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 후보의 '멸콩(멸공) 챌린지'에 대해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설파했다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조선일보는 '멸공' 논란을 촉발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해명에 집중했다. 이번 '멸공' 논란은 정 부회장의 조선일보 기사 공유로 시작됐다.

11일 조선일보는 '멸공' 논란과 관련해 <정용진 "내게 멸공은 현실, 정치 운운말라… 사업가로 살다 죽겠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10일 정 회장과 신세계가 내놓은 해명을 중심으로 다뤘다.

국민의힘 '멸콩(멸공) 챌린지'. (왼쪽부터)윤석열 대선 후보,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국민의힘 선대본부, 나경원·최재형 개인 SNS)

조선일보는 "사업하면서 얘네(북한)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더라. 당해봤나?"라는 정 부회장 SNS글을 기사로 옮겼다. 조선일보는 또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정치 운운 말라", "어떤 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보험 할증이 있는데 이유가 전쟁 위험과 지진 위험 때문", "쟤들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데 안전이 어디 있나" 등 정 부회장 발언을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 내에서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는 윤 후보 발언과 "정책보다 이념적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발언을 더했다. 앞서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은 10일 칼럼에서 "야권 관계자들이 릴레이하듯 멸치·콩 사진을 올리며 윤 후보와 정 부회장을 응원하고 있다"며 "정권이 5년 내내 북한 김정은에게 저자세로 끌려 다닌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라고 썼다.

이번 '멸공' 논란은 정 부회장의 조선일보 기사 공유로 시작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조선일보 기사 <"소국이 감히 대국에…" 안하무인 中에 항의 한번 못해>를 공유하며 '멸공'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신 정 부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이 실린 기사를 올리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월 11일 <정용진 “내게 멸공은 현실, 정치 운운말라… 사업가로 살다 죽겠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정 부회장 등은 '멸공' 논란이 거세지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멸공' 논란에 대해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제가 멸치 육수를 내서 많이 먹는다. 아침에 콩국같은 것을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자주 산다"고 해명했다. 이어 윤 후보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멸공 챌린지'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는 '조림용 멸치로 육수를 우리냐'는 등 추가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후보 쇼핑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멸공 챌린지'는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과 이준석 대표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권 본부장은 10일 '멸공 챌린지'에 대해 "선대본부 차원의 방침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밖에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멸치와 콩 사기 홍보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제가 했겠냐. 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후보)개인 자격으로 할 수 있는 거지만 당 소속 정치인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받아 캠페인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간다"며 "그래서 자제해달라 부탁 드린 것이다. 실제 몇몇 의원실에서 그런 영상(멸공 챌린지)을 찍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멸치·콩 사기가 '멸공' 메시지인지 알 수 없고, '멸공' 메시지라고 해도 개인 SNS 해시태그를 활용한 '유쾌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후폭풍에 직면했다. 이날 신세계 주가는 전날 대비 7%(6.8%) 가까이 급락해 '오너리스크' 논란이 제기됐다. 신세계 인터네셔널과 신세계 I&C 주가도 각각 5.34%, 3.16% 하락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정 부회장이 주변에 더이상 '멸공'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11일 기사 <정용진은 '#멸공'… 신세계 주주들은 '공멸?'>에서 "신세계 관련주의 주가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는 '경영진에게 부탁인데 제발 주주만 생각해라', '오너리스크의 교과서적인 사례'라는 글들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한겨레 김남일 사회부장은 칼럼 <관종의 횃불>에서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며 "관종을 자처한 정 부회장이야 그렇다 치자.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제1야당 대선 해시태크가 면책특권 넘쳐나는 여의도에서도 34년 전 자취를 감춘 멸공 구호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사회부장은 정 부회장 '멸공' 발언을 윤 후보가 받은 배경에 경제언론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회부장은 "기업 가치를 총수 이익과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제지 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그의 이런 관종 행태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왔다"며 "언론의 질소충전식 과대포장이 더해지니 떨어지는 지지율에 멸치 허리나 콩깍지라도 잡고 싶은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덥석 집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1월 11일 한겨레<관종의 횃불>, 경향신문 <정용진은 '#멸공'… 신세계 주주들은 '공멸?'>

서울신문 임창용 논설위원은 칼럼 <퇴행적 '멸공' 챌린지>에서 "개인 소신을 밝히는 건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어제 신세계 주가가 폭락해 '개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더욱이 국민의힘의 멸공 챌린지는 걱정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뜩이나 좌우 갈등이 심화된 마당에 분열만 더 부추길 수 있어서"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김범수 논설위원은 칼럼 <선거의 품격>에서 "한 기업인의 밑도 끝도 없는 멸공 메시지를 받은 '멸콩' 행보는 도대체 언젯적 대선인가 한숨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 밖에 "같잖다", "삼류바보들" "대선도 필요없고 정권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 후보의 '막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실장은 <'이준석 아바타' 윤석열>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떨어진 건 여가부를 존치하겠다고 해서가 아니다"라며 "수많은 실언과 가족 관련 의혹,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태도 탓"이라고 했다. 김 논설실장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은 존재와 언어로써 주권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다움'"이라며 "마트 가서 멸치와 콩을 사들이는 '멸공 퍼포먼스'는 대통령다움과 거리가 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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