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드라마 <설강화> 폐지 요구가 계속되자 JTBC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JTBC는 21일 "설강화의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라며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 설명했다.

JTBC는 <설강화>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 2회에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출처=JTBC)

JTBC는 "현재 많은 분들이 지적한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JTBC는 폐쇄했던 포털사이트 실시간 대화창과 시청자게시판을 열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입장문 말미에 "JTBC가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콘텐츠 창작의 자유와 제작 독립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수영 JTBC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설강화>가 논란 속에 런칭했다. JTBC는 다들 꺼려했던 히트웹툰 <송곳>을 드라마화 했고, 수년 간 방송될 수 없었던 천만영화 <변호인>을 TV에서 초방했다"며 "정치적 잣대보다는 제작의 독립성과 창작의 자유를 핵심가치로 생각하고 콘텐츠 그 자체를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강화>와 관련하여 제기된 이슈를 유관부서와 함께 꼼꼼히 보고 있다. 마땅히 지적받아야 하는 부분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되, JTBC의 핵심가치인 제작의 독립성과 창작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배우 정해인이 맡은 '임수호'는 남파공작원이다. (사진제공=JTBC)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로맨스다. 지난 3월 일부 시놉시스가 온라인에 유출돼 민주화운동 폄훼·안기부 직원 캐릭터 미화 의혹을 받았다. 당시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며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앞서 제기된 우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1회에서 영로는 남파공작원인 수호가 민주화 운동 시위를 하다가 쫓기는 것으로 착각해 도움을 줬다. 또 수호가 안기부 요원인 '이강무'(장승조)로부터 도망치며 민주화 투쟁을 하는 학생들을 지나칠 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흘러나왔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 글은 하루 만에 청원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했으며 21일 오후 2시 기준 31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설강화>가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자 외국인에게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푸라닭, 다이슨, 넛츠쉐이크 등은 제작지원과 광고 협찬 중단을 선언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