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인 질병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어떠한 프레임으로 보도할까. 대부분의 언론은 ‘위기 프레임’을 가장 많이 사용했지만 보수·진보 매체 성향에 따라 부각하는 프레임이 달랐다. 보수성향 매체는 위기와 갈등을 부각한 반면, 진보성향 매체는 위기와 정책실행을 강조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와 김창숙 강사가 코로나19 보도를 중심으로 ‘질병재난에 관한 언론보도의 프레임과 귀인 특성 연구’ 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해당 연구를 지원했다.

해당 연구는 국내 코로나19가 처음 알려진 ‘대구 신천지 코로나 감염’ 보도를 대상으로 언론이 새로운 질병에 대한 언론 프레임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2월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신천지’와 ‘코로나’가 포함된 기사 1283개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지상파 3사(KBS, MBC, SBS), 중앙지 4개(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대구지역신문인 매일신문 등이다. 연구진은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매체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각 성향을 대표하는 신문 2개씩을 포함시켰다.

(출처 : 질병재난에 관한 언론보도의 프레임과 귀인 특성 연구, 한국사회과학연구 제40권3호)

재난 보도 시 ‘위기 프레임’이 가장 많지만

모든 매체에서 ‘위기 프레임’(44%)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재난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결과다. 이어 정책실행·노력정부(15.7%), 갈등(14.7%), 도덕성(6.9%), 책임귀인(6.0%), 인간적 흥미(4.8%), 의료권리(2.3%), 시민피해(1.9%), 경제적 결과(1.5%), 예방(1.3%), 협력·합의(0.9%) 프레임 순으로 나타났다. 위기 프레임, 정책실행·노력정부 프레임, 갈등 프레임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매체 유형별로 방송(55.4%)이 위기 프레임을 중앙지(37.6%)보다 많이 사용했다. 방송은 위기, 정책실행·노력정부, 갈등, 책임귀인 순이었으며 중앙지는 위기, 갈등, 정책실행·노력정부, 도덕성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지는 갈등 프레임을 위기 프레임 다음으로 많이 사용했다. 대구지역신문은 위기, 갈등, 인간적 흥미, 정책실행·노력정부 순이었다.

언론사 성향별로 보수성향의 신문은 위기 39.1%, 갈등 18.5%, 정책실행·노력정부 16.4%, 도덕성 7.7% 순으로 나타난 데 비해 진보성향 신문은 위기 29.5%, 정책실행·노력정부 24.1%, 갈등 12.5%, 도덕성 10.7%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수나 진보 모두 정책실행·노력정부, 갈등 프레임을 많이 사용하지만, 보수성향은 갈등을, 진보성향은 정부의 정책실행이나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더 강조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와 보수매체에서 각각 4번째 순위에 언급된 ‘도덕성 프레임’은 병원을 이탈한 확진 혹은 의심자나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행위 등을 대상으로 해 비난하거나 사회적 비난을 초래할 수 있는 보도 내용이 다수였다.

협력·합의 프레임은 전체적으로 높은 비율이 아니지만, 진보 매체(3.6%)와 보수 매체(0.9%)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진보 매체는 모두 함께 협력하자는 취지의 뉴스나 상호 협력과 합의를 강조하는 프레임이 보수 매체보다 많았다.

대구지역신문은 인간적 흥미 프레임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피해지역 매체로 구체적인 개인 사례나 감정적인 호소 등이 많이 사용된 것을 원인으로 추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수가 보름 만에 1천명 아래로 떨어진 4일 오전 서울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 매체, 전문가 등 갈등 주체 다양하게 다뤄

갈등 프레임에 대한 세부 분석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 신천지와 정부·여당의 갈등을 기사화한 내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병 초기 정부·여당과 신천지의 갈등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중앙지의 경우 전체적으로 다른 매체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시민과 신천지 간의 갈등(11.3%)이 다른 매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23%로 나타났다. 방송이 4.8%, 대구지역신문이 12.9%인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전체적으로 보면 보수 매체가 진보 매체보다 갈등의 주체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었다. 특히 보수 매체는 의사 등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의료붕괴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진보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또한 보수 매체의 경우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고 나면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덧붙이거나 ‘전문가들에 따르면’과 같이 불명확한 취재원의 말을 빌어 정책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는 내용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보수 매체의 경우 전문가가 갈등 주체로 나서는 비율이 높았다.

확진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 진보 매체가 보수 매체보다 외적 요인을 더 부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경향이 “코로나19의 확산세 원인을 정부의 방역실패보다 신천지의 폐쇄적인 조직 운영 방식이나 비협조 등으로 돌리는 진보성향의 보도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출처 : 질병재난에 관한 언론보도의 프레임과 귀인 특성 연구, 한국사회과학연구 제40권3호)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매체성향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보수성향에서는 위기와 갈등을, 진보성향에서는 위기와 정책실행·노력정부 프레임을 강조하는 차이를 보였고, 갈등의 주체를 구성함에 있어 정치색을 드러내는 경향을 보여 정치적 성향이 언론의 보도행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내 언론이 코로나19와 같은 중대 사안에 있어서도 여전히 정치적 편향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며 국내 언론 환경에서 보수 신문사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의 정치적 편향이 위험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위기와 갈등을 간접적으로 증폭시키는 경향을 가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본 연구는 코로나19의 초기 보도에 있어서 언론의 보도는 과거 메르스나 사스에 비해 개선됐지만 여전히 언론의 정치적 성향이 작용하여 보건의 문제가 정치화되는 경향을 확인했고 이는 위험 대응에 있어서 정부의 유연한 정책 대응을 제한하고 사회적으로 소모적 논쟁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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