차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지상파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소장은 방송시장의 공적 영역 확립 방향으로 수평적 규제체계 전환, 공·민영 분류, 공적재원 등을 제시했다. 공·민영 분류방안으로 영국의 PSB(Public Service Broadcasting, 공공서비스방송) 모델과 공영방송 개념 법제화를 거론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커뮤니케이션 기본권을 보장하고 정보격차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지상파의 가치는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김 소장은 지상파 규제개편안으로 ▲편성규제 완화(보도·교양·오락 등 프로그램 분류체계 개선 등) ▲광고·협찬제도 개선(네거티브 광고규제 전환, 광고판매제도 개선 등) ▲정부광고 개선(언론재단 독점대행 구조 개선 등) ▲지상파 재허가 제도 개선(추상적 심사항목 및 비계량 평가 개선, 과도한 부관사항 완화 등)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지역방송·라디오 방송 지원(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일반법 전환, 오디오 진흥기구 및 기금 설치) 등을 제시했다.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청와대에 가칭 '문화미디어수석'를 설치해 청와대-국회-정부가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미디어정책 부서를 산업의 진흥과 정책에 집중하는 가칭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로 통합개편하는 안을 제시했다. 국회의 경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합해 입법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수평적 규제체계 전환을 전제로 한 정부기금 개편 방안을 내놨다. 오 실장은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와 운용에 관한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방송발전기본법상 허가·승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방발기금을 부과하는 것은 현재 디지털 미디어 경쟁상황에 부합하지 않고, 문체부 산하 아리랑TV·국악방송·언론중재위원회 등에 지원되는 방발기금은 기금의 용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오 실장은 허가·승인 등 진입규제에 따라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취지의 방발기금 부과 기준을 '방송통신 진흥지원' 목적으로 재정립하고,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부과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디어 시장 경쟁상황이 바뀐 만큼 콘텐즈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는 사업자들까지 방발기금 부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오 실장은 각 미디어사업자가 분담하는 방발기금 납부액을 수익규모에 맞춰 책정하자고 했다. 정부가 기금을 통해 수행하려는 공익사업의 액수를 공개하고, 각 사업자 수익규모와 시장점유율에 맞게 분담액수를 책정해 형평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또 오 실장은 현재 방발기금 사업의 기획과 집행에 있어 기금 납부사업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가칭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금지원은 폐지·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은 결국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모펀드와 유사하게 사업자들이 방발기금을 납부하고, 이를 라디오·지역방송·콘텐츠 다양성·기술개발 등에 사업자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허가·승인 등 진입규제에 따라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취지의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기준을 '방송통신 진흥지원' 목적으로 재정립하고,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부과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미디어융합환경, 매체별 정책 논의 지양해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디어 정책 규제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미디어 융합환경을 고려할 때 지상파, 유료방송, OTT 등 매체 구분을 중심으로 한 규제완화 논의는 지양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이렇게 광범위한 포괄적 규제논의를 할 때 가장 필요한 전제는 5년, 10년 이후 방송산업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며 "내수 시장에서 방송사가 알뜰하게 살아나갈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면 오늘 발제된 부분의 규제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다. 반면 OTT로 발생하는 '생존 위기상황'을 전제한다면 다르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많은 규제를 해소하면 방송의 공적기능이 자연스럽게 상승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방송사업자는 규제 논의가 공적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인지, OTT로 인해 발생한 위기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인지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는 방송사의 재원과 매출에 따른 분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미디어와 관련한 정부조직 개편이나 사업적 구조를 논의할 때 매체별 논의에 문제가 있다"며 "각 방송사업자의 매출액, 매출을 내는 방법, 사업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방송에 대한 재편을 해야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공영성을 유지해야 하는 KBS의 매출에 광고매출이 있는 것이 타당한지, 거버넌스는 공영이지만 주요 매출이 광고에서 창출되는 MBC는 OTT와 시장에서 맞서야 할 사업자인지 등을 구분해 규제와 정책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공영성 수준, 매출액과 수익모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공적영역을 담당할 사업자와 산업적 가치기반 확대를 위해 노력할 사업자를 분류하고, 각각의 사업자에 대해 여러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까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조직개편 역시 매체 중심주의 구조에 따른 정부부처 나눠먹기를 없애고, 각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면 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노동렬 성신여대 교수, 홍문기 한세대 교수, 홍종윤 서울대 교수,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유튜브 방송화면)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라고 하는 전반의 틀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핵심은 이제 매체별 시대는 갔다는 것"이라며 "이른바 '지상파 정책' 등은 없어져야 한다고 보고, 다만 지상파의 위상변화는 고려해야 한다. 지상파도 공적·사적 영역이 혼합되어 있는데 우리에게 공적서비스란 무엇인가 재정립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규제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상파는 과거 존재만으로 공적 담지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콘텐츠 자체에서 공적 가치를 구현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지금의 공적 서비스"라며 "단순히 지상파 규제완화 프레임이 아니라 매체별 구분 없이 사업자들이 동일한 규칙으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이 설정돼야 한다"고 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발제에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규제와 관련해 지상파의 경우 공·민영은 차별화돼야 한다. 공영방송, PSB, 민영 등 3분할 필요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여기서 말하는 편성규제가 모든 지상파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부분인지, 구분되어 적용될 부분인지 질문 드린다. 동일하게 공적·사적 구분없이 적용한다면 공·민영 구분 필요성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어 안 수석전문위원은 의료전문의약품·주류 등 광고금지품목 규제 완화, '타이틀 스폰서십' 광고, 순수외주제작비율 폐지, 홈쇼핑 연계편성 등 음성적 방송협찬 문제 등은 시청권 침해와 공익성 훼손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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