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5차 특별사면 대상자를 추리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박근혜 사면론’ 군불을 때고 나섰다. 이들 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는 기사를 작성해 동정론을 유발하거나, 만기출소 후 나이 등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신년 특별사면 보도가 시작된 18일에서 22일까지 신문 지면·방송 보도를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6건 작성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4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한겨레·경향신문·KBS·MBC·SBS 등의 관련 보도는 1~2건이었다.

조선일보 12월 20일자 칼럼 '만물상 - 박근혜의 옥중 5년'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건강 관련 보도였다. MBC·SBS·한국일보가 박 전 대통령 건강 상태를 건조하게 언급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관련 정보를 상세히 전했다. 동아일보는 20일 <“박근혜 지병 악화…장기 수감에 정신 불안정”> 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어깨 관절과 허리디스크 등 지병이 최근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역대 최장기간 수감돼 있다”며 “가석방이나 사면 없이 형을 모두 채우면 87세가 되는 2039년이 돼야 출소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은 20일 <[만물상] 박근혜의 ‘옥중 5년’> 칼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했다. 배 논설위원은 “(박 전 대통령은) 칼로 베이거나 불에 덴 듯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꼬박 감옥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한 시대의 권력자였지만 여성이기도 한 그의 아픔을 보듬고 넘어갈 아량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일까”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20일 <국민통합 위해 박근혜·이명박 사면 적극 검토해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의 조건으로 국민 동의를 내걸었다”며 “사면도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의미가 있는 건 분명하다. 다만 국민통합과 현재의 국민 동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전직 대통령 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은 그것을 통해 현재의 국민통합보다 더 큰 국민통합으로 나가자는 미래지향적 의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면을 약속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 대통령의 사면 거부는 전직 대통령들을 5개월 더 가두는 효과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 사면의 은전을 베풀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22일 발표한 <조선‧동아, 주거니 받거니 ‘박근혜 사면’ 군불 때기> 모니터에서 “조선일보가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면서 ‘여성이기도 한 그의 아픔’을 언급한 것은 핵심을 비켜난 보도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탄핵국면부터 지금까지 보수성향 언론이 관련 보도를 내놓으며 이따금 강조하는 것이 바로 박근혜 씨가 ‘여성’이라는 점”이라면서 “박근혜 씨가 징역 22년형을 받은 건 대통령직을 이용해 국정농단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대법원 확정판결에 박근혜 씨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국정농단 피해자들은 아직도 상처를 다 치유하지 못하고 차별과 혐오의 시선에 맞서고 있다”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사회의 공기’인 언론이 맞는다면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등을 위로하고 국정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지우기 위한 보도에 앞장서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한 순서”라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