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서울신문·연합뉴스 등이 자극적인 해외 토픽·사건기사를 온라인에 송출해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가 959차 회의에서 결정한 온라인 기사 ‘경고’는 19건에 달한다.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신문윤리위는 공개경고 등의 중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다.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는 조선일보, 서울신문, 파이낸셜뉴스, 중앙일보, 연합뉴스, 한국일보, 뉴시스, 매경닷컴, 국민일보, 머니투데이 등이다. 이 중 조선일보·서울신문·파이낸셜뉴스는 2건의 경고 제재를 받았다. 적용된 조항은 ‘선정보도 금지’와 ‘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 등이다. 신문윤리위는 “경고를 받은 기사 대부분 선정성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와 연합뉴스는 지난달 중국 동물원이 새끼 원숭이에게 담배를 피우게 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관련 사진을 기사에 실었다. 특히 연합뉴스는 기사에 원숭이가 흡연하는 영상을 첨부했다. 신문윤리위는 “연합뉴스는 ‘끔찍하다’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며 누리꾼들의 반응도 덧붙였다”면서 “그러나 정작 원숭이가 10여초간 연기를 뿜는 영상을 3차례에 걸쳐 거듭 보여준 것은 비판적 보도 내용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선정적인 편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국민일보·머니투데이 등은 핼러윈데이 때 서울 이태원에서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사실을 고발했다. 이들은 남성의 불법 촬영 사실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신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을 기사에 실었다. 신문윤리위는 “범죄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작성됐다 하더라도 여성을 뒤쫓아가며 하반신을 촬영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자세히 보여주는 편집 행위는 범죄에 대한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선정적인 보도 태도”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간 집단난투극 소식을 전하면서 실제 싸움 영상을 노출했다. 서울신문은 해당 영상을 홈페이지 메인화면 우측 하단에 배치했다. 신문윤리위는 “잔혹한 폭력 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공포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느슨하게 하는 동시에 모방심리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사건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 소식을 다루면서 여성 경찰관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경고 제재를 받았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에서 ‘여경 뽑을수록 피해 보는 건 국민’, ‘결국 약해지는 현장 대응력에 칼 맞는 건 국민들이다’ 등 네티즌의 극단적인 발언을 기사에 담았다.

신문윤리위는 파이낸셜뉴스 기사에 대해 "경찰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는 여성 경찰관을 향한 인격 모독에 가깝다”며 “여성 경찰 다수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내용까지 여과 없이 옮겨 적었다. 이 같은 기사는 사회적으로 전체 여성 경찰관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조성하고 명예를 훼손할 우려마저 있다”고 비판했다.

동일 조항 반복 위반에 ‘솜방망이 제재’

언론사가 ‘선정보도 금지’, ‘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 조항을 위반해 신문윤리위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올해 매 회의때마다 ‘선정보도 금지’, ‘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 조항을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공개경고, 정정, 사과, 관련자 경고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릴 수 있지만 조선일보에 주의·경고 이상의 제재를 결정하지 않았다. 신문윤리위는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언론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과징금 대상이 되는 조항이 한정적이어서 실효성이 없다.

이와 관련해 안재승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신문윤리위 윤리위원)은 지난달 열린 ‘신뢰 회복을 위한 슬기로운 언론 자율규제 방안’ 토론회에서 “신문윤리위가 언론사에 내린 제재는 대부분 주의”라며 “주의는 불이익이 없으니 언론사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실장은 신문윤리위가 중징계를 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신문윤리위 내부에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리려 해도 언론사가 따르지 않으면 체면만 손상된다’는 무력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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