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달 24일 ‘윤리적 저널리즘을 위한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이번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은 2004년 판의 1.3배로, 기자의 SNS 활동을 규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기자가 취재 보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가족의 사회활동에서 뉴욕타임스의 명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추가됐다.

감수를 맡은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뉴욕타임스는 매사 안 된다고 해놓고도 문서에 없다고 해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문제가 됐을 때 규정을 몰랐다는 변명은 참작 사유가 아니라 문제를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도 해놓았다. 정말 지독하다”며 “지금 한국의 신문사는 모든 면에서 1896년의 뉴욕타임스보다 나은 조건에 있지만 정도를 걷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뉴욕타임스가 얼마나 위대한 신문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제공=한국언론진흥재단)

"취재 시 법 반드시 준수"

뉴욕타임스는 “독자를 마주하는 모든 구성원은 독자가 곧 우리의 궁극적인 고용주임을 명심하면서 독자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존중하도록 한다”며 “답장을 필요로 하는 독자를 도외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예의”라고 했다.

표절 행위 혹은 고의적인 거짓 보도, 부주의에 따른 거짓 보도는 독자와 맺은 근본적인 약속을 배신하는 행위로 “본지는 구성원의 이와 같은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취재 시 취재 대상에게 본인의 신원을 밝혀야 하며 언론인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경찰이나 변호사, 사업가 등 다른 신분으로 행세해는 안된다고 했다. 취재원과의 거리 유지를 위해 주말 골프를 즐기는 등 사적 관계가 형성된 경우 에디터나 뉴스제작국 행정 담당에디터, 논설실 부실장에게 알리도록 했다.

뉴욕타임스 구성원은 뉴스 취재 시 반드시 법을 준수해야 한다. 무단침입은 안 되며 자료나 문서 등의 재산을 훔쳐서도 안 된다. 이메일, 음성 메시지 등 전자 정보도 포함된다.

대화를 녹음하고자 할 때 대화에 참여한 모든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화 당사자 중 한 명만 녹음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도 되는 지역일지라도 녹음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것은 기만행위로 볼 수 있다.

경쟁사를 상대할 때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해야 하며, 경쟁사의 노력을 저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매체에서 보도된 사실을 인용할 때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

“정치판에 언론인 설 자리 없어”

직원들은 뉴욕타임스의 취재 대상이거나 차후 취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개인 혹은 단체로부터 어떠한 선물, 우대 혜택을 제공 받아서는 안 된다. 뉴욕타임스는 선물을 정중하게 거절할 때 보낼 서신도 부록으로 첨부했다.

구성원들은 취재 대상으로부터 취업 알선을 받거나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은 정치·사회적 사상을 신봉하는 단체에서 대필 혹은 공저 활동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구성원 개인 발언에 제약을 뒀다. 직원들의 대외활동이 뉴욕타임스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대중의 믿음을 훼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외활동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방송이나 인터넷 생방송, 공개 포럼, 패널 토론 등에 참여한 직원은 본인이 참여한 행사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없다고 했다.

구성원의 선거활동 역시 금지한다. 뉴욕타임스는 “정치판에 언론인이 설 자리란 없다”며 “뉴욕타임스 구성원에게는 투표할 권리가 있지만 언론인으로서 보여야 할 본인의 중립적 태도 혹은 뉴욕타임스의 중립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는 활동이라면 절대 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구성원들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의견 혹은 지지표명을 할 수 없다.

또한 “구성원 중 그 누구도 공직에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공직에 지원하거나 종사하는 것은 언론인에게 기대되는 적당한 거리 유지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참여는 구성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뉴욕타임스의 지배적 입장으로 확대해석할 여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뉴욕타임스의 정치면 보도 자체에 대한 편파성 의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상에는 구성원들의 가족도 포함되는데 가족의 정치적 활동에 따른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거나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가족 금융 지분까지 확인 요청

뉴욕타임스 구성원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자 미공개 정보를 남용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취재 대상에 따라 주식 소유 제약이 걸리는데, 도서 분야 에디터는 출판사에 투자할 수 없으며 보건의료 담당 기자는 제약회사 펀드에 투자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될 예정인 기사가 실리기에 앞서 증권을 매매하거나 기타 투자를 할 수 없으며, 신문이 인쇄되는 날의 동부시간 기준으로 정오가 되기 전까지는 그와 같은 정보에 대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아야 한다.

