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직원이 근무 중이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빈 사무실만 보여줬다’는 민원이 제기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지난 10월 28일 '지난 10년, 서울시에선 무슨 일이' 편에서 서울시가 위탁·보조하는 시민단체 사업 현황과 운영 실태를 다뤘다. TV조선은 당시 방송에서 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의 비어 있는 사무실을 가리키며 ’근무 중이라는 팻말만 보일 뿐 자리에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 방문 당시 직원들은 옆 사무실에서 회의 중이었음에도 비어 있는 사무실 내부 영상을 보여주며 근무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시청자를 오인케 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프로그램 심의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객관성 위반 조항이 적용됐다.

서울시는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방송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대대적 구조 점검과 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시정의 주요 아젠다로 추진돼 온 '마을공동체 사업'의 실행,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불공정과 특혜, 비효율이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의 보도는 서울시 발표의 연장선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10월 28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21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윤성옥 위원은 “방송 내용을 보면 기자가 현장까지 갔음에도 왜 (빈 사무실만) 보고 돌아왔을까 의문”이라며 “(직원들이) 왜 일을 안 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은 기자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기자가) 현장에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제기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속보성이 요구되는 뉴스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이렇게 방송이 된 이유에 대해 (취재진의) 자세한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심의에) 객관성 조항이 적용됐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객관성 조항은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의견진술’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황성욱 위원은 “민원인이 다른 곳에서 회의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CCTV 말고는 주장이 사실인지 입증하는 자료가 없다”며 “주장만 가지고 보도의 사실성을 판단하는 것은 난감하다. 설사 민원인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방송 보도의 내용이 거짓말이 아닌 이상 양 당사자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황 위원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반론 보도권 청구인데, (민원인이) 이러한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면서 “방송소위에서 주장을 가지고 (보도의) 객관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다만 취재진이 객관성 추구에 대한 노력을 좀 소홀히 했다는 측면으로는 심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방송소위가 의견진술을 결정하는 것은 보도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문제없음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보도 내용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며 “탐사보도라면 (직원들이) 뭐라고 주장하는지 들어보고 그 내용을 기사에 같이 녹였어야 완벽한 기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위원장은 “취재진이 (사무실까지) 가서 그냥 나온 것을 보고 ‘누구 만날까봐 얼른 도망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양상이라든지 기사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소위원장은 “민원인들이 ‘보도가 잘못됐다’라고 생각했다면 다른 조치부터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소위는 위원들의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재논의를 거친 뒤 전원 행정지도 ‘권고’로 의견을 모았다. 정민영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상휘 전 위원의 사임으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방송소위의 의결 기준은 전원 찬성이다.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조 4항은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소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의 3분의2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방송소위는 부동산 자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수익이 보장되는 것처럼 발언한 이데일리TV <부동산부자대세要>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로 의견을 모았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는 “단기간 최소 3억 이상의 시세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역세권은 리스크가 거의 없다” 등의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심의에 앞서 이데일리TV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문제 인식 후 프로그램 PD를 교체했고, 내부 심의를 강화했다”며 “향후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현재 JTBC 드라마 <설강화>와 관련해 방통심의위에 제기된 민원은 7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인 <설강화>는 18일 첫 방송 이후 이틀 만에 방송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업체에 대한 불매 운동이 시작되자 일부 업체는 협찬 철회를 공식화했다.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한 심의는 올해 방송소위가 마무리돼 내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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