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022년 최우선 과제로 미디어 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미디어 자율규제와 탈포털 로드맵 등을 제시하며 "미디어 판갈이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언론노조는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미디어·산업자본 분리 ▲미디어 노동의 차별·불평등 완화 ▲미디어 자율규제와 탈포털 로드맵을 통한 저널리즘 복원 ▲시민의 정보·콘텐츠 기본권 강화 등 핵심 과제 4가지를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위한 미디어법 개정이 이뤄지며 미디어 시장이 급속도로 국내 소수 산업 재벌과 해외자본에 의해 독과점되고 포획당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현재까지 미디어 시장에서 공적 영역이 축소되고 소수 산업자본 재벌과 건설자본, 해외자본의 결합으로 인한 미디어 자본 종속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년 기자간담회 <2022년을 ‘한국 미디어 시장 판갈이 원년’으로>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윤 위원장은 “언론중재법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상처에 빨간약을 바르는 수준이라면 저희가 제시하는 안은 시장의 재구조화”라며 “훼손된 공공자본, 미디어 자본시장, 여론 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맞춰 2022년을 ‘미디어 판갈이의 원년’으로 삼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재벌과 해외자본에 의한 미디어 독과점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고 미디어시장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미디어 전문 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분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산규제 천장 제거하고, 미디어·산업 자본 분리하자"

언론노조는 앞으로 신문, 지상파, 보도전문채널, 종편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자산총액 규제가 완화될 것이며 10조 이상 상호출자 제한집단인 40대 대기업에도 소유를 허용해 미디어 사업의 종속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위원장은 “자산규제를 3조에서 10조, 30조까지 올리는 법안들이 나왔지만 자본이 커질 때마다 규제 허들을 낮추는 건 더 이상 규제가 아니다”라며 “이럴 바에 자산규제라는 천장을 제거하자는 게 언론노조의 일종의 양보안”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미디어 자본 내부에 경영 투명성, 독립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언론노조는 미디어 소유 규제를 ‘자산총액 규제’에서 ‘자본유형에 따른 규제’ 체제로 전환해 미디어 부문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울 자본을 선별하자고 제안했다. 대선후보에게 대기업 등 모기업에 종속된 미디어 기업의 계열 분리와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미디어·산업 분리(미산분리)’ 선언과 통신·포털·지상파 민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미디어 자본의 사회적 책임 부여’를 공약으로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국회에 ▲미디어기업의 계열 분리 법제화 ▲노동·시민이사제, 제작자율성 보장 등 미디어 기업집단에 대한 사회적 책임 규정 부여 ▲미디어 부문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미디어 기업집단 내 불공정 거래 차단 법제화 등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방송사업자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도 미디어 자본 내부에 독립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제안했다.

언론노조는 “금융의 공공성을 보호하고 재벌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은산 분리 정책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을 복원하고 여론 다양성과 사회적 균형 회복, 미디어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일반 산업자본의 미디어 분야 지배를 제한,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 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 계열 분리 이후에도 기존 산업자본 지배 주주의 영향력이 미칠 우려는 없는지 등을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협의 및 공론화를 통해 풀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3일 관련 토론회가 예정됐다.

‘미디어 노동의 차별과 불평등 완화’와 관련해 윤창현 위원장은 “중간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 공적개입을 통해 중간착취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의 몫을 되찾는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원청 지시를 받아 일하지만 3.3% 세금을 내고 사장으로 등록되어 있는 프리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 노동공제회를 올해 안에 출범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저널리즘 복원’ 공약으로 미디어 자율규제와 탈포털 로드맵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구별되는 통합형 언론 자율규제기구의 구성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윤창현 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의 포털 퇴출 과정과 소송을 통해 재입점을 통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자율규제 자체의 위상은 법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으며, 신문·방송·인터넷신문 사업자 외에 유튜브·페이스북·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미디어 사업자들이 중장기적인 통합자율규제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시민 정보-콘텐츠 기본권 강화’ 과제를 위해 언론노조는 통합미디어법에 통신망과 정보 접근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명시해 그에 필요한 공적 재원과 인프라 제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4가지 과제를 발표중인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통합자율기구 구성 논의 계속해 나갈 것”

한편 윤창현 위원장은 지난해 언론노조 성과에 대해 “11대 집행부 출범 당시 핵심 활동 과제로 4대 언론개혁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해왔다. 지역언론인들의 염원이었던 지역신문 발전기금 상시화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제 지역신문 발전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언론 현안 앞장서서 말하는 언론노조 되겠다”)

이어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을 구조화할 수 있는 국민참여 보장과 지배구조 개선 입법 문제는 국회 미디어제도개선특위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다. 언론노조는 앞서 밝혔든 누가 권력을 차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지금이 독립성 확보의 최적 시기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와 관련해서는 “언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어떻게 받아 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통합자율규제논의기구’를 모색했고, 지난해 말 통합자율기구 구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제출됐다. 올해 안에 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나갈 예정이며, 내일도 실무논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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