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KBS 20대 대선 보도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대선보도 모니터링단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4명의 미디어 전문가로 구성됐다. KBS본부는 대선보도 모니터와 관련해 “모니터링단 의견은 언론노조 KBS본부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문가 그룹의 애정있는 고언이 KBS 보도의 공정성 확보는 물론 공영방송 저널리즘 도약의 토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선 모니터는 투표일인 내년 3월 9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단순 전달 리포트 압도적

모니터링단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보도 관행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니터링단은 “후보 본인이나 가족 관련 새로운 의혹이 폭로되고 날마다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거친 말들이 오가며 후보나 가족의 도덕적 흠결이 선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1차적 책임은 후보와 정당에 있을 테지만 언론의 책임도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언론이 후보나 가족, 주변 인물의 도덕성 검증에 매몰되고 정치권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무비판적으로 중계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모니터링단은 “자산·소득 불평등, 기후 위기, 젠더 불평등, 지역 불균형 어느 것 하나 선거판의 화두로 등장하지 못한 채 철저히 잊히고 있다”며 “언론이 중요한 시대적·사회적 의제들을 선거 보도와 철저히 단절시킨 채 오로지 정쟁 중계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은 KBS도 다른 방송사 보도와 별다른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총평했다. “포털 뉴스에서 하루종일 봤던 소식을 그대로 전하고 있을 뿐이며 <뉴스9>는 매일 대선 관련 소식을 전하지만, 후보가 어디에 가서 어떤 말을 했는지 단순 전달하는 리포트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12월 19일 <뉴스9> 보도 화면. (사진=KBS)

단순 공방보도, 안 할 수 없지만

19일 <“자식 둔 죄인”...“의혹 가짜도 많아”> 보도의 경우 이재명 후보 아들 관련 의혹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차례로 소개했다. 18일 <가족 논란 입다문 후보들...정책 이슈 부각>도 양당 선대위의 공세를 차례로 전했다.

모니터링단은 “이런 보도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단순 양당 입장 전달 리포트에 그쳤을 때 문제는 정책 보도의 공백과 선거 의제의 실종”이라며 “모든 언론이 후보와 캠프가 치고받는 모습만 보여줄 때 유권자들은 투표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주요 의제를 설정하거나 후보자들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못하고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만 갖게 될 가능성이 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20일 <뉴스9>는 부동산 보유세 동결 이슈를 정치권 공방 중심으로 보도했다. 모니터링단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발언은 ‘이재명의 말바꾸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어진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반론과 거리가 먼 발언이 소개됐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이날 공시지가 속도조절, 양도세 중과 유예 등 부동산 정책 변경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 있었지만 반론의 성격이 없는 발언을 선택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21일 <뉴스9> 첫 보도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와 당내 갈등을 다뤘다. 모니터링단은 “대선국면에서 주목도 높은 정치적 돌발 사건을 우선 보도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싸움구경식 혹은 경마중계식 보도는 정치에 대한 시민의 환멸만 부추길 뿐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준석 대표의 대외적 불만 표출이 반복되는 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짧게라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나 전문가 주장을 인용해 당대표나 후보 개인의 장악력과 리더십 문제, 선대위 구성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1일 자 <李, 샌델과 ‘공정과 정의’ 대담...尹, 정부 코로나 대응 비판>의 경우 단순 기계적 배분 보도로 지목됐다. 이재명 후보와 마이클 샌델 교수의 화상 대담은 주목도가 훨씬 높은 동정이었던 반면, 윤 후보의 경우 으레 반복되온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모니터링단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매번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 타당하냐고 물었다. 차라리 이재명-샌델 대담에 초점을 맞추고 공정 및 능력주의 의제에 대해 윤석열 후보 측과 어떤 입장 차이가 있는지 그간의 발언과 행보를 편집해 비교하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KBS가 끌고 온 노동·기후 의제를

모니터링단은 KBS가 능동적으로 의제를 제기하는 대선 보도가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니터링단은 산업재해, 기후 위기, 여성·성소수자 차별, 지방 소멸 등 KBS가 비중 있게 보도해온 의제들이 대선 보도에서 실종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9>의 지난달 30일 '청년세대 이슈' 보도는 주목할 만한 보도로 꼽혔다. <MZ세대...“잘 배웠지만, 불평등 인식 커”>를 리포트한 기자는 이어 <2030 청년 표심 주목?>에서 거대 양당 후보들의 관련 공약을 소개하고 공약의 빈약함을 짚거나 청년층의 자산대비 부채 비율을 통해 현금 지원 중심인 기존 공약의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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