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3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 씨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구 씨 변호인단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험성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공동변호인단인 사단법인 오픈넷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추상적인 기준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1심에서 공익 목적을 인정하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 안 된다'고 판시한 부분이 추상적인 기준에 따라 선고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수원고법 형사 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020년 1월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가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문제는 개인 간의 채권·채무가 아닌 공적 관심 사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신상정보에는 신원을 특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얼굴 사진을 비롯해 직장명까지 포함돼 있는데, 과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런 정보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배드파더스에서 신상이 공개된 5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한 뒤 2019년 5월 구 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은 배드파더스 사건이 일반적인 명예훼손과 다르다고 판단하고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해 1월 열렸던 1심 재판부는 구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해당 재판에서 배심원단 7명 전원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면서 “대상자(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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