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 규제 법안의 대체재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초안이 공개됐다.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의 기구를 만들어 언론사 제재 및 이용자 분쟁 처리를 맡겨야 한다고 내용으로 피해자 구제와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다. 제재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포털 사업자 참여는 자율기구를 추진하는 언론현업단제의 숙제로 제시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반대한 언론현업단체들은 대안적 성격으로 ‘통합 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제안하고 관련 연구위원회를 구성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김민정 한국외대 교수·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황용석 건국대 교수·심석태 세명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위원회는 2개월간 논의를 거쳐 통합 자율규제기구 초안을 마련했으며 24일 공개했다. 연구위원회는 31일 언론 현업단체에 최종 설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조직도 가안

자율규제기구는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된다. 언론중재법상 ‘언론’으로 규정된 신문사·방송사·인터넷신문사가 참여 대상이고, 언론사는 소정의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자율규제기구의 이사회는 자율규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조직구조·예산 분야에 대한 결정권만 갖게 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최고 의결기관인 ‘자율규제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자율조정실’로 구성된다. 자율규제위원회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며 자율규제 규약과 운영 규정을 결정한다. 또한 자율규제위원회는 언론사 제재 부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율조정실은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용자 불만·피해가 접수될 시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담당하는 자율조정인은 최소 5인에서 최대 7인으로 구성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언론진흥기금 등 공적 재원, 언론사 분담금 등으로 운영된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제재 유형 가안

자율규제기구는 규약을 위반한 언론사에 정정·노출중단·사과 등 ‘시정결정’과 권고·주의·경고 등의 ‘제재’ 권한을 행사한다. 자율규제기구는 제재가 누적된 언론사를 제명할 수 있다. 언론사는 ‘제재금 부과’에 한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자율규제기구는 언론보도 피해자를 위해 ‘피해구제 조치’를 마련한다.

자율조정인은 분쟁 민원이 접수되면 언론사와 협의해 합의를 유도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피해구제 조치를 결정한다. 피해구제 방법은 반론·정정·추후보도·사과·위자료·노출중단 등이 있다. 피해자가 사건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맡기면 자율규제기구는 사건 처리를 종료한다.

자율규제기구 연구위는 “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모든 제재 결과는 공개하고 언론인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문제가 된 언론사의 지면·온라인에 제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이다. 또한 이용자들이 포털에서 제재를 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위원회는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언론상과 협력 체계 구축 ▲공적 기금 지원 관련 인센티브 제공 ▲정부광고 배정 관련 인센티브 부여 ▲포털 등 외부 기업과 협력 체계구축 등을 제안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업무 중복 문제 개선’을 제도 개선 방향으로 꼽았다. 강형철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공정성 조항 심의는 위탁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9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 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기존 규제기구와 통합

연구위의 초안과 관련해 언론현업단체는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유인책과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제재에 대한 적절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신문윤리위원회 제재는 실효성이 전혀 없지만, 네이버·카카오 제휴평가위원회 제재는 난리가 난다”며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 제재를 아프게 받아들이기 위해선 포털과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중재위, 방통심의위, 신문윤리위 등 기존 규제기구와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연구위 판단을 달랐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은 “궁극적으로 규제체계를 통폐합해야 한다”면서 “자율규제기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결정을 법적 의무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형철 교수는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면)실행은 늦어질 것이고,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하지 말자’는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기구를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교수는 “포털을 포섭하는 문제는 언론 현업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석태 교수는 “언론중재위, 방통심의위 업무 중복 문제는 조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일부 업무에 대한 위임·위탁 MOU를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참여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상황대로 가면 강한 타율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율규제기구를 논의한 것이다. 먼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튜버도 자율규제기구에 들어와야"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사뿐 아니라 유튜버 등도 자율규제기구 대상에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론 활동을 하거나 매체력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율규제기구의 바운더리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영섭 교수는 “유튜브 등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다”면서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율조정인 숫자가 부족해 언론 관련 문제를 모두 처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신문윤리위가 매년 처리하는 안건은 2800건에 달한다”며 “자율조정인 5인~7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이 어느 정도겠는가.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석태 교수는 “언론중재위 등 여러 기구가 병립하고 있는데 모든 분쟁이 (자율규제기구로) 폭주한다고 생각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상식적으로 자율규제기구가 모든 것을 심의할 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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