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상호 칼럼] 최근 미디어 환경의 급변과 영화 ‘미나리’, 넷플릭스를 통한 ‘오징어 게임’, ‘지옥’ 등으로 K-콘텐츠의 전세계적인 인기와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방송)미디어 관련 정책과 법·제도는 정체됐다. 국내 미디어정책과 법·제도는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기틀이 다져지고 변화해 왔다. 그러나 18대·19대 대통령선거에서 (방송)미디어 공약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면서 관련 법·제도가 미디어 발전 및 K-콘텐츠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루어진 ICT 중심의 정부조직개편은 통신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였고, 방송의 공적영역을 담당한 지상파방송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유료방송의 주축이었던 케이블의 쇠퇴가 시작됐다. 특히, 지상파방송과 케이블의 쇠락으로 시청자 권리 역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즉,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방송법에서 보장된 시청자의 권리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단순히 소비자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 되었다.

21세기 들어 추진된 미디어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2000년 이후 방송정책은 방송위, 통신정책은 정통부가 맡았으나, 이명박 정부가 방통위를 출범시키면서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규제와 진흥 정책이 추진되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ICT 중심의 방통위를 조직 및 운영하면서 통신과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정책을 추진한 반면, 지상파방송의 쇠락은 가속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2008년 방송의 산업화 논리로 출범한 IPTV로 인해 통신 중심의 유료방송 환경이 재편되었고, 지역밀착형 매체인 케이블TV는 하락이 시작되었다. 또한 미디어법이 강행으로 종편이 출범하면서 신문의 방송 진출이 합법화되고, 지상파방송 중심으로 유지되어 온 방송의 공적영역 붕괴가 촉진되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명박 정부 이후의 미디어정책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계승하였지만, 방통위를 무력화시키고 통신 편향적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를 더욱 확립시키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설치하였다. 미디어 생태계에서 방송의 공적영역은 소외되었고 저널리즘 영역은 빠르게 종편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 관련 정책기능은 미래부, 방통위, 문체부로 분산 및 파편화되어 업무가 중복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법·제도가 미디어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지난 정부의 탄핵으로 19대 대선을 통해 조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미디어 관련 정부조직 재편은 무산되었다. 이전 정부의 조직이 계승되면서, 미디어 업무의 이원화 문제뿐만 아니라 방통위, 과기부, 문체부로 미디어 업무가 분산되는 문제점이 재현되었다. 특히 미디어 정책이 부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조직개편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방송)미디어의 공적영역이 급속도로 황폐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즉, 박근혜 정부부터 약 10년간 방송(미디어)의 공적 영역뿐 만 아니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미디어 정책과 법·제도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15년간 지상파방송 중심의 미디어 공적영역은 미디어의 산업화 논리로 붕괴되었고, 지역밀착형 매체인 케이블은 통신사의 합병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이명박 정부 이후 통신 중심 정부조직개편의 한계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지난 2번의 대선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였다. 특히, 현 정부의 (방송)미디어 정책과 컨트롤 타워부재로 인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미디어 관련 부처들의 밥그릇 싸움(OTT 관련)이 난립하고 있다.

20대 대선을 통해서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ICT 중심이 아닌 글로벌 OTT 중심의 국내 미디어산업 재편 대응, 미디어 공적영역의 재확립 및 미디어 생태계 조성과 발전을 위한 미디어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20대선의 여·야 대선 후보자들은 미디어 공약을 준비하지 못한 듯하다. 제대로 된 미디어 공약이 없다면 체계이고 경쟁력 있는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조직개편과 법·제도의 확립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 미국 시스템의 방통위가 출범하였지만, 귤과 탱자의 차이처럼 전문성 없이 정치적 논리에 매몰되어 운영된 측면이 있다. 즉, 방통위는 전문적·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처도 민간영역도 아닌 정치 논리가 만연한 무능력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의 방통위로는 제대로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핵심은 미디어 공적 영역의 재정립

차기 정부도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과 미디어 산업화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 산업의 영역은 정부 부처가 담당하는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가령, (가칭)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와 공영미디어위원회의 출범이다. 현재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처럼 담당 사업자별 업무분장이 아닌, 미디어의 산업영역과 공적영역 중심으로 업무를 획정하자는 것이며, 문체부와의 미디어 업무영역의 분장도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부는 전반적인 미디어의 진흥과 산업 업무를 담당하고, 공영미디어위원회는 미디어의 공적영역을 근간으로 언론의 독립과 저널리즘 문제, 시청자(이용자), 심의 등 부처가 담당할 수 없는 민감한 부분을 담당하면 된다.

미디어 환경변화로 방송법 상 시청자의 권익 보호는 퇴색되고 있으며, 시청권 확립의 마지막 보루인 방송의 공적영역은 쇠퇴하고 있다. 방송법상 방송의 공적영역이 확립되지 못한 상황의 개선 및 재편을 위해서는 공영방송과 방송의 공적영역에 대한 법·제도적인 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송법 상 방송의 공적역할 확립을 위해 지상파방송의 재획정이 필요하며, IPTV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시장과 글로벌 OTT의 서비스 확대 등을 감안한 유료방송의 획정 및 역할의 재규정을 위한 법·제도의 확립도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의 공적 역할 확립 및 보완을 위해 지역밀착형 매체로서 케이블의 역할과 통일 및 난시청 해소 등을 위한 위성방송의 역할 등 유료방송의 역할 재규정 등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방통위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충돌, 국회 상황, 위원회의 한계성 등으로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IPTV법과 미디어법 추진 사례를 참고하여 국회에서 공영방송, OTT, 통합방송법 등의 법 제정 및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글로벌 OTT, 유튜브가 전세계 미디어 시장을 군림하는 온라인 온리 시대에 ICT 중심의 정부조직개편은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다. 글로벌 OTT 등 유통플랫폼이 전세계 미디어를 주도하는 상황에 발맞춘 미디어 공약과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본적인 시청자(이용자) 권익이 보장되고 미디어 공적영역이 다시 확립될 수 있도록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공약과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대 대선이 약 두 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미디어 생태계 조성 및 발전을 위한 미디어 공약의 마련이 늦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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