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당이 19일 지상파 3사를 상대로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정의당도 20일 법원에 같은 내용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지지율 10% 이상 후보만 초청하겠다는 KBS·MBC '빅3' 대선 후보 토론회가 법원 결정으로 무산된 선례가 있다. 현재 거대양당이 추진하는 양자TV토론은 당시 KBS·MBC가 추진한 '빅3' 대선 후보 토론회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2007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KBS·MBC의 이른바 '빅3 대선 후보 토론'이 불공정하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같은 해 11월 30일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는 해당 TV토론에서 배제된 후보들이 선거운동의 기회를 잃는다는 이유 등으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당시 KBS·MBC는 TV토론을 기획하면서 지지율 10% 이상으로 한정해 이명박·정동영·이회창 후보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두 공영방송사가 후보 초청 기준을 지지율 10% 이상으로 정한 건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고 판시했다. 토론에서 배제된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 기회가 상실될 우려가 있어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지 않을 수 있고, 유권자의 알권리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내용이다.

제17대 대통령 선거 TV 합동 토론회. (오른쪽부터) 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토론회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공영방송사가 공동 주관하는 데다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법정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열리는 첫 방송토론회여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후보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며 "방송사의 위상과 개최시점이 맞물려 그 방송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리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선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이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후보자로서는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홍보하고 유권자를 설득할 기회를 그만큼 잃게 된다"며 "선거운동 초반부에 이미 비주류 내지 군소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게 돼 향후 전개될 선거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지지율이 낮은 후보라고 해도 TV토론 참여 시 선거 공론장에 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선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자라 하더라도 그가 제시하는 정책이나 어떤 문제에 관한 그의 견해가 토론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게 하는 촉매제가 되어 유용할 수 있다"며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도 있으며 유권자들이 인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재판부는 ▲공직선거법과 달리 방송토론 대상 후보자 선정 기준을 새로 규정하고 있는 점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와 차별화하기 위한 취지로 새로운 기준을 규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재량권 일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신청인들은 공영방송사로서 선거운동에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막중한 임무가 있다.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도 이런 취지가 명시되어 있다"며 "여러 후보가 경쟁하는데다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도 많이 남아 향후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 있어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정치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제한된 전파자원과 토론의 효율성을 감안해도 그 정당성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9일 양자 TV토론 날짜를 31일(1안) 또는 30일(2안)으로 정하고 지상파 3사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방송사들은 각 당에 '4자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과의 '당대당' 토론을 주장하고, 거대양당이 협상에 착수해 양자 TV토론에 합의하면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19일 서울서부지법에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의당은 20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에 지상파 3사를 상대로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 마디로 불공정, 독과점, 비호감 토론"이라며 "(양자 TV토론을 막기 위해)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7일 "학교에서 키 작다고 시험장에서 내쫓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다원주의를 말살하는 민주주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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