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안희정이 불쌍하다"는 김건희 씨 '미투(Me too, 나는 고발한다)' 발언에 대한 '대리사과'에 나섰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 씨는 김건희 씨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 일각에서도 김건희 씨가 해당 발언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수정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서울의소리 녹취록 파동이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께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줄리설'로 인한 여성비하적 인격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도 오랫동안 고통 받아왔었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인 김지은 씨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이수정 교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될 때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해촉됐다. 하지만 이수정 교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2차 가해 행위를 '배려'의 문제로 취급했고, '쥴리 의혹'을 언급해 김 씨에게 피해자 서사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왜 김건희 씨가 아닌 이수정 교수가 사과를 하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0월 '전두환 옹호' 발언 당시 SNS 계정에 '개 사과' 사진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윤석열 후보 사과가 이뤄진 지 수시간 만에 '사과는 개나 줘라'로 해석되는 사진이 SNS에 게재돼 비판이 쇄도했다. 윤 후보 반려견 토리 사진의 눈동자에서 한 여성과 '쩍벌'을 한 남자가 포착돼 김건희 씨가 '개 사과' 논란의 당사자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윤 후보는 개를 데려간 건 김건희 씨지만 사진은 직원이 찍었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늑장을 부리다 대리사과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2월 김건희 씨 허위경력 지원서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사과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대리사과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이수정 교수는 김건희 씨 허위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 사과만으로 해소될지 걱정이라며 김건희 씨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허위경력 의혹이 증폭되면서 의혹제기 12일 만에 김건희 씨가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이 역시 사실관계 해명이 빠져 '등 떠밀려 사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16일 공개된 '7시간 통화 녹음'에서 김건희 씨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라며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씨는 "미투도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뜨리면서 잡자 했잖아. 그걸 뭐하러 잡자 하냐고"라며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구만 솔직히.(중략)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 후보)는 안희정 편이야 지금도"라고 말했다.

17일 김지은 씨는 입장을 내어 "김건희 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지은 씨는 "사과하라.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 씨의 태도를 보았다"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되었다.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명백한 사실은 안희정 전 지사가 권력형 성폭력을 저질러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고 그 형을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건희 씨 발언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권력형 성폭력 그 자체를 부정하고 희화화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사적, 공적인 대화 판단 여부와 별개로 그 자체로 인권을 유린하는 발언들은 당연히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대체 어떤 대화를 하길래 2차 가해 정도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MBC '스트레이트' 1월 16일 방송화면 갈무리

언론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경향신문은 사설 <공인 의심케 하는 "돈 안 줘 미투 터졌다"는 김건희씨 발언>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 고발한 미투를 모욕한 발언"이라며 "공인 자격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노정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미투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직접 사죄해야 한다"면서 "이준석 당대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공당의 대표로서 할 수 없는 말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뉴스토마토-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사적 통화를 했다는 것 가지고 2차 가해란 표현은 성립하기 쉽지 않다"고 재차 김건희 씨를 옹호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국민 짜증 돋운 김건희 녹음파일… 자숙하라>에서 "'미투는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 아니냐'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그러면 안 된다' 등 미투 관련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 밖에 "이재명이 된다고 동생 챙겨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캠프 와서)잘 하면 1억도 줄 수 있다", "홍준표를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야" 등의 김건희씨 발언에 대해 "맥락을 떠나 저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취재윤리 문제나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 공조 논란을 떠나 "원인 제공자는 김 씨"라며 "제2, 제3의 녹음파일이 나오는 건 아닌지도 지켜봐야 할 실정이다.(중략)김 씨는 깊이 반성하고 자속해야 마땅하다"고 썼다.

1월 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사설 제목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김건희 씨 녹음파일 방송을 한 MBC 비판에 주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野후보 아내 함정 빠트린 사람들, MBC도 사후 가담 아닌가>에서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의 함정 통화 내용을 공공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MBC가 그대로 받아서 내보낸 것"이라며 "함정을 판 이들에게 사후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MBC는 공직 후보자 가족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다는 논리로 직접 취재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 분량을 줄이면서 편집권을 행사했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취재를 어떻게 검증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며 "MBC가 '시청률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8일 공식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조선일보는 17일 김건희 씨 관련 사설에서 "본질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이 판치는 '이상한' 선거 판이 되고 있다"고 썼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