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신문의 대주주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과 지분 매매 협상을 진행하면서 '편집권 독립'을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구성원들의 책임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24일 경향신문이 기고한 칼럼 ‘미디어세상-사주의 위기’에서 “기사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 내릴 수밖에 없었다면, 서울신문은 무려 50여 건이나 되는 문제기사를 내보낸 것을 독자에게 대대적으로 사과해야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다. 오보 삭제가 아닌, 이제는 대주주가 된 호반건설의 역린을 건드린 가시를 뽑아내겠다는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사진=미디어스)

김서중 교수는 “호반건설이 대주주가 되던 순간부터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호반건설의 사주조합 지분 인수 협상에서 쟁점 중 하나는 편집권 독립 문제였다. (호반은) 협상 당시 사주조합이 요구한 ‘사주 이익에 복무하는 보도를 할 수 없고 사주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기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은 거부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주는 불가침의 성역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서중 교수는 “기사 삭제는 편집권이 아니다”라는 황수정 편집국장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다. 사주의 압력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편집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니 외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서중 교수는 “사주가 없는 일부 신문이나 방송, 미디어 전문지를 제외하고는 이를 다루는 언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의 본질을 침해하는 서울신문 대주주의 행태는 역시 서울신문의 신뢰성을 심각히 위협한다”며 “그런데 아직까지는 신세계만큼 파장이 없는 듯하다. 이유는? 언론의 보도 유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신문 기사 삭제 파문을 보도한 언론사는 미디어스·미디어오늘·기자협회보 등 미디어전문지, KBS, 한겨레, 뉴시스, 뉴스핌 등이다.

김서중 교수는 “대부분 언론이 서울신문 문제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자사 사주의 역린을 건드린다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편집권 ‘침해’를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한 다른 언론들에서도 사주들의 비리가 은폐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주의 위기는 언론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중요한 요인임을 언론인들은 다시 자각해야 한다”며 “아프더라도 고름을 짜내고 새살이 돋게 해야 한다. 우선 서울신문 ‘편집권 침해’ 보도에 나서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구성원 책임 무겁다…깊은 성찰 필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4일 논평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독립성 침해하는 부당간섭을 즉각 중단하라>에서 “(서울신문이)일제 한일병탄 이후 총독부 강압으로 제호가 변경되고 식민지 치하 기관지로 전락하거나 정부 대변지였던 과거는 있으나 이유 없이 기사를 대량 삭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서울신문 구성원들에게 이번 파문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언론의 공영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대책도 없이 지분 매각부터 추진한 정부에 그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서울신문 구성원들의 책임 역시 무겁다”며 “사원주주형 소유구조를 이뤄내기 위해 20여 년 넘게 고군분투한 노력이 왜 좌절됐는지 서울신문 구성원 스스로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서울신문 기자들은 대주주 호반건설 비판 보도 일괄 삭제에 기수별로 성명을 내며 편집권 침해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며 “기자 정신과 저널리즘 본령을 지키려는 양심적 언론인들에게서 한국 언론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본다. 민언련도 언론인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민언련은 “언론을 대주주의 소유물로 여기는 호반건설에 엄중 경고한다”며 “서울신문은 공익을 위해 치열하게 취재하는 기자들과 열독으로 응원하는 시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호반건설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간섭을 당장 중단하고, 서울신문이 공영언론으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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