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삼성 특별 검사팀은 지난 11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재소환 했고 이어 12일엔 "자신의 삼성생명 주식 28만여주가 실제론 이건희 회장의 것"이라고 주장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소환했다.

이건희 회장의 재소환 다음날이자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특검에 소환된 12일, MBC와 KBS는 메인 뉴스에서 각각 2개의 리포트로 삼성 특검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MBC "삼성특검 결국 헛방으로 끝날 듯"

▲ 4월12일 MBC <뉴스데스크> '상속재산 결론?'과 '핵심 경영진 교체'.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건희 회장을 두 번 소환 조사했던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가 결국 헛방으로 끝날 것 같다"며 "특검은 차명계좌의 돈은 상속재산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다"며 논란이 일 것임을 지적했다.

이어 MBC는 삼성 특검에 소환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소식과 이건희 회장의 경영진 쇄신 발언으로 인한 삼성그룹의 경영진 체제 변화를 예측 보도했다.

KBS도 이날 <뉴스9>에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소환 사실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뉴스9>는 현명관 전 회장의 소환을 보도하며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도덕적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지적했고 MBC와 마찬가지로 삼성 그룹의 경영 쇄신 방안을 예측했다.

▲ 4월12일 KBS <뉴스9>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소환'과 '삼성 앞날 격변 예고'.

이날 MBC와 KBS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진 쇄신' 발언을 두고 앞으로 삼성 그룹 경영진의 변화를 예측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기간이 채 1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차명 계좌 보유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이를 삼성의 상속재산으로 결론지은 특검에 대한 비판은 MBC와 KBS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MBC는 특검이 삼성의 비자금을 상속재산으로 결론지음으로 인해 논란이 일 것임을 지적하긴 했지만 현재 수사 상황을 전하며 '논란'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치는 한계를 보였다.

SBS 삼성특검 리포트 없어…방송사, 특검 봐주기 보도는 아닌가

한편 SBS는 이날 삼성 특검과 관련한 리포트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SBS는 <2008 스페이스 코리아 특집 SBS 8 뉴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우주인 이소연씨와 관련된 7개의 리포트를 보도하며 '스페이스 코리아'에 충실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씨 소식을 보도하는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뉴스였을지 몰라도 '진실한 뉴스 심층 뉴스'란 타이틀을 걸고 있는 <8뉴스>로서는 부족함이 역력했다.

국민들이 진정 삼성 특검을 통해 알기 원하는 것은 삼성이 안고 있는 의혹의 진실이다. 일부에서 그토록 주장하는 '삼성위기론' 측면에서도, 즉 삼성이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에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가 요구된다.

나아가 시청자들이 언론에 원하는 것은 경영진 쇄신 발언을 통한 삼성그룹 경영진 변화 예측 보도가 아니다. 삼성이 사회에 주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필요한 보도였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전에 '삼성 봐주기식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특검을 향해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언론이 삼성 특검의 '삼성 봐주기 수사'를 비판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특검 봐주기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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