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영화 <보드랍게>(감독 박문칠, 2월 개봉 예정)가 <낮은 목소리>의 이용수, <그리고 싶은 것>의 심달연, <김복동>의 김복동, <에움길>의 박옥선 씨를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씨의 삶 이야기를 꽃으로 피워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스틸컷

먼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1995)는 ‘나눔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로,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낮은 목소리>에 출연해, 영화의 3부에서는 변영주 감독 대신 중심이 되어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한 이용수 할머니는 현재까지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인권가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권효 감독의 <그리고 싶은 것>(2012)은 권윤덕 작가가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위안부 이야기를 그려낸 그림책 [꽃 할머니]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심달연 할머니는 13살에 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나선 길에 일본군에게 잡혀 위안부로 끌려갔고, 해방 뒤 돌아온 고국에서도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차츰 용기를 내 위안부 문제 해결에 활동가로 앞장섰다. 그는 압화를 통해 70년 가까이 쌓여온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꺾이지 않는 의지를 내보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김복동>, <에움길>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8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주목받았던 송원근 감독의 <김복동>(2019)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2019년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한 27년 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하고, 위안부 운동의 영역을 한국과 일본의 대결 구도 이상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승현 감독의 <에움길>(2019)은 ‘나눔의 집’에서 20여 년간 생활해 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노래를 못 하지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박옥선 할머니의 개성 넘치고 밝은 모습은 인권 운동가로 앞장서는 모습 뒤에 서린 위안부 할머니들의 강인하고도 진솔한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영화 <보드랍게> 포스터

2월 개봉을 앞둔 <보드랍게>는 앞선 작품들을 경유해 보다 새로운 시선과 얼굴, 질문을 던지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들이 위안소에서의 피해 사실이나 커밍아웃한 이후 투사가 된 모습에 집중한다면, <보드랍게>는 해방 후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던 시간을 조명함으로써 일본의 책임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못한 사회의 문제를 짚고 있다.

또한 영화는 과거 김순악의 삶과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구의 실 푸는 야마다 공장에 취직하는 줄로만 알았다가 만주의 일본군 위안부가 된 순악 씨는 해방 이후 유곽과 미군 기지촌을 전전하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음을 고백한다. <보드랍게>는 전쟁과도 같은 삶을 ‘악시게’ 버티고, 숨어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순악 씨가 일평생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말함으로써 전쟁의 폭력과 야만성을 알린 변화의 과정을 말과 그림으로 보드랍게 이어낸다.

순악 씨를 통해 잊어서는 안 될 역사와 마주해야 할 개인의 삶을 비추는 <보드랍게>는 2022년 2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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