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적용되는 언론·미디어 공공기관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이사회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부 노조는 미디어 분야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노조 안을 이사회에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공공기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과반 노동조합의 추천을 받은 근로자 1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노동이사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만 노동이사가 될 수 있다. 언론·미디어 공공기관 중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시청자미디어재단, 아리랑국제방송 등 5곳이다.

(사진=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카드뉴스 갈무리)

이들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노동이사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여동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 지부장은 “그동안 이사회 참관제도를 시행 중이었다”며 “이사회에 참여할 순 있었지만 발언하기 위해선 따로 요청해야 했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이사회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고, 의결권도 가질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필 언론노조 시청자미디어재단 지부장은 “노조가 이사회를 참관하고 있지만 제약이 많이 있었다”며 “또한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감사들은 모두 비상임이었다. 앞으로 노동자가 이사로 참여하게 되면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진에 잘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승현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 지부장은 “아리랑국제방송의 경우 이사회 참관제도를 도입하지 못했다”며 “노동이사제를 어떻게 시행하느냐는 부분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공공기관뿐 아니라 언론 산업 전반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 지부장은 “그동안 경영진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며 “다른 공공기관보다 노동이사제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들 노조는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기대했다. 여동기 지부장은 “코바코에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이라면서 “대선 이후 정부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노동이사가) 조직개편에 따른 변화와 관련해 노동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 지부장은 “이 외에 노동이사가 근무 여건을 최대한 유지·발전·개선하는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희 언론재단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생각하는 조직개편 방향과 노동자가 생각하는 개편 방향이 다를 수 있다”며 “향후 노동이사가 노동자가 원하는 개편안을 이사회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다.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만을 정부에 이야기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신현필 지부장은 “정부 조직개편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면서 “노동이사제를 통해 사측과 관련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배승현 지부장은 “주무기관(문화체육관광부)과 예산집행 기관(방송통신위원회)이 달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두 기관 모두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니 ‘부처 주도권 싸움’이 있는 것 같다. 사측은 어느 쪽의 의견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배 지부장은 “노동이사는 주도권 싸움을 떠나, 노동자에게 긍정적인 방향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 지부장은 노동이사가 아리랑국제방송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태경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콘진원지부 사무국장은 노동이사를 통해 내부 조직개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최근 5년간 예산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는데, 인력은 늘어나지 않았다”며 “사람이 없다보니 업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구성원 수가 늘어나진 않겠지만, 조직개편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최근 경영평가 담당 부서인 전략혁신본부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콘진원은 2018년 경영평가 자료 일부를 조작해 일부 항목에서 만점을 받은 바 있다. 안태경 사무국장은 “최근 경영평가 관련 조직이 확대됐는데, 그런 방향보다는 효율적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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