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의 어린이대상 성범죄 보도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강혜란) 모니터분과는 지난 3월 이혜진양 시신이 발견된 이후 첫 보도가 나온 3월13일부터 검찰의 보충수사 발표로 보도가 마무리된 27일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경찰 수사결과에 가장 의존하면서 경찰 비판" 이중적 태도 지적

▲ 3월22일 KBS <뉴스9>.

모니터 기간 동안 방송3사는 공통적으로 경찰의 사건 수사 내용이나 결과 발표를 다루는 '수사상황' 보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안양 어린이 납치사건 보도가 경찰의 발표에 의존하는 형태로 피해 어린이들의 사체 발견과 범죄 행각을 단순히 중계하는 식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사건 초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범죄를 재구성하거나 사건의 진행 방향과 결과를 추측한 '범죄 재구성·추측' 보도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범죄 재구성·추측' 보도는 시청자들이 경찰의 수사 동선을 따라가게 되면서 사건의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성급한 추측으로 사건을 미리 규정지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경찰의 수사 발표에 의존하는 속보성 사건 보도 경향에 대해 "경찰의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에 가장 의존하면서 동시에 경찰의 잘못을 비판하는 방송3사의 이중적 태도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언론의 감시 기능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30대 독신남, 대리운전사 등 지나친 일반화는 위험"

▲ 3월22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3사는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주요한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과거 피의자 정씨의 왜곡된 여성관을 지적했고 이로 인해 '어린이 납치 살해'라는 극단적 반사회적 일탈 행위를 낳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나친 일반화 논리는 부모의 이혼과 실연을 경험한 사람이 상대 성(性)에 대한 왜곡된 성적 정체성을 갖는 일탈행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며 "30대 독신남, 사회 부적응자, 대리운전사 등의 단어에 입혀진 경계와 공포감은 뉴스의 지나친 일반화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3사는 사체 발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피해자의 신체가 발견된 지점을 그래픽으로 상세 보도하는가 하면 어린이 납치, 성추행, 살해, 유기 과정을 자세히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보도는 범죄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심리적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 3월22일 SBS <8뉴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범죄 사건을 보도할 때 △단순 중계식 보도를 지양할 것 △성급한 추측성 보도 지양해 오보를 줄일 것 △범죄 재구성 및 범죄 묘사, 선정적 언어와 화면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불안을 심어주지 말 것 등을 주문했다.

여성민우회는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대책보도와 후속 보도를 지속적으로 할 것 △피의자 신상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를 삼갈 것 등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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