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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대주주 비판기사 삭제…헤럴드·인천일보도?대주주가 건설사이기는 마찬가지, 비판기사 삭제 없어…"기사 삭제는 편집권, 압박 없었다"
윤수현 기자 | 승인 2022.01.20 14:1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신문이 호반건설을 비판한 기사를 삭제해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삭제된 기사는 호반건설이 대주주로 등극하기 전 작성됐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경영진과 편집국장을 향해 편집권 침해라는 비판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19일 “두 번 기회는 없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헤럴드경제·인천일보도 서울신문처럼 건설사에 편입된 케이스로 대주주의 편집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헤럴드경제·인천일보에서 과거 작성한 대주주 비판 기사는 삭제되지 않았다.

헤럴드경제가 2019년 중흥그룹에 인수되기 전 작성한 중흥건설 비판 기사는 ▲중흥건설이 맡은 순천선월지구 개발소식에 떨떠름한 주민들 ▲‘공사 보이콧’ 중흥건설, 순천시와 착공 합의…본전도 못뽑고 ‘머쓱’ ▲건설업체 뒷돈받은 전남도청 고위간부 징역형 ▲순천 신도시 개발방식 놓고 바뀐 시장님 탓하는 중흥건설 등이다.

헤럴드경제, 중흥건설 CI

전국언론노동조합 헤럴드지부 관계자 A 씨는 ‘기사 삭제에 대한 압박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편집권 독립에 대한 구두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압박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인수 당시 경계심이 있었지만 중흥그룹이 편집권에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며 "자본과 권력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장담할 순 없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다”고 밝혔다.

취임 당시 “편집권은 걱정하지 말라”던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기사 삭제는) 편집권 부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기사 삭제도 편집권에 들어간다고 본다. (기사 삭제가) 편집권 독립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서울신문은 호반과의 지분 매매 협상 과정에서 편집권 독립을 확증받지 못했다”며 “이미 늦은 감이 있다. 호반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편집권을 맛봤는데, 이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언론노조 차원에서 저항이 있으면 모를까, 자생적으로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다.

인천일보의 부영건설 비판기사. (사진=네이버 검색화면 갈무리)

2017년 부영그룹에 인수된 인천일보는 과거 부영건설-송도테마파크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인천일보가 부영그룹에 인수된 후 기사 논조는 바뀌었지만, 비판 기사는 삭제되지 않았다. ▲송도 테마파크 추진 부영주택, 하도급 대금 안줘 과징금 ▲부영 '최순실 연루 의혹' … 송도 테마파크는? ▲[사설] 송도 테마파크 부영주택의 꼼수 ▲꾸물대는 부영 '송도테마파크' 의지있나 등 기사는 인천일보 홈페이지와 포털에 남아있다.

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관계자 B 씨는 “부영이 기사를 삭제하라는 요구를 한 적은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기사 삭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기사를 삭제한다는 건 언론사 존립 가치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B 씨는 “기사 삭제도 편집권의 영역”이라면서 “기사에 대해 결정하는 것 자체가 편집권이다. 만약 같은 일이 인천일보에서도 벌어진다면 당연히 서로 격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사진=미디어스)

서울신문 구성원 "편집권 침해 현실화, 무력하고 속상"

이번 기사 삭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지분 인수를 할 당시 발행인과 편집인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편집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그 약속만으론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호정 우리사주조합장(현 서울신문 상무이사)은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겠다던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은 19일 “진실성이 밝혀진다면 회장의 직권으로 기사를 다시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 구성원 C 씨는 “협상 당시 구체적인 조항이 만들어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면서 “사실 내부에서 편집권이라는 개념과 기준을 뚜렷하게 갖추고 있지 않았었다. 보편적 상식에 기대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서울신문 구성원 D 씨는 “(호반건설과 우리사주조합이) 구체적인 합의를 할 의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편집권 침해가 현실화돼 무력하고 속상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호반사보로 제호 바꿔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0일 논평 <대주주 비판기사 삭제한 서울신문, 언론 자격 없다>에서 “노골적으로 ‘편집의 자유’를 부정하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면서 “이럴 바에는 사주가 바뀌었으니 제호도 바꾸는 게 어떤가. 호반사보(社報)가 좋겠다”고 꼬집었다. 언론연대는 “독자에게 부끄러운 마음보다 '회장님'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선다”며 “서울신문에게 기사와 지면은 독자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삭제하고, 거래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이 기사를 이처럼 함부로 지울 순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서울신문 경영진의 머릿속은 오로지 ‘호반’으로 가득 차 있다”며 “언론사 경영인인지 건설사 하수인인지 모르겠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서울신문에게 중요한 건 친호반, 반호반이 아니라 독자의 신뢰”라면서 “서울신문에 경고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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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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