구성원들은 입사 과정에서 배우자나 가족, 지인이 편파적인 시각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일으킬 수 있는 금융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 과정을 요청 받을 수 있고, 일하는 중에도 회사로부터 확인 요청을 받을 수 있다. 경제금융 뉴스를 다루는 소속 직원들은 동일 증권을 3달 안에 매수·매도하는 행위 금지, 스톡옵션이나 선물 거래, 증권 공매도를 해서는 안 된다.

허위 보도는 해고, 인용구는 다듬지 않는다

이밖에 뉴욕타임스는 구성원들에게 기사의 ‘무결성’을 위한 별도의 추가 지침을 제공했다. 뉴욕타임스는 “허위 사실 보도는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만에 하나 허위 사실을 보도한 경우라면 당연히 최대 해고에 준하는 수위의 징계를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든 구성원이 익히 염두에 두고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인용 보도 시 인용구를 ‘다듬지’ 않는다. 만약 발화자가 문법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다면 인용 부호를 제거한 뒤에 어색한 구절을 다른 말로 바꿔 표현해야 한다. 다른 단체에서 확인한 내용을 인용할 경우 그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취재 표기 시 해당 취재가 대면으로 이뤄졌는지 전화나 이메일 등 비대면으로 이뤄졌는지 서면으로 이뤄졌는지 명확히 구별하여 표기해야 한다.

마감기한이 촉박해 사실 확인 단계를 건너뛰어야 할 때는 담당 데스크에 ‘데스크에서 추가 확인 바람’이라는 전언을 남겨야 한다. 기자가 이름의 철자를 직접 물어 확인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정정보도의 경우 오류가 지적되면 책임을 맡은 관리감독 에디터 등에게 내용을 전달해야 하고 빠르게 확인해야 한다. 수정 사항은 즉시 게재해야 한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익명성 보장은 ‘최후의 수단’으로 ‘익명을 요구한’이란 습관적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다수의 정보원’, ‘기타 관계자들’이란 표현도 지양해야 한다.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지침 “사견표현 신뢰 악화 직결”

뉴욕타임스는 소셜미디어를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소속 언론인이 편향적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보이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사견을 표명한다면 뉴스제작국 전체에 대한 신뢰가 악화될 수 있다”며 “본지는 항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명성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뉴스제작국 직원 일동에게 분명히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소규정에 따르면, 언론인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등 정치적 견해를 소셜미디어상에서 행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취재해야 하는 주제에 대해 일방적인 견해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구성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사생활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뉴욕타임스의 구성원이 온라인에서 글을 게시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등의 모든 행위는 어느 정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 행위”라고 규정했다.

구성원들은 비공개 그룹에 가입하는 것도 피해야 하며,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제기한 질문이나 비판에 대응하고자 할 경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타 매체 기사를 공유할 때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타임스에서 사실 확인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를 사실로 인정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언론사 대부분은 이런 수준의 윤리 지침 없을 듯”

이번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제안으로 주니어 기자들의 공부 모임인 ‘기사연구회’ 회원들이 지난해 7월 번역 작업에 나섰다. 박동해 뉴스1 기자, 임주언 국민일보 기자,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 조문희 경향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기사연구회 번역팀은 “2021년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자에게 치욕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가짜수산업 사건에서 이런저런 향응을 받았다는 기자들의 이름이 거론됐고 대장동 개발 의혹에서는 윗선이 누구냐는 질문과는 별개로 사건의 중심에 언론인이 서 있었다”며 가이드라인을 다루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기준들이 적혀있어 흥미로웠고, 강연 등 대외활동에 따른 수수료 총액, 리뷰용으로 받은 도서 등의 소장 여부처럼 지침이 다루는 목록이 다양하고 명확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는 없는, 가이드라인의 해석과 판단을 내려야 하는 직책과 직위를 명시해둔 것도 인상적이었다”며 “국내 언론사 대부분이 이런 수준의 윤리 지침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며 함께 논의할 담당자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뉴욕타임스의 가이드라인을 한국 언론에 그대로 적용하긴 사실 쉽지 않지만 이번 작업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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