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거대양당이 추진하는 TV토론은 국민 알 권리를 도외시한 불공정 토론으로, 2007년 대선에서 KBS·MBC '빅3' 토론이 법원 결정에 따라 무산된 사례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한국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국민 알 권리 위해 다자 TV토론이 마땅하다>, <안철수 심상정 뺀 李·尹만의 TV토론은 유권자 무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2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국민의당이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이 열렸으며 2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정의당이 신청한 가처분 심문이 예정됐다. 법원 결정은 26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의당 대표단과 의원단이 개최한 '기득권 양당의 양자 TV토론 합의 규탄' 기자회견(아래)과 20일 국민의당 당원들이 개최한 '기득권 야합 불공정 TV토론 규탄대회' (사진=정의당, 연합뉴스)

두 신문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TV토론에 참여할 자격을 갖췄다는 점 ▲2007년 17대 대선 '빅3' TV토론에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이 이뤄진 점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토론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안철수 후보는 법정 TV토론 대상(지지율 5% 이상)이고 대다수 매체들이 심상정 후보까지 4명을 빠짐없이 인터뷰하는 것에 비춰 양자 토론은 이례적이고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17대 대선 때도 이미 법원은 유력 주자들만 참여하는 TV토론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며 "특히 공영방송사는 공정 선거를 보장할 임무가 있는데 비주류 후보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선정적이고 부차적인 녹취록 공세가 선거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TV토론은 더욱 중요하다"며 "거대양당을 견제하고 비교할 수 있는 후보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TV토론 횟수도 늘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알아볼 시간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법원이 KBS·MBC '빅3' 토론에 제동을 건 근거로 선거법상 방송토론 대상 선정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국회 의석수 5석 이상 정당 후보이거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 등"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도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략)이 기준만 제대로 지키면 편파·불공정 시비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평균 지지율 10%대를 보이고 있고, 심상정 후보의 정의당은 6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이어 동아일보는 "사법·가족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맞붙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다. 이런 시기에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토론에 참가하면 국민들이 후보들의 자질, 비전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토론 자격이 있는데도 안철수, 심상정 후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25일 사설 <안철수 심상정 뺀 李·尹만의 TV토론은 유권자 무시다>

지난 19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양자 TV토론 날짜를 설 연휴 기간인 31일(1안) 또는 30일(2안)으로 정하고 지상파 3사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오후 7시~10시 사이 황금시간대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TV토론은 방송사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해 규칙과 토론주제를 정하고 후보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거대양당이 토론 날짜와 시간대, 진행자까지 정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초 방송사들은 각 당에 '4자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과의 '당대당' 토론을 주장했고, 거대양당이 협상에 착수해 양자 TV토론에 합의했다. 지상파 3사는 설 연휴 뒤 4자 토론 개최를 기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4자 토론 제안이 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법정토론 3회 외의 다자토론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법원에 지상파3사를 상대로 양자 TV토론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기득권 양당의 불공정 담합 토론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지지율 10% 이상 후보만 초청하겠다는 KBS·MBC '빅3' 대선 후보 토론회가 법원 결정으로 무산된 선례가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해당 TV토론에서 배제된 후보들이 선거운동의 기회를 잃는다는 이유 등으로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두 공영방송사가 후보 초청 기준을 지지율 10% 이상으로 정한 건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상 TV토론 참가자격은 ▲국회 의석수 5석 이상 정당의 후보 ▲직전 대선 3% 이상 득표 ▲ 이전 총선 또는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받은 정당의 후보 ▲선거 운동기간 시작 전 한 달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등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참여 자격을 충족한 여야 후보들이 모여 총 6회 TV토론을 실시했다.

국민 대다수는 다자 TV토론을 선호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성인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TV토론 방식'에 대해 응답자 69.8%는 '다자 토론'이 더 좋다고 답했다. '양자 토론'이 좋다는 응답자는 27.0%에 그쳤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KBS·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22년 1월 20일 KBS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그러나 국민의힘은 '네거티브 양자 TV토론'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지난 22~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 TV토론 질문 미리 알려드리니 답변 준비하고 나오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원희룡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아버지의 신원, 왼쪽 팔 장애, 음주운전, 성남시 유기견 입양·파양 등을 질문지로 제시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23일 양자 TV토론과 관련해 "공중파(지상파) 방송이 설 연휴 편성에 어려움이 있다면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지상파3사 주관 양자 TV토론에 대해 법원이 방송금지를 결정하더라도 종편을 통해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양자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 출석했다. 심 후보는 "양자토론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배제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을 직접 말하려 법정에 나왔다"며 "이번 양자 토론은 양강의 주문성 토론으로 방송의 독립성에 위배되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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