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KBS 전주총국 방송작가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전북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에 대해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KBS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을 검토 중이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판정문에 따르면, 전북지노위는 KBS 전주총국과 작가 A씨가 용역계약서를 맺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했다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맺은 작가 집필 계약서에는 작가의 ‘구성 활동’ 범위와 기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담당 PD와 방송국의 결정에 따르는 소속 팀원 내지 부하 직원으로 취급되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밝혔다.

전북지노위는 작가가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거나 자발적으로 이직을 하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되지 않는 한 계속 종사할 수 있는 근로자라고 판정했다. 또한 전북지노위는 프로그램 개편 또는 폐지는 전주KBS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일 뿐이며 작가 집필 계약서를 맺는 이유는 고용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계약서에 기재된 1년 계약이 '1년 뒤 계약이 만료된다'는 의미가 아닌 형식적인 틀이라는 설명이다.

2021년 11월 29일 KBS전주총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중인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방송작가지부는 11일 “'방송작가 집필 계약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계약 해지와 단기간에 계약이 해지되는 것을 방지하여 방송작가의 고용불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시하며 방송작가 계약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의와 그동안 해고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계약서의 맹점을 밝혀주었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그동안 작가들이 써왔던 계약서는 임금 지급일, 업무 내용 등 근로조건에 대한 조항이 아닌 계약 종료일만 명시돼 있는 계약서였다"며 “계약 종료를 이유로 작가들을 내보내왔던 방송계 관행이 부당해고임을 상세히 밝혀준 이번 판정은 해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작가들에게 너무나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전북지노위는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작가가 창작자로서 재량을 발휘하는 위탁사업자가 아니라 직원으로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적극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그동안 방송작가들을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왔던 1년 단위 방송작가 집필 계약서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북지노위는 판정문에서 ▲방송국이 봄 및 가을 개편 등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사용자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일 뿐이라는 점 ▲계약서 체결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에서 추진한 것으로 근로자가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지적했다.

당사자인 A 작가는 “이 사안을 면밀하게 살펴주신 전북지노위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정문을 통해 그동안 방송사가 관행이라고 에둘러왔던 그들만의 노동환경이 이제라도 개선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작가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재심청구로 작가를 벼랑 끝에 모는 나쁜 선례 대신, KBS는 해고 작가를 복직시키고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또한 ‘방송작가전북친구들’과 함께 중노위 재심청구 기한인 10일 동안 다방면의 투쟁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한편 KBS 관계자는 12일 “아직 판정문을 송달받지 못했고, 판정문을 받은 뒤 검토하고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전략기획국장은 “판정결정문이 1월 초에 나오는데 어떤 근거로 이 분을 근로자로 인정했는지 분석해 사실관계 다툼이 있다면 다툼을 할 수밖에 없고, 중앙노동위원회 취소심판을 신청할 것”이라며 “집필 작가까지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되기에 최소한 그렇지 않다는 측면에서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KBS, '전주총국 방송작가 구제 판정' 다퉈 볼 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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