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노사가 17일 새로운 단체협약을 맺으며 76일간 이어진 무단협 사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7일 노사가 파업 문턱에서 도출한 ‘2021 노사 합의문’이 새로 맺은 단협의 주요 골자다. 임명동의제는 보도본부장, 시사교양국장·편성국장을 대상으로 시행되며 SBS A&T 보도영상본부장에 대한 중간평가제가 도입된다. 또 보도·시사교양·편성본부장, A&T 보도영상본부장에 대한 긴급평가제 도입을 단협 5장 ‘공정방송’ 조항에 명시했다.(▶관련기사 : '무단협 사태' SBS 노사 최종 합의문 서명)

박정훈 SBS 사장과 정형택 언론노조SBS본부장은 7일 '2021 노사 합의문' 서명식을 했다. (사진제공=SBS)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일 노보에서 “단협 5장은 방송 노동자의 핵심적 근로조건인 공정방송이 명시된 권리장전”이라며 “공정방송 제도 일체를 5장에 새기며 앞으론 제도의 가치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재발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도준칙, 편성규약 등에 산발돼 있던 공정방송의 가치와 공정방송 책임자들의 임무를 단협 44조 ‘공정방송을 위한 책임과 권한’에 명시됐다. “보도·시사교양·편성 부문 책임자들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방송 공정성을 저해하는 부당한 청탁과 간섭, 압력으로부터 방송 독립을 지키고, 종사자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있으며, 회사는 그 권한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시사교양국장·편성국장의 책임과 권한 범위도 단협을 통해 정리됐다.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시사교양·편성부문의 ‘실질적 책임자’로 정의(단협43조)하고 책임과 권한을 단협 44조를 통해 규정했다.

“무단협 다시 일어나선 안 되는 일”

SBS본부는 노보를 통해 “31년사 초유의 무단협이 종식됐고 노사합의도 이뤘지만, 이번 사태를 노사 모두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며 “SBS의 미래와 이익을 위해서라도 ‘무단협’ 세 글자가 SBS 역사에서 재차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정형택 SBS본부장은 새로운 단체협약에 대해 “임명동의제는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임을 명확히 했고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의 권리이자, 방송 사업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기존 단협에서 보장받았던 노동자의 권리와 자주적 조합 활동도 그대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상정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는 기쁨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무너진 노사 간 신뢰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며 “노사가 앞으로 해결할 과제로 예능 본부 이전과 스튜디오S 상장 등 중대한 결정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권지윤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단체협약이 과거보다 후퇴하고 부족한 결과라는 비판은 온당하다”며 “다만 일련의 과정에서 공정방송에 대한 구성원 전체의 강력한 염원과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병길 SBS본부 사무처장은 “혹자는 우리가 파업을 할 만큼 단체협약이 중요한 것이냐, 일부 조항 정도는 양보해도 괜찮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체협약은 우리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겪어온 수많은 내홍들을 넘어서 진일보시켜온 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2일 SBS 본사 1층 로비에서 열린 파업결의대회 모습. (사진제공=언론노조SBS본부)

SBS는 지난 10월 3일부터 무단협 상태에 돌입했다. 사측이 경영진 임명동의제 폐지를 단체협약 조건으로 내걸어 노사는 2차례 본교섭을 가졌지만 무단협을 막을 수 없었다. 노조는 사장 임명동의제를 폐지하는 대신 사장 중간평가제 도입, 본부장 임명동의제에 더해 국장급 임명동의제 시행,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도 도입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무단협 상태에서 한 차례 본교섭이 더 열렸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조정이 어렵다며 조정중지를 결정했으며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86.6%의 찬성표를 얻어 지난 2일 파업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6일부터 12일까지 보도본부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6일 0시 7분 노사가 잡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은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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