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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공익성을 위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개편[기고] 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 승인 2021.12.22 15:45

[미디어스=오경수 칼럼] 디지털기술과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방송시장만 하더라도 국내 경쟁을 뛰어넘어 글로벌 OTT사업자와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Statista, Digital TV Research, PwC 등 해외 시장조사기관들은 SVOD를 중심으로 글로벌 OTT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반면 지상파, 유료방송 등 전통적 TV시장은 점점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는 방송통신 시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과 산업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사업자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통해 콘텐츠 유통의 허브 역할을 굳히는 한편 가입자를 기반으로 다른 산업 영역에 진출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을 비롯하여 클라우드 사업, 마이데이터 사업, 솔루션 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발굴하여 투자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건강한 공론의 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경제 논리를 우선하는 방송통신사업자가 이러한 공론의 장 역할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그래서 해법을 도출하기가 어려운 사안을 다루기란 쉽지 않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지상파방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시장이 방송통신 융합을 지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 역할까지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의제가 무엇인지 설정하고 그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지상파방송이 담당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4조에 의거 방송통신의 진흥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국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의 건전한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각종 공적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국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는 마을 공동의 우물이고, 사업자는 이 우물에서 물을 퍼가는 개별 주민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우물이 마르지 않도록 가꾸는 데 필요한 재원이다.

그런데 어떤 주민이 기금을 내지 않고 우물을 이용한다고 하자. 기금을 내는 주민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임승차를 막지 못하면 주민 간 갈등이 커질 뿐만 아니라 자칫 우물 자체가 고갈될 수 있다. 현재의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가 이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물을 퍼가려는 사업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기금납부를 요구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꺼린다. 기금납부 의무를 지고 있는 사업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우물에서 물을 퍼가는 사업자는 우물의 고갈을 막기 위한 기금납부 의무를 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기금납부 대상 사업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물을 얼마나 퍼가느냐에 따라 기금납부 규모가 달라지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금납부의 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우물을 더 크게 만들 필요가 있다.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기금의 통합할 고려할 때가 됐다. 또 조성된 기금은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방송통신 산업의 진흥을 지원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는 사업에 사용되어야 하고, 여기에는 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 복지증진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금 관리와 운영체계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다. 또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각계의 지혜를 모으는 공론의 장이 중요하다. 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미디어가 시장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공론의 장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상파방송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금은 지상파방송이 이런 역할을 다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또 지상파방송은 스스로 그러한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왔는지 되돌아보고, 시청자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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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